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을 한 줄다리기

2010. 4. 10. 09:21일기

<5등을 한 줄다리기>
2010.04.08 목요일

오늘 우리 반은 일찍부터, 6교시 합동 체육 시간에 줄다리기를 한다는 소문에 웅성거렸다. 나는 줄넘기나 힘을 많이 빼는 운동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줄다리기가 은근히 기다려졌다.

드디어 6교시 합체 시간, 운동장에는 기다란 밧줄이 놓여 있었다. 아주 길고 내 팔뚝만 한 굵기에, 크고 튼튼한 새끼줄로 만든 밧줄이었다.

일단은 몸 풀기 운동을 하고, 선생님께서 짜신 대진표대로, 6학년 1반과 6반이 먼저 경기를 하였다. 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서 할 줄 알았는데... "자, 준비!" 5반 선생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모든 아이는 숨을 죽였다.

"뎅~에엥~" 징소리가 웅장하게 울리고, 1반과 6반이 일제히 일어서서 줄을 잡고 잡아당겼다. 동시에 응원하는 아이들도 "와! 와!"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는 1반과 가까워서 주로 1반을 응원했는데, 나는 1반과 6반을 번갈아가며 응원했다.

줄다리기 하는 아이들은 똥 누듯 표정을 지으며, 자기 쪽으로 막 잡아당기려 안간힘을 썼고, 응원하는 아이들은 멋모르고 소리 지르다가 차츰 질서를 잡고 "1반, 짝짝짝!" 하며 흥겹게 응원했다. 드디어 우리 2반과 5반의 대결이다. 5반에는 친한 친구 석희가 있는 반이라 기분이 묘했다.

우리 선생님은 키가 큰 아이들 순으로, 앞에서 가깝게 지그재그로 배치하셨다. 하지만, 나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줄다리기를 시작했을 때, 줄만 들고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아마 우리 반 아이들은 나처럼 어리벙벙한 상태였나 보다. 줄이 5반 쪽으로 홱 쏠려서, 호리호리한 아이들은 옆으로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다시 힘을 모아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차이가 벌어져서 그런지 젖먹던 힘까지 다했는데도 지고 말았다. 5반은 석희를 비롯해 모든 아이들이 "예!" 하며 손을 들고 날뛰었다. 그러나 3반하고 시합을 할 때에는, 우리는 이제 지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더 세게 줄을 당겨 이겼다. 선생님도 우리 옆에서 "이번에는 지면 안돼~! 5등이라도 해야지~!" 하시며, 김연아 선수의 오서 코치처럼 응원하셨다.

5등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