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와 장관님
2010. 11. 29. 09:00ㆍ일기
<오렌지 주스와 장관님>
2010.11.27 토요일
장관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문앞에 2명의 묵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제실같이 널찍한 회의실이 횡~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15명의 교과부 4기 블로그 기자단과 교과부의 직원 몇몇 분이 들어오니 금세 자리는 메워졌다.
고건영 주무관님께서는 한명 한명 직원의 소개를 해주셨다. 그사이 오른쪽에 있던 작은 문으로 얼굴은 동글동글 인자하게 생기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나왔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님이셨다! 나는 그때부터 살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귓불에서 열이 나고 코가 조금 막혔다. 아침부터 나는 머리가 띵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장관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벌써 장관님께서는 악수를 청하셨다. 그런데 나는 두통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만 앉아서 악수를 받는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한편에서 엄마가 "상우야! 일어나!" 하고 신호를 보내셔서, 나는 그제야 그 말을 알아듣고 펄떡 일어나서 다시 한번 장관님과 악수를 하였다.
그런데 마침 교과부의 직원 중 한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가져와 예쁜 유리컵에 따라서 나누어 주시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픈 데에 먹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장관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마셨다. 하지만, 오렌지 주스를 마셔도 상태가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몸이 아파 귓불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름대로 치료를 해봤지만, 도무지 증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자기소개를 할 차례가 왔다. 나는 살짝 얼얼하게 술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얼굴에서 열이 남을 느꼈다. 나는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간 볼을 하고서, 조금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상우입니다."까지 말한 다음, 그 뒤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말했다. "요즘 학교 다니는 게 너무 힘드네요. 초등학생인데도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1시간 반을 지하철 타고 가야 합니다. 어떻게 글 쓰는 재주밖에 없는데 어쩌다 이런 자리까지 와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살짝 술 취한 사람처럼 들렸다. 그렇게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한 건 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잠시 엎드려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장관님께 평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코너가 와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아직 알딸딸한 상태로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였다. "평소에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 미안한 점은 없으신지요?" 장관님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너무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든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 "그런데 이 질문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요?"라고 나에게 되물으셨다.
나는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장관님은 "상당히 쿨하네요!"라고 웃고 넘어가셨다. 그때쯤이었다. 직원분께서 내 빈 잔에 주스를 다시 채워주신 때가! 나는 지금 상태로는 왠지 이걸 들이켰다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상큼한 오렌지 주스 냄새에 못 이겨 또 순식간에 들이켰다. 그리고 그 잔을 비우고도 나는 오렌지 주스 한잔을 더 마셨다. 그러자 이제는 살짝 어지럽다 못해 기침이 터져 나오고 몸이 얻어맞은 것 같이 뜨겁고 돌덩이같이 무거웠다.
나는 춥기까지 느껴져서 옷을 여미고 스웨터 왼 소매와 오른쪽 소매를 연결해서 손을 그 안에 넣고 눈을 감았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대로 앉은 채, 편안하게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졸았을까? 누군가가 내 귀에다 무언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조금 있다가 대표로 기념품 받으실 겁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고건영 주무관님의 목소리였다. 내가 화들짝 눈을 뜨자 주변에 기자님들이 큭~킥킥~ 웃으셨다. 조금 많이 졸았나 보다. 학부모 자리에 앉은 엄마도 나를 쏘아 보셨다.
아직 몸이 안 풀린 나는 비몽사몽 하였지만, 그때 또다시 한 사람이 콜라를 가져와 따라주셨다. 나는 '이거나 마시고 깨어야지!' 하고 꿀꺽 마셨다. 어느새 간담회가 끝났는지 장관님이 옆에 앉은 내게 대표로 기념품을 전해주셨다. 그렇게 기념품을 챙기고 나와서 보니 이제 슬슬 몸이 풀리는 게, 그동안의 실례가 아주 미안하고 부끄러워 숨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그러는지 우리가 중앙청사 밖으로 나가는 길에는, 거센 소용돌이 바람이 나뭇잎들을 싣고 타닥타닥~ 요란하게 돌았다!
