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동전 바꾸기
2010. 8. 4. 13:52ㆍ일기
<은행에서 동전 바꾸기>
2010.08.03 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낡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미술 보관함에 묻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 돼지 저금통은, 낡아서 금이 쩍쩍 가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저금통 안에는 밑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는 돈이 있었다. 동전을 흔드니 쐐아쐐아~! 소리가 났다. 나와 영우는 저금통을 흔들어서,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을 빼내었다. 동전은 잘 나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양도 훨씬 많았다.
동전은 정말 양이 줄지 않는 것처럼, 계속 찔렁찔렁~ 침대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영우는 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처럼 동그래지고, 입이 동굴처럼 쩍 벌어졌다. 동전은 계속 쏟아지더니 결국에는 저금통 바닥을 들어내고, 내 침대 위에 기분 좋게 한가득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 작은 동전들은 꼭 예쁜 조약돌처럼 빤짝빤짝 빛이 났다. 한가득 놓인 돈을 양손으로 쩔그럭쩔그럭~ 한가득 잡으니, 백만장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세는 것에 돌입하였다. 종류별로 나누어 세자니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100원짜리들은 어찌나 많은지! 세다 보니 허리가 굽어 자세를 펴니, "또도도독~!" 하는 소리가 허리에서 났다. 100원짜리 사이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찾을 때에는, 기분이 좋아 "나이스!" 소리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원짜리가 나올 때는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다 세어보니 총 25,000원이 나왔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큰돈을 직접 만져본 적이 없다. 행복해서 계속 돈을 짤그락짤그락~ 매만지며 "내 돈! 다 내꺼야!" 하며 한동안 돈에 사로잡혀 있다가 깨어나 보니, 내 손에는 낡은 돈 특유의 기분 나쁜 냄새가 풀풀 풍겼다. 나는 일어나 깨끗이 손을 씻고,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였다. 일단은 가족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위해 통장에다가 집어넣기로 하였다.
그런데 통장에 집어넣으려면 은행에 가야 했다. 아빠는 일을 해야 하고, 엄마도 집안일을 하기에 바빠,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이제 나도 그런 심부름을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다. 엄마는 정성스럽게 보조 가방에 통장과 종류별로 모아놓은 동전을 봉지에 담아서 넣어주시며 "은행에 들어가면 먼저 번호표를 찾아라. 그리고 번호를 뽑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네 차례가 되면, 나가서 통장에 돈을 넣어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말해주셨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하지만, 날씨가 폭염으로 침을 말릴 정도로 더워서 비틀거렸다. 거리에는 더워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아스팔트 위에서는 풍경을 흐리게 보이는 신기루 같은 것이 피어났다. 더워서 기진맥진해 다리가 비틀거리고, 혓바닥이 나와서 헥헥거릴 때, 드디어 은행에 도착하였다. 은행 안은 꼭 다른 세상처럼 시원했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며 정신을 차리고 은행을 둘러보았다.
은행의 직원들은, 내가 무슨 신기한 거라도 되는 양, 모두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기는 내 몰골이 덥고 지쳐 있었고, 몸은 땀으로 꽤재재하고 동전 가방까지 들고 있어, 꼭 가출소년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한참 동안 번호표 뽑는 기계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발견하지 못하다가 내 등에 무언가 부딪혀서 번호표 뽑는 기계인 걸 알았다. 나는 번호표를 뽑아들었다. '65'라는 숫자였다.
이제 엄마가 말한 대로, 의자에 앉아 내 번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바로 '65'라는 번호가 전광판에 뜨며, '육십오! 육십 오번 고객님!' 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가방에서 통장과 동전 봉지들을 꺼내 내밀었다. "예금이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네~" 여자 직원은 대답과 함께 100원짜리 봉투는 기계에 넣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 기계가 바로 돈을 세는 기계일 거야!' 그런데 나머지 동전들은 기계에 넣지 않고 손으로 직접 세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척척 한번에 10개씩 모아 세니,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직원은 나에게 통장을 내밀었다. 나는 "안녕히 계세요!" 말하고서는 도망치듯 은행 문을 나섰다. '내가 해냈어! 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통장을 가슴에 대고 성취감을 천천히 느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끔찍했다. 오르막길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든 파같이 되어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곳에는 계속 힘이 들어가 있었다. 통장을 꼭 잡은 손!
