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도서관에서
2010. 8. 14. 08:48ㆍ일기
<종로 도서관에서>
2010.08.12 목요일
오늘은 이사 온 지 3일째, 아직 컴퓨터는 개통이 안 되었지만, 아빠 컴퓨터를 빌려 일기를 쓴다. 할머니 댁은 옛날 주택가다. 그래서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이삿짐을 싸놓고, 하나하나 옮기면서 풀었다.그런데 소낙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쌓인 짐에 비닐 지붕을 얹고 기다렸다 날이 개면 풀고 하였다.
오늘도 짐 풀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씨가 맑아져서, 나는 서울특별시 어린이 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갔다. 나는 영우 손을 꽉 잡고 출발하였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는, 넓은 찻길에 중간중간 차들이 휙휙~ 옆으로 지나가서, 인도 끝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서 걸었다.
한차례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온다. 오른쪽으로는 사직공원이 있고, 사직공원 안에는 우리가 찾는 도서관의 입구가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 멀리 보면 휘황찬란한 서울의 고층 건물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다닥다닥 개미집처럼 붙은 옛날 한옥이 많은 동네 끝에는, 마천루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다.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신비한 느낌이 이 언덕에 올라오면 든다.
내리막을 내려가며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내 손을 꼭 잡은 영우는, 꼭 관절이 있는 인형처럼 덜렁덜렁 팔과 다리를 흔들며 뛰면서 "지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드디어 서울 어린이 도서관입구에 도착했다. 어린이 도서관은 아름다운 풀밭에 건물이 꼭 기숙사 학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안에 들어가니 은행이나 마트에서처럼 폭풍같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은 없었지만, 조용하게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나긋나긋 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와 영우는 1층 <책 누리 1> 코너로 들어갔다. 안에는 컴퓨터를 두드리는 네다섯 명의 사서들과 작은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모험 책이나 만화책을 즐겨보는 내 또래,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앉아 있었다. 나와 영우는 책장이 미로같이 겹겹이 펼쳐져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책을 골랐다. 책장 안에는 내가 두 팔로 낑낑거리며 들어야 할, 굵기가 내 두 뼘 정도 되는 무서운 가죽 사전부터, 아주 오래되 보여 색이 바래고 알 수 없는 한자가 있는 책도 몇 개 보였다.
나는 그중에서 <엘린 가족의 조금 특별한 출발>을 집었다. 왜냐하면, 출발이라는 말이 와 닿아서다. 지금은 우리 가족도 새 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우는 책을 쉽게 고르지 못하였다. 나는 삼숭초등학교에 있을 때 읽었던 <그림자 숲의 비밀>을 영우에게 추천해 주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우는 언제나 내가 추천해준 책이 너무 페이지가 많다고 거부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읽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영우는 책을 덥석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으림자아 숲의 비미일~! 재밌겠다!" 하며 자리를 잡았다. 나도 영우 앞에 마주 보고 앉아 책을 읽었다. 감명 깊게 책을 읽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실직자가 되어, 많은 것을 잃은 주인공 엘린을 동정하면서 책상을 나섰다. 영우는 "아이, 아직 다 못 읽었어, 더 읽고 싶은데..." 하며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덥고, 인중을 길게 내밀었다. 그러나 엄마와 집에 가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이 도서관에는 따로 회원증을 만들어서 대출할 수 있는 모양인데, 나는 영우에게 사서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회원증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보라고 하였다. 영우는 웃으면서 한 남자 사서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회원증은 어떻게 만드나요?" 사서는 딱 잘라 말하였다. "건강보험증이 필요해!" 영우는 돌아서서 나에게 "형아, 엉터리!" 하였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두고 나오는 영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다음에 다시 와서 꼭 만들 거야!" 하였다. 이사하는 동안 어느새 영우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다음에는 건강보험증을 가져와야지! 당분간 나와 영우가 정붙일 곳은 종로 도서관이다!
