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아저씨, 괜찮아요!

2010. 6. 19. 09:00일기

<박주영 아저씨, 괜찮아요!>
2010.06.18 금요일

오늘 아침은, 등교길에서부터 온통 월드컵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난 번 우리나라가 그리스 전에서 이겼을 때처럼, 승리의 기쁨에 취해서 신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 진짜! 어제, 진짜 빡치더라!", "그러 게, 선취골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박주영, 팀에서 빼 버려! 자책골이나 넣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국가대표 축구 선수나 되는 듯이, 인상을 쓰며 짜증난다는 투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패배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한결같이 "야, 어제 월드컵에서 박주영이...", "차라리 게 빼고, 우리 반 인환이나 우형이를 넣는게 더 낫겠다!" 하는 소리로 입을 모았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광석이는 "드디어 우리의 대표 공격수 박주영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컵 첫 골문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자책골! 우와~!" 하고 중계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비난의 강도가 셀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일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틀어지면, 책임질 만한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고 비난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도마에 오른 것이, 우리나라의 등번호 10번 유망주 스트라이커 박주영 선수다. 나도 처음엔 박주영 선수가 자책골을 넣은 게 너무 안타까와서, 무척 화가 나고 어이없었다.

아이들은 만약 이자리에 박주영 선수가 있다면, 두들겨 패줄 기세로 험악하게 눈을 굴리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내 친구 석희와 경훈이는 "그때,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시야를 가리고, 옹기종기 붙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너무 뭐라하지 말자~!" 하는 것이었다. 난 석희와 경훈이의 태도에 암~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내가 4학년 때 처음 전학 와서 자책골을 넣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정말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싸늘한 분위기, 옆에서 째려보고, 가끔씩은 터져나오는 내 이야기! 나한테 대놓고 말하면 차라리 괜찮다. 하지만, 뒤에서 욕을 하는 것은 정말로 한숨이 나오고 죽고 싶다. 몇 번이나 시간을 그전으로 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애가 끓고, 캄캄한 벽에 꽉 막힌 느낌이 든다. 지금 박주영 선수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얼마나 자책할까? 너무 불안할 것이다. 자신을 믿고 있는 국민들의 성원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 것이다.

비록 졌다. 그리고 자책골도 넣었다. 하지만 박주영 아저씨가 이것 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아저씨가 자책감에 힘을 잃고 오래 쓰러져서 기운을 차리지 않으면, 더 슬퍼할 거라는 걸! 우리나라는 비록 아르헨티나에게 지긴 했어도 월드컵 대회는 아직 끝나지는 않았어요. 다음 번엔 훌훌 털고 일어나서 멋지게 싸워주세요! 비록 이번에 자책골을 넣고 참패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오히려 이번 일은 값진 경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박주영 아저씨,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