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길

2010. 12. 22. 09:00일기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길>
2010.12.20 월요일

"은철아, 여기가 어디야?", "나도 몰라, 어헝헝~!" 어느새 해는 떨어지고 하늘은 주황색 감빛으로 물들었다. 금세 주위는 더 어두워지고, 도로 옆 숲에 숨어서 누군가가 우리를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붜우 워우~!" 도로 옆에 바로 난 기와집 마당에 묶여 있는 개들이 큰소리로 우리를 향해 짖었다. 나와 은철이는 서로 팔을 꼭 붙들고 "괜찮아, 저건 그냥 개야!" 위로하며, 개를 향해 답례로 동시에 "으루루루, 워워~!" 짖어주었다.

오늘 학교가 끝나고 나와 은철이, 지호는 모두 성환이 집으로 놀러 갔다. 성환이 집은 학교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는데, 내가 타고 다니던 양주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와는 반대 방향이고 번호도 낯설었다. 처음엔 그래서 들뜨고 신기했다. 성환이네 집에서 카드 놀이도 하고, 고무공 축구도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오려 할 때였다. 지호는 학원 때문에 먼저 떠나고, 나와 은철이는 성환이 집 앞 건너편에서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성환이가 나올 때 "그냥 62번 버스를 타면 돼!" 하고 말해서 62번 버스에 반쯤 올라타서 운전기사 아저씨께 물었다. "아저씨, 이 버스 푸른솔 아파트하고 양주역 가나요?", "안 간다!" 아저씨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문을 탁 닫고 부우웅~ 출발하는 62번 버스를 보며 눈앞이 캄캄했다. 시간은 점점 저무는데 버스는 오지 않았다. 여기는 한적한 도로변! 내가 학교 다니는 양주시는 몇 개의 큰 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외에는 논과 밭,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공사 중인 도로가 많은 곳이다.

시간이 늦고 인적이 드문 도로변에는 관리가 안 된 묘지나 폐가들이 눈에 자주 띄고 으스스한 숲도 많다. 특히 성환이네 집 근처가 더 그랬다! '이러다 버스도 못 타고 지하철도 끊겨버리는 거 아냐?' 우리는 마침 둘 다 교통카드에 돈이 간당간당 남아 있는 처지였다. 그때 은철이가 제안을 했다. 바로 걸어서 처음 출발했던 학교 앞 버스 정류장까지 찾아가는 것! 거기까지 찾아가면 은철이도 나도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고, 간당간당한 돈 걱정 줄이고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 수 있다.

나는 "좋았어! 해보는 거야!" 하고 의욕을 불태웠다. 우리는 은철이가 슈퍼에서 산 네모난 빵을 같이 우적우적 씹으며 출발하였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양주역이라고 쓰여있는 78번 버스가 우리 앞을 쌩~ 지나쳤다. 우리가 걷는 도로변은 울퉁불퉁했고, 얼마나 걸릴지 길은 멀었다. 중간마다 지나치는 버스를 보니 살짝 후회도 되었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나무가 많아서 그림자가 지고 햇빛이 잘 들지 않아 꼭 밤처럼 어두웠다.

바람이 나무와 풀에 부딪히며 '쉬이이이~ 슈위오우~' 꼭 귀신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가끔가다 도로 양옆에 집이 보였는데, 인기척은 전혀 없고 어두웠다. 그리고 이상하게 숲 속에 있던 만두집은 불 꺼진 데다 창문마저 깨져 있었다. 불 꺼진 집 마당에서는 목줄에 묶여 있는 개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귀를 뾰족 세우고, 오돌도돌 송곳 같은 이빨을 내밀고 으루루룽~! 거리며, 우리를 보고 침을 흘렸다. 날짐승 우는소리도 부오! 부오! 났다.

나는 은철이에게 "은철아, 여기가 어디야?" 하고 1분마다 물었고, 은철이는 한숨만 쉬었다. 아무리 가도 양주자이 아파트가 보이지 않자, 은철이는 잠시 멈춰 서며 "상우야, 어떻게 하지? 우리가 너무 무모했던 거 같아!" 하며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입술을 깨물며 바라보았다. 나는 "그래도 힘을 내! 적어도 우리의 도전은 역사에 남을 거야!" 말했다. 그러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어둠의 숲이 없어지고,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양주 자이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것이다! 숲을 나오는 순간 까마귀 두 마리가 까아! 까오! 소리를 내며 하늘을 시원하게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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