2010.08.12 목요일
오늘은 이사 온 지 3일째, 아직 컴퓨터는 개통이 안 되었지만, 아빠 컴퓨터를 빌려 일기를 쓴다. 할머니 댁은 옛날 주택가다. 그래서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이삿짐을 싸놓고, 하나하나 옮기면서 풀었다.그런데 소낙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쌓인 짐에 비닐 지붕을 얹고 기다렸다 날이 개면 풀고 하였다.
오늘도 짐 풀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날씨가 맑아져서, 나는 서울특별시 어린이 도서관으로 책을 읽으러 갔다. 나는 영우 손을 꽉 잡고 출발하였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는, 넓은 찻길에 중간중간 차들이 휙휙~ 옆으로 지나가서, 인도 끝에 접착제처럼 달라붙어서 걸었다.
한차례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자그마한 언덕에 올라온다. 오른쪽으로는 사직공원이 있고, 사직공원 안에는 우리가 찾는 도서관의 입구가 있다. 그리고 왼쪽으로 멀리 보면 휘황찬란한 서울의 고층 건물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다닥다닥 개미집처럼 붙은 옛날 한옥이 많은 동네 끝에는, 마천루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다.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신비한 느낌이 이 언덕에 올라오면 든다.
내리막을 내려가며 모든 것이 신기한 듯 내 손을 꼭 잡은 영우는, 꼭 관절이 있는 인형처럼 덜렁덜렁 팔과 다리를 흔들며 뛰면서 "지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드디어 서울 어린이 도서관입구에 도착했다. 어린이 도서관은 아름다운 풀밭에 건물이 꼭 기숙사 학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안에 들어가니 은행이나 마트에서처럼 폭풍같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은 없었지만, 조용하게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나긋나긋 불어서 기분이 좋았다.
나와 영우는 1층 <책 누리 1> 코너로 들어갔다. 안에는 컴퓨터를 두드리는 네다섯 명의 사서들과 작은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모험 책이나 만화책을 즐겨보는 내 또래, 노트북으로 무언가 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앉아 있었다. 나와 영우는 책장이 미로같이 겹겹이 펼쳐져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책을 골랐다. 책장 안에는 내가 두 팔로 낑낑거리며 들어야 할, 굵기가 내 두 뼘 정도 되는 무서운 가죽 사전부터, 아주 오래되 보여 색이 바래고 알 수 없는 한자가 있는 책도 몇 개 보였다.
나는 그중에서 <엘린 가족의 조금 특별한 출발>을 집었다. 왜냐하면, 출발이라는 말이 와 닿아서다. 지금은 우리 가족도 새 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우는 책을 쉽게 고르지 못하였다. 나는 삼숭초등학교에 있을 때 읽었던 <그림자 숲의 비밀>을 영우에게 추천해 주었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우는 언제나 내가 추천해준 책이 너무 페이지가 많다고 거부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읽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영우는 책을 덥석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으림자아 숲의 비미일~! 재밌겠다!" 하며 자리를 잡았다. 나도 영우 앞에 마주 보고 앉아 책을 읽었다. 감명 깊게 책을 읽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실직자가 되어, 많은 것을 잃은 주인공 엘린을 동정하면서 책상을 나섰다. 영우는 "아이, 아직 다 못 읽었어, 더 읽고 싶은데..." 하며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덥고, 인중을 길게 내밀었다. 그러나 엄마와 집에 가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이 도서관에는 따로 회원증을 만들어서 대출할 수 있는 모양인데, 나는 영우에게 사서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회원증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보라고 하였다. 영우는 웃으면서 한 남자 사서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회원증은 어떻게 만드나요?" 사서는 딱 잘라 말하였다. "건강보험증이 필요해!" 영우는 돌아서서 나에게 "형아, 엉터리!" 하였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두고 나오는 영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다음에 다시 와서 꼭 만들 거야!" 하였다. 이사하는 동안 어느새 영우가 책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다음에는 건강보험증을 가져와야지! 당분간 나와 영우가 정붙일 곳은 종로 도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