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 7. 30. 08:42일기

<허브 아일랜드의 수영장>
2010.07.28 수요일

우리 가족은 허브 아일랜드에서 어린이 수영장이 8시까지 연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가 일을 빨리 마치시는 대로 서둘러 5시 반쯤 도착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지키는 아저씨께서 6시까지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는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얘들아, 30분 만이라도 할래?" 나와 영우는 한꺼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깝기도 하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이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자마자 수영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영우가 "형아, 준비 체조를 해야지?" 하며 옆구리 운동을 하였다. 나는 "에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딨어?" 하며 물에 젖어 아슬아슬하게 떨리는 계단 위에서 다이빙을 하였다. "퐁팡~!" 곧 수영장 바닥이 코에 닿았다. 물거품이 보그르르~ 일어나고, 나는 고개를 흔들며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수영장 온도는 온종일 햇살이 데워져서 미적근했다.

허브 아일랜드의



일어서서 보니 물의 높이는 내 배에도 올까 말까였다. 수영장의 모습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들어왔는데, 이 수영장은 아주 작았다. 3, 4살부터 거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밖에 없었다. 간혹 수영장 밖을 지나가는 어른들은, 나처럼 큰아이가 노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아빠가 "안전요원 아저씨 같구나!" 하면서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수영장이 닫기까지는 30분도 채 남지 않아, 나는 체면 따지지 않고 "까르륵, 끼엑~" 거리면서, 텀벙텀벙 물장구를 치고 시끄럽게 떠들며 놀았다. 수영장 한쪽 끝에서 한쪽 끝으로 수영하고, 물안경을 쓰고 바닥을 기어 다녔다. 수영장 위는 나뭇잎 찌꺼기 같은 게 둥둥 떨어져 있어서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또 수영장은 땅을 파서 물을 채운 것이 아니라, 큰 고무 튜브 같은 것에 물을 채운 것이라 좀 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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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영장 물의 감촉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갑자기 영우보다 작고 어린아이들이, 휴식을 마치고 우르르 들어왔다. 나는 수영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튜브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하고, 물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곳에 가서 허우적거리는 시늉을 하며, 배가 부서져서 바다에 휩쓸린 걸리버 놀이를 하였다.

영우와 비치볼로 물 축구를 하기도 하고, 꼬마 아이들이 쏘는 물총에 연거푸 맞아가면서 항복하기 놀이도 하였다. 영우는 물총이 너무 간지럽다고 몸을 오징어처럼 비틀며 '"꽤액!"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놀다 보니 주황빛으로 불타던 해가 슬슬 가라앉고 있었다. 수영장 문 닫을 시간이 된 것이다! 더 놀고 싶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벌써 야외에 놓인 의자를 접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가 근처에 오자, 얼른 수영장 바닥에 딱 달라붙게 잠수를 하였다. 하지만, 곧 엉덩이가 뜨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해수욕장 샤워장처럼 차가운 얼음  물에서 샤워를 해야 했다. 샤워기 물은 가까이 다가 만 가도 심장이 움츠러들 것처럼 차가왔다. 영우랑 나는 한번 들어가서 몸을 문지르고, 바로 튀어나와 벌벌 떨었다. 수영장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비록 물놀이를 30분밖에 못했고 수영장도 작았지만, 오랜만에 물을 만나 기뻤다. "다음번에는 문 열 때 와서 하루종일 놀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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