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었던 경기장
2010. 12. 8. 09:00ㆍ일기
<닿을 수 없었던 경기장>
2010.12.05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너무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오늘 약속했잖아요!" 하며 아직 주무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머릿속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생생하게 본다는 사실을!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며칠 전 내 동생 영우는, 기특하게도 친구에게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우리나라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을 볼 수 있는 표를 얻어왔다. 그것은 어린이 무료권과 어른 50% 할인권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는 1명만 무료라서, 나는 아쉽게도 나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밥 먹다가 투덜거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장료를 만 원 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영우와 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빠져들었는데, 우리나라 무대보다는 잉글랜드, 스페인 같은 국외무대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으로 우리나라의 K리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서울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승부였는데, 아직 우리는 어떤 팀을 좋아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가 서울에 살고, 상암동이 서울의 홈경기장이라서 서울을 응원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피곤하다고 늦게까지 주무시는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경기는 2시에 시작하고 우리는 1시에 출발했는데, 여기서 경기장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니,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정말 몰랐다. K리그의 챔피언 결정전 경기를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기장까지 우리 차는 막힘없이 쌩쌩 눈썰매 미끄러지듯이 도로를 내달렸다. 나는 '깨어나면, 행복한 경기장에 도착하고 거기에는 엄청 재밌는 경기가 날 기다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 안에서 푹 잠이 들었다. 눈꺼풀이 조금씩 열렸다. 희미하게 앞이 보이고, 곧 내 몸에 전원이 다시 들어왔다. 나는 차가 움직이지 않아서 '벌써 도착했나?'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앞에도 차! 뒤에도 차! 우리 차는 차들 사이에 끼어서 옴싹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꼭 차들은 사방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꽉 낀 양들의 무리같이 답답해 보였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일까? 우리 바로 옆에는 시끄러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상암동 경기장이 보였다. 하지만, 왜 그런지 영원히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올려다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우리와 티끌만큼도 좁혀지지 않았고, FC서울을 상징하는 무늬의 깃발만을 펄럭거리면서 나를 도도하게 내려다보기만 하였다.
시간은 1시 41분! 앞으로 20분가량 남았지만, 주차장 입구와 거리는 단 1미터도 좁혀지지 않고, 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빠에게 "아빠, 어떻게 해요?" 하며 찡얼거렸다. 아빠는 한숨을 내쉬면서 "상우야, 이번에는 안 되겠다. 그래도 모르잖니? 잘하면 들어갈지도..." 하셨다. 또다시 시간은 1시 55분! 우리 차는 한 2미터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였다. 차 안에서 나는 경기를 못 본다고 울고, 영우는 배고프다고 울고, 차 밖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큰소리로 울려 퍼지는 "선수 입장~!" 소리와 쿵짝거리는 음악 소리로 너무 어지러웠다.
결국, 우리는 경기 시간에 늦어 경기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는 맥이 빠져 경기장과 연결된 홈플러스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식하고, 아쉬운 마음에 경기장 밖을 얼씬거렸다. 그러나 경기장이 들썩거리도록 우렁찬 "대한민국~!"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치 쾅 닫힌 영화관 앞에서 영화 소개하는 종이만 몇 번이고 읽는 꼴이었다. 그런데 우리같이 시간이 늦어서 경기를 보는데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꽤 있었다. 어떤 형과 누나는 온통 빨간색 옷을 입고 FC서울의 깃발까지 들고 왔는데, 들어가지 못하여 한숨만 내쉬었다.
