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줄다리기

2010. 5. 16. 09:02일기

<영광의 줄다리기>
2010.05.13 목요일

6교시 합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교실 뒤에 줄을 서서, 운동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오늘은 줄다리기를 할 거예요!"라고 예고해 주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들 입에서는 "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분위기가 부풀어지다가 가라앉아버려 김이 빠진 빵처럼! 우리 반은 언제나 줄다리기를 하면, 5등 아니면 꼴찌를 하였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나가서 6학년 4반과 대결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큰둥하였다. 경훈이는 벌써부터 "졌어, 졌네~" 하였다. 우리 반과 4반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이기면 준결승에 나갈 수 있다. 나는 키가 큰 아이들과 앞에 있어선지,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징소리가 "댕엥~" 울리고 일제히 모든 아이가 일어나 줄을 잡아당겼다. 승부는 팽팽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온 힘과 무게를 담아 몸을 뒤로 눕힐 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았다. 웬걸? 아이들은 우리 반이 꼴찌라는 생각 때문에, 자포자기하여 건성으로 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우리 반의 눈은 불이라도 번질 듯이 이글거렸고, 이는 뿌드득 소리 나게 악물고, 얼굴에 주름을 잔뜩 잡은 채 "캬아~!" 하고 기합 소리를 넣어가며 줄을 당겼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힘이 나서 "으아아악~!" 하며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우리는 4반을 3경기에서 2번 이기고 준결승에 올라갔다.

그런데 준결승 상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5반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5반에 무기력하게 져 본 경험이 많아 사기가 한풀 꺾였다. 우리는 그래도 4반을 이겨본 뒷심을 발휘해 5반을 연속 2번 이겼다. 5반은 어이없게 우리에게 소가 끌려가듯 완전히 지고 말았다. 나는 전에 5반이 우리 반을 비웃던 걸 기억하고 꼬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우리 결승까지 가보는 거야!" 나는 온몸에 불 끓는 열을 참지 못하고 소리질렀다. 이제 우리는 천하무적의 줄다리기 선수들이 되어 결승 상대 1반을 제압했다. 우리는 시합을 하기 전부터 불끈~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는 승부욕에 불타 있었고, 1반은 '지면 2등인데 뭘~' 하는 분위기라 승부는 너무 쉽게 갈렸다. 우리 반이 좋아하는 모습을 어떻게 말로 다하랴? 선생님께서 "우리 반 정말 잘했어요!" 하시는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들려왔다.

영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