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 올라

2010. 5. 11. 09:00일기

<전망대에 올라>
2010.05.08 토요일

우리는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옆으로 경사가 져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2층이 기다린다. 그리고 계단, 또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꼭대기 층 전망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자, 갑자기 쉬할 때처럼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오드들~ 떨려왔다. 전망대에서는 위이이잉~ 꼭 배고픈 사냥개의 울음소리처럼, 바람 소리가 울리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후으음, 하아아~! 전망대에 오르니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우와아~!" 처음 전망대 꼭대기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온 말은 오직 이말 뿐이었다. "우와아~!" 금방이라도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천장 없이 뻥 뚫린 위로는 시원한 바람이 내리 꽂혔다. 내 어깨만큼 한 유리 난간이 있고 발아래로도 구멍이 있어, 꼭 바람 막을 것 없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허허벌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은 내 몸에 흡수되듯이, 내 옷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시원하게 나를 감쌌다. 이 바람을 타고 저 뻥~ 뚫려버린 하늘로, 빨려가듯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위로는 파란 하늘이 있었고, 눈앞에 지는 태양이 마지막 빛을 뿜어내면서, 하늘 도화지를 눈부신 주황빛으로 잔뜩 물들였다. 이곳에서 세상을 보니, 너무 길다 불평하며 걸어온 길이,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져보였다.

난간에 매달려 집중하고 있으면, 너무 높은 전망대가 살짝살짝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 세상 전체가 하나의 실험실 표본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왠지 이 세상을 벗어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기도 했다. 산너머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꼭 갈색의 바닷물결처럼 뭉쳐 있었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장난감 인형같이 보였다. 너무 많은 것이 보인 나머지,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남산타워마저도 파리의 에펠탑인가? 착각이 들어버릴 정도였다.

엄마는 전망대가 너무 높아서 무서우신지, 전망대 가운데에 서서 "오오오~" 하며, 경치를 보러 앞으로 몇 발짝 나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이, 꼭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계시는 것 같았다. 아빠는 실험실에 오셔서 관찰하는 과학자처럼,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계셨다. 영우는 손가락으로 수많은 집을 가리키며, "저기에 할머니 댁이 있어! 바로 저기야, 봐봐! 저길 보라구! 나는 다 기억해!" 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와 기분이 좋은지, 쉴 새 없이 아는 척을 했다.

내 아래에는 산꼭대기 나무가 있고, 초록빛, 금빛으로 빛나는 세상이 있으니, 나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나무가 되어 빛나는 것 같았다. 웬만한 스트레스나 피로를 풀리는 것 같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신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엄마, 아빠가 내가 어버이날 선물로 드린 카네이션을 꽂고 전망대에 올라, 이 빛나는 세상을 함께 내려다보았다는 것이다!

전망대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