2010.11.27 토요일
장관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문앞에 2명의 묵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제실같이 널찍한 회의실이 횡~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15명의 교과부 4기 블로그 기자단과 교과부의 직원 몇몇 분이 들어오니 금세 자리는 메워졌다.
고건영 주무관님께서는 한명 한명 직원의 소개를 해주셨다. 그사이 오른쪽에 있던 작은 문으로 얼굴은 동글동글 인자하게 생기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나왔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님이셨다! 나는 그때부터 살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귓불에서 열이 나고 코가 조금 막혔다. 아침부터 나는 머리가 띵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장관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벌써 장관님께서는 악수를 청하셨다. 그런데 나는 두통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만 앉아서 악수를 받는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한편에서 엄마가 "상우야! 일어나!" 하고 신호를 보내셔서, 나는 그제야 그 말을 알아듣고 펄떡 일어나서 다시 한번 장관님과 악수를 하였다.
그런데 마침 교과부의 직원 중 한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를 가져와 예쁜 유리컵에 따라서 나누어 주시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픈 데에 먹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장관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오렌지 주스를 벌컥벌컥~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마셨다. 하지만, 오렌지 주스를 마셔도 상태가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몸이 아파 귓불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름대로 치료를 해봤지만, 도무지 증세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자기소개를 할 차례가 왔다. 나는 살짝 얼얼하게 술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얼굴에서 열이 남을 느꼈다. 나는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간 볼을 하고서, 조금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상우입니다."까지 말한 다음, 그 뒤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말했다. "요즘 학교 다니는 게 너무 힘드네요. 초등학생인데도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1시간 반을 지하철 타고 가야 합니다. 어떻게 글 쓰는 재주밖에 없는데 어쩌다 이런 자리까지 와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것은 살짝 술 취한 사람처럼 들렸다. 그렇게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한 건 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잠시 엎드려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장관님께 평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코너가 와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아직 알딸딸한 상태로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였다. "평소에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에게 미안한 점은 없으신지요?" 장관님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너무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든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 "그런데 이 질문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요?"라고 나에게 되물으셨다.
나는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장관님은 "상당히 쿨하네요!"라고 웃고 넘어가셨다. 그때쯤이었다. 직원분께서 내 빈 잔에 주스를 다시 채워주신 때가! 나는 지금 상태로는 왠지 이걸 들이켰다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상큼한 오렌지 주스 냄새에 못 이겨 또 순식간에 들이켰다. 그리고 그 잔을 비우고도 나는 오렌지 주스 한잔을 더 마셨다. 그러자 이제는 살짝 어지럽다 못해 기침이 터져 나오고 몸이 얻어맞은 것 같이 뜨겁고 돌덩이같이 무거웠다.
나는 춥기까지 느껴져서 옷을 여미고 스웨터 왼 소매와 오른쪽 소매를 연결해서 손을 그 안에 넣고 눈을 감았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대로 앉은 채, 편안하게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졸았을까? 누군가가 내 귀에다 무언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조금 있다가 대표로 기념품 받으실 겁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고건영 주무관님의 목소리였다. 내가 화들짝 눈을 뜨자 주변에 기자님들이 큭~킥킥~ 웃으셨다. 조금 많이 졸았나 보다. 학부모 자리에 앉은 엄마도 나를 쏘아 보셨다.
아직 몸이 안 풀린 나는 비몽사몽 하였지만, 그때 또다시 한 사람이 콜라를 가져와 따라주셨다. 나는 '이거나 마시고 깨어야지!' 하고 꿀꺽 마셨다. 어느새 간담회가 끝났는지 장관님이 옆에 앉은 내게 대표로 기념품을 전해주셨다. 그렇게 기념품을 챙기고 나와서 보니 이제 슬슬 몸이 풀리는 게, 그동안의 실례가 아주 미안하고 부끄러워 숨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그러는지 우리가 중앙청사 밖으로 나가는 길에는, 거센 소용돌이 바람이 나뭇잎들을 싣고 타닥타닥~ 요란하게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