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의 모험

2010. 6. 1. 09:00일기

<불국사의 모험>
2010.05.28 금요일

지금 나는 불국사 입구에 있다. 두 개의 큰 돌계단이 왼쪽과 오른쪽에 버티고 있고, 계단 꼭대기 위로 거대한 절 문이 보이는 곳에, 경훈이와 은철이랑 같이 서 있다.

2박 3일 수학여행의 절정! 교과서에서 상상만 하던 그곳에 지금 와 있는 것이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가지고 고개를 휙휙 돌리면서, "드디어 불국사다! 길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야겠는 걸!" 하고 말했다. 그러자 경훈이도 막막한 듯이 "그래, 정말 넓다!" 했다.

그런데 불국사 계단은 올라갈 수가 없다. 이것은 국보 21호, 22호로 지정된, 연화교, 칠보교, 청운교, 백운교이다. 교과서에서는 마음껏 다닐 수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 걸어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초록색 이끼가 낀 튀튀한 느낌의 이 계단이 국보라는 게 조금 낯설었다. 우리는 계단 오른쪽에 난 언덕으로 올라갔다.

절 안은 의정부 제일시장만큼 넓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아빠 2배에다 반만큼 컸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세련되었을 거라 상상했는데, 세련되기보다는 크고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은 어찌나 많던지! 나는 "꼭 스님들의 도시 같지 않냐?" 놀라 했고, 경훈이는 "그래, 딱 그거네! 스님들의 도시!"하고 맞장구쳤다. 우리는 교관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과제를 받았다. 불국사 안에 있는 일곱 가지 보물의 이름과 뜻을 알아보고, 극락전 황금 멧돼지에 소원을 빌고 오는 것이다.

절 문은 아무리 지나고, 또 지나도 새로운 절이 나왔다. 어떤 절에서는 안이 아주 크게 구멍이 나 있어서 불상을 볼 수 있었다. 황금빛의 그 불상은 왠지 웅장하고,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금속 불상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특히 그 부처님의 손모양이 신기하였다. 왼손을 주먹 쥔 채 엄지손가락만 위로 올리고, 오른손으로 그 엄지손가락을 감싸쥔 모습이, 꼭 칼에 손가락이 베어서 쥐어 싸고 끙끙거리는 내 모습 같았다.

여러 절을 지나치다 보니, 스님이 방석에 앉아 목탁을 따악, 따악~ 두드리며, 무슨 마법주문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주위에 구경하는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요란스럽게 떠드는데도, 정신을 집중하는 스님이 멋있어 보였다. 계단을 오르고 여러 절을 지나고, 문득 꼭대기 절에 와서 아래로 논밭처럼 펼쳐진, 구비구비 수없이 많은 기와지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경훈이와 은철이를 한번 바라보았다.

나는 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이 불국사에서, 같은 조로 맺어진 경훈이와 은철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만약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넓은 절에서 미아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나는 아까부터 한자를 잘해서 척척 이름을 맞혀온 경훈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헤헤. 경훈아, 네 한자실력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구나~!"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극락전과 황금 돼지는 보이지가 않았다.

스님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반 아이들에게 물어물어 찾아보았지만, 계속 빙빙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문득 우리가 절 깊은 곳에서만 미로처럼 돌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절 바깥쪽으로 나아갔다. 다시 절 입구로 돌아와, 문 하나만 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에 극락전이 있었다. 그리고 극락전이라고 쓰여있는 문패 뒤에 황금 돼지 나무 조각이 숨어 있었다. 소원을 빌면 절실하게 이루어진다는 곳!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할 때처럼 소원을 빌었다. '엄마랑 아빠랑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불국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