2010.08.03 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내 방 정리를 하다가, 낡은 돼지 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미술 보관함에 묻어두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 돼지 저금통은, 낡아서 금이 쩍쩍 가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놓았다.
저금통 안에는 밑바닥을 묵직하게 채우는 돈이 있었다. 동전을 흔드니 쐐아쐐아~! 소리가 났다. 나와 영우는 저금통을 흔들어서,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을 빼내었다. 동전은 잘 나오지도 않고 생각보다 양도 훨씬 많았다.
동전은 정말 양이 줄지 않는 것처럼, 계속 찔렁찔렁~ 침대 바닥에 쏟아졌다. 나와 영우는 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서 눈알이 빠질 것처럼 동그래지고, 입이 동굴처럼 쩍 벌어졌다. 동전은 계속 쏟아지더니 결국에는 저금통 바닥을 들어내고, 내 침대 위에 기분 좋게 한가득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 작은 동전들은 꼭 예쁜 조약돌처럼 빤짝빤짝 빛이 났다. 한가득 놓인 돈을 양손으로 쩔그럭쩔그럭~ 한가득 잡으니, 백만장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세는 것에 돌입하였다. 종류별로 나누어 세자니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100원짜리들은 어찌나 많은지! 세다 보니 허리가 굽어 자세를 펴니, "또도도독~!" 하는 소리가 허리에서 났다. 100원짜리 사이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찾을 때에는, 기분이 좋아 "나이스!" 소리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10원짜리가 나올 때는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다 세어보니 총 25,000원이 나왔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큰돈을 직접 만져본 적이 없다. 행복해서 계속 돈을 짤그락짤그락~ 매만지며 "내 돈! 다 내꺼야!" 하며 한동안 돈에 사로잡혀 있다가 깨어나 보니, 내 손에는 낡은 돈 특유의 기분 나쁜 냄새가 풀풀 풍겼다. 나는 일어나 깨끗이 손을 씻고,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였다. 일단은 가족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위해 통장에다가 집어넣기로 하였다.
그런데 통장에 집어넣으려면 은행에 가야 했다. 아빠는 일을 해야 하고, 엄마도 집안일을 하기에 바빠,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이제 나도 그런 심부름을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다. 엄마는 정성스럽게 보조 가방에 통장과 종류별로 모아놓은 동전을 봉지에 담아서 넣어주시며 "은행에 들어가면 먼저 번호표를 찾아라. 그리고 번호를 뽑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네 차례가 되면, 나가서 통장에 돈을 넣어달라고 하면 되는 거야!" 말해주셨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하지만, 날씨가 폭염으로 침을 말릴 정도로 더워서 비틀거렸다. 거리에는 더워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아스팔트 위에서는 풍경을 흐리게 보이는 신기루 같은 것이 피어났다. 더워서 기진맥진해 다리가 비틀거리고, 혓바닥이 나와서 헥헥거릴 때, 드디어 은행에 도착하였다. 은행 안은 꼭 다른 세상처럼 시원했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며 정신을 차리고 은행을 둘러보았다.
은행의 직원들은, 내가 무슨 신기한 거라도 되는 양, 모두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기는 내 몰골이 덥고 지쳐 있었고, 몸은 땀으로 꽤재재하고 동전 가방까지 들고 있어, 꼭 가출소년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한참 동안 번호표 뽑는 기계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발견하지 못하다가 내 등에 무언가 부딪혀서 번호표 뽑는 기계인 걸 알았다. 나는 번호표를 뽑아들었다. '65'라는 숫자였다.
이제 엄마가 말한 대로, 의자에 앉아 내 번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바로 '65'라는 번호가 전광판에 뜨며, '육십오! 육십 오번 고객님!' 하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가방에서 통장과 동전 봉지들을 꺼내 내밀었다. "예금이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네~" 여자 직원은 대답과 함께 100원짜리 봉투는 기계에 넣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 기계가 바로 돈을 세는 기계일 거야!' 그런데 나머지 동전들은 기계에 넣지 않고 손으로 직접 세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척척 한번에 10개씩 모아 세니,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직원은 나에게 통장을 내밀었다. 나는 "안녕히 계세요!" 말하고서는 도망치듯 은행 문을 나섰다. '내가 해냈어! 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통장을 가슴에 대고 성취감을 천천히 느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끔찍했다. 오르막길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든 파같이 되어 온몸에 힘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곳에는 계속 힘이 들어가 있었다. 통장을 꼭 잡은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