추운 골목길

2010. 12. 16. 09:00일기

<추운 골목길>
2010.12.15 수요일

오후 4시쯤, 나랑 영우는 그냥 산책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감기 기운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교과부 블로그 원고 마감일인데, 그 바람에 나는 잠을 푹 자고 기사를 여유롭게 송고할 수 있었다.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글을 격식에 맞추어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보람 있다. 기사를 송고하고 오랜만에 끙끙거리며 누워 빈둥거리다가 엄마가 해준 카레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고 내 귀는 1분도 못 견디고 얼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나! 나는 잠바 속에 얇은 옷 두 개만 껴입고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잠바가 내 몸보다 살짝 큰 것이 문제였다. 큰 잠바를 입어서 허리와 팔 속으로 바람이 쐐앵~ 들어오는 것이다. 그것도 고드름 같은 바람이! 나는 후회가 되었다.

엄마는 추운데 어딜 가느냐고 말리셨고, 내가 고집을 부리니깐 그럼 잠바 속에 세타를 덧입고 가라고 하셨는데, 꼴좋아졌다. 나는 귀마개가 달린 영우 모자와 내 호빵 모자를 바꿔 썼다. 나는 틈을 없애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운을 느끼려고, 양어깨는 얼굴에 딱 붙이고 손은 주머니에 넣고, 둥~뜬 잠바를 몸에다 밀착시켰다. 팔꿈치로도 잠바를 마구 눌렀다.

옷을 단단하게 여며 입으니 몸이 죄어와 한결 따뜻하였다. 하지만, 얼굴에 정면으로 불어닥치는 차가운 겨울바람은 막을 수 없었다. 칼바람은 내 맨얼굴을 때리다 못해 후려갈겼다. 골목길에 지나가는 아저씨와 영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나가는 아저씨의 코는 성이 난 사람처럼 발개졌고, 콧물이 찌룩찌룩 흘러내렸다. 영우는 볼이 복숭아처럼 땡땡 익어서 터질 것 같았다.

영우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불쌍한 표정으로 손을 호호 불었다. 휘이이잉~!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골목에 구석구석 불어왔다. 아, 겨울에 부는 바람이란~! 귀는 이미 떨어져 나가 버린 것 같고, 나를 아예 얼려 죽일 모양이다. 우리가 지나가는 골목길은 회색 빛깔이고 고요했다. 이따금 문을 연 가게들은 손님이 없고 불빛마저 추워 보였다. 매서운 바람에 외롭고 쓸쓸하게 전단지가 날린다.

보도블록 틈에 삐죽 난 이끼들만 간신히 숨을 쉰다. 골목길의 낡은 집들은 옹기종기 추위를 막으려고 몸을 밀착시킨 펭귄들 같았다. 자꾸만 골목길 근처에 주차된 자동차가 혹시 포장마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자기 붕어빵과 어묵 국물이 간절하게 먹고 싶었다. 결국, 나와 영우는 골목길 한바퀴도 돌지 못하고 쫓기듯이 집으로 와서 이불 속에 퐁당! 들어가 버렸다.

추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