또 내 또래의 몇몇 남자아이들은 빨간색 부부젤라를 들고, 힘 빠진 듯 터벅터벅 걸으며 부부젤라를 "뿌부~" 김빠지게 불었다. 그래도 이번 경기가 지구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 경기는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기를 보는 데에 실패하였지만, 다음번에 나는 오기처럼 목표가 생겼다.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보리라! 그것도 직접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러시아 경기장에 앉아! 그러니 그때까지는 집에서 TV 축구 중계를 보며 붕어빵이나 라면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2010.12.05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너무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오늘 약속했잖아요!" 하며 아직 주무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머릿속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생생하게 본다는 사실을!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며칠 전 내 동생 영우는, 기특하게도 친구에게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우리나라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을 볼 수 있는 표를 얻어왔다. 그것은 어린이 무료권과 어른 50% 할인권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는 1명만 무료라서, 나는 아쉽게도 나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밥 먹다가 투덜거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장료를 만 원 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영우와 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빠져들었는데, 우리나라 무대보다는 잉글랜드, 스페인 같은 국외무대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컵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으로 우리나라의 K리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서울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승부였는데, 아직 우리는 어떤 팀을 좋아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가 서울에 살고, 상암동이 서울의 홈경기장이라서 서울을 응원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피곤하다고 늦게까지 주무시는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경기는 2시에 시작하고 우리는 1시에 출발했는데, 여기서 경기장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니,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여유롭게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정말 몰랐다. K리그의 챔피언 결정전 경기를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기장까지 우리 차는 막힘없이 쌩쌩 눈썰매 미끄러지듯이 도로를 내달렸다. 나는 '깨어나면, 행복한 경기장에 도착하고 거기에는 엄청 재밌는 경기가 날 기다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 안에서 푹 잠이 들었다. 눈꺼풀이 조금씩 열렸다. 희미하게 앞이 보이고, 곧 내 몸에 전원이 다시 들어왔다. 나는 차가 움직이지 않아서 '벌써 도착했나?'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앞에도 차! 뒤에도 차! 우리 차는 차들 사이에 끼어서 옴싹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꼭 차들은 사방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꽉 낀 양들의 무리같이 답답해 보였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일까? 우리 바로 옆에는 시끄러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상암동 경기장이 보였다. 하지만, 왜 그런지 영원히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올려다봐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우리와 티끌만큼도 좁혀지지 않았고, FC서울을 상징하는 무늬의 깃발만을 펄럭거리면서 나를 도도하게 내려다보기만 하였다.
시간은 1시 41분! 앞으로 20분가량 남았지만, 주차장 입구와 거리는 단 1미터도 좁혀지지 않고, 차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빠에게 "아빠, 어떻게 해요?" 하며 찡얼거렸다. 아빠는 한숨을 내쉬면서 "상우야, 이번에는 안 되겠다. 그래도 모르잖니? 잘하면 들어갈지도..." 하셨다. 또다시 시간은 1시 55분! 우리 차는 한 2미터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하였다. 차 안에서 나는 경기를 못 본다고 울고, 영우는 배고프다고 울고, 차 밖에서는 경기장 안에서 큰소리로 울려 퍼지는 "선수 입장~!" 소리와 쿵짝거리는 음악 소리로 너무 어지러웠다.
결국, 우리는 경기 시간에 늦어 경기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는 맥이 빠져 경기장과 연결된 홈플러스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식하고, 아쉬운 마음에 경기장 밖을 얼씬거렸다. 그러나 경기장이 들썩거리도록 우렁찬 "대한민국~!"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치 쾅 닫힌 영화관 앞에서 영화 소개하는 종이만 몇 번이고 읽는 꼴이었다. 그런데 우리같이 시간이 늦어서 경기를 보는데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꽤 있었다. 어떤 형과 누나는 온통 빨간색 옷을 입고 FC서울의 깃발까지 들고 왔는데, 들어가지 못하여 한숨만 내쉬었다.
또 내 또래의 몇몇 남자아이들은 빨간색 부부젤라를 들고, 힘 빠진 듯 터벅터벅 걸으며 부부젤라를 "뿌부~" 김빠지게 불었다. 그래도 이번 경기가 지구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 경기는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기를 보는 데에 실패하였지만, 다음번에 나는 오기처럼 목표가 생겼다. 2018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보리라! 그것도 직접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러시아 경기장에 앉아! 그러니 그때까지는 집에서 TV 축구 중계를 보며 붕어빵이나 라면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