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철마야!

2010. 6. 7. 09:00일기

<달려라, 철마야!>
2010.06.06 일요일

현관문을 열어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데, 계단을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났다. 석희가 어느새 올라와 내 어깨를 잡으며 "상우, 잡았다!"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러 나온 석희와 나, 그리고 재호의 한편의 자전거를 탄, 서부 영화 같은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석희와 재호는 먼저 4단지 쪽으로 쭉~ 도망쳤다.

곧이어 나도 그들을 따라 달렸다. 영리한 석희는 큰길로 빠져서 멀리 나가는 듯하더니, 교묘하게 내 뒤로 다시 돌아와 달렸다. 그리고는 또 사라졌다. 나는 계속 헉헉거리면서 4단지를 돌았지만, 석희와 재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왠지 헛고생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 중앙공원으로 가보았다. 역시나! 자전거를 탄 재호와 석희가 매복해있었다.

석희와 재호는 눈치채고 "야, 상우다! 튀자!"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거기! 서!", "웃기고 자빠졌네!" 하면서 4단지를 활보하였다. 석희가 "상우는 자전거를 타본 지 얼마 안돼서 이런 오르막길은 오르지 못할 거야!" 하며 재호와 오르막길로 올라갔다. 나는 살짝 "그럴까? 흠흠흠~!" 하며 가볍게 오르막길을 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재호가 뒤처지고, 재호는 "허허허... 으아악! 빨리!" 하며 도망쳤다.

나는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았다. 내 등줄기와 이마에서는 바위에서 물이 솟구치듯이 땀방울이 흘렀고, 그 땀은 쉬지 않고 바람처럼 휘날렸다. 어느새 주차장까지 이어져서 우리 셋은 주차장까지 들어갔다. 어두운 주차장 속에서, 우리는 "꺄르륵!", "거기, 서라!", "시러어어어악!" 고함을 치면서 빙빙 돌았다. 그런데 내가 잘못해서 길을 내어줘, 석희와 재호는 재빨리 "히이힝!" 하며 도망쳤다.

나는 따라 올라가려다가 속력이 나지 않아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다. 아이들은 이미 멀리 가버렸고, 주차장에서 나온 나는 여기가 어디지? 하며 기우뚱거렸다. 주차장 바깥이 너무 밝고 눈부셔서, 낯선 세상에 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향을 돌려서 순찰하려는 순간, 재호의 붉은 옷이 계단 너머 3단지 쪽에서 언뜻 보였다. 나는 숨죽여 살금살금 뒤를 따라갔다. 재호와 석희가 석희집 307동 앞에 왔을 때, 석희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챘다!

석희가 "으악! 상우다! 재호야, 도망쳐~!" 라고 소리치며, 다시 자전거 페달을 잽싸게 밟았다. 재호도 "오, 오오?" 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도망쳤다. 나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 하면서 잽싸게 자전거에 올라타 속도를 냈다. 그리고 어느새 3단지를 나와서 큰 도로로 나왔다. 약간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이라서, 조금 내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손잡이를 꽉 쥐고 다리에 있는 힘껏 페달을 밟고, 코와 이마에 주름을 잡고 "으아 자자! 달려라, 철마야~!" 소리쳤다.

그러자 점점 나와 재호의 격차가 좁아지더니, 팔만 뻗으면 재호가 잡힌다. 재호는 뒤를 살짝 보고는 "으갸갸갹~!"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뒤에 재호가 곧 멈춰 서더니, "하아~ 하아~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됐어!" 하고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아쉬운 재호와 석희와의 자전거 경주는 이것으로 막을 내려야 했지만, 정말로 시원하고 개운한 게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나와 석희는 마지막으로 지하 주차장을 돌며, "내일은 잘 타는 민석이도 불러서, 자전거 타기를 같이하는 거야!" 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달려라, 철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