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는 날

2010. 6. 16. 09:00일기

<머리 깎는 날>
2010.06 15 화요일

나는 평소에 머리 자르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머리카락이 어깨에 올때까지 기르겠다고 언제나 아빠, 엄마에게 벼르듯이 말하고는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길러서 어디에 쓰지? 더 덥기만 하고. 껌이 달라붙을 지도 몰라! 생각해보니 내가 도대체 왜 머리를 기르자고 고집했을까?'

예전에 나는 머리를 기른 사람 중에, 멋진 사람을 몇몇 본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꼭 머리를 길러야만 멋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대머리여도 멋있는 사람이 있듯이! 그래서 바람도 맞을 겸, 내킨 김에 엄마, 아빠에게 "엄마, 아빠! 우리 자전거 타고, 머리 자르러가요!" 말했다.

지금까지 나는 엄마, 아빠가 강제로 끌고가지 않으면, 절대 머리를 자른다고 스스로 말한 적이 없다. 엄마,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그말 정말이니? 누가 협박이라도 했어?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하시며 입을 모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머리를 깎기 싫어하는 큰이유 중 하나는, 너무 간지럽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머리를 처음 깎은 뒤로 13살이 다 된 지금까지, 간지러움을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머리 뒷부분, 뒷목을 바리깡으로 밀때는 간지럽다 못해, 어지럽고 쓰러질 지경이다. 목을 움츠리고 자지러질 것 같이 웃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가락 끝을 꼬집어가면서 웃음을 참았다. 간지러울 때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손가락 여기 저기를 세게 꼬집어 다시 울상이 되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눈은 튀어나올 것 같이 올록볼록 느껴지고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이 기분이란? 결국 이번에는 웃음을 참고 끝까지 견뎌냈다.

아빠가 특별히 머리를 감겨주시겠다고 했다. 아빠는 머리에다가 시원한 샴푸로 몽실몽실 거품을 낸다음, 시원한 물로 헹구어 주셨다. 깎은 머리로 자전거를 타니, 더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문을 열자마자 와! 예쁘다고 소리를 지르셨다. 거울을 보니 내가 봐도 시원하고 탁 트인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면 수잔 보일의 스타일 같기도 하고! 아무튼 시원하고 좋단 말 밖에 할말이 없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머리 깎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