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를 만나다!

2010. 6. 13. 09:30일기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는데도, (소리 내서 말했어도 알아듣지 못했을 것인데) 그 검은 물체는 가로등 위에 정확히 앉아서, 목을 길게 빼고 검은 눈을 또랑또랑 밝히며 나를 보는 것이었다. 난 너무 신기했다.

"울어봐, 까악까악..." 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살짝 말을 건넸다. 그 검은 생명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목을 길게 빼고 몸을 앞으로 당긴 채, 날개 뒤쪽을 살짝 펴고서 검은 부리를 뻥끗 뻥끗하며 "까악!~까악~!" 하고 울었다. 그렇다. 바로 까마귀였다! 나는 주변에서 까마귀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서, 까마귀에 대해 조금은 거부감이 있었는데, 지금 그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검은색 이미지와 다르게, 가로등 위 태양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까마귀! 박쥐처럼 비겁해 보이지도 않고 마음에 쏙 들었다. 태양에 비단결처럼 빛나는 깃털은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 매너있고 대화도 통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어떤 아이가 와서 가로등을 발로 차, 까마귀가 날아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런~ 까마귀보다 교양이 없기도!

난 까마귀가 건널목을 건너 4단지 아파트 쪽으로,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치고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을 아~ 하고 바라보다, "이크! 지각이군!" 하면서 학교로 발을 옮겼다. 집에 와서 조사를 해보니 많은 사람이 까마귀가 흉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사상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가 좋은 상징이라고 하며, 얼마 전엔 까마귀의 지능 수준이 침팬지, 개보다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까마귀에게 먹을 것을 몇 번 주었더니, 까마귀가 철사, 죽은 쥐로 보답해 주었다는 실화도 있고, 무리 안에 늙은 까마귀가 있다면, 챙겨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말 옛날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알면 알수록 마음에 꼭 드는 동물이다.

까마귀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