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2010. 4. 13. 08:07일기

<목욕탕에서>
2010.04.11 일요일

찰방! 첨덩! 내가 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난 소리였다. 나는 점점 더 물속으로 다가가서 온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계속 좋지 않고, 물만 마셔도 토를 하였다. 하지만, 힘을 내어 가족과 함께 '용암천' 목욕탕으로 목욕을 왔다.

그 목욕탕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원한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니, 내 몸이 물에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다.

나는 온몸에 힘을 빼고 뒤로 넘어가듯, 철퍼덕~ 소리와 함께 몸을 일자로 하고 누웠다. 물 위에 둥둥 떠있으니 꼭 하늘 위에 떠있는 것 같다. 내 몸을 받치는 물은 시원했고, 꼭 침대처럼 부드러웠다. 찰랑찰랑한 물이 내 몸을 안아주고, 요람같이 나를 둥개둥개 흔들어주어, 아주 어릴 적에 엄마가 흔들어주던 게 생각나서 신비롭고 마음이 다 편안했다.

그런데 내가 물에 녹아갈 때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어 물살이 세져서 휴식을 방해했다. 나는 바다 속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잠수해서 물을 헤집고 다녔다. 물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가끔 보이는 사람들의 다리는 흐느적흐느적, 저벅저벅 걷는 미지의 생명체처럼 보이고, 물도 신비한 생명체처럼 내게로 와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팔로 텀프, 텀프~ 물을 튕겨내고, 발을 슈숙~ 구르기도 하며 얼굴을 물속에 넣었다가 뺐다 했다. 나는 또 폭풍이 쳐, 배가 난파되었다는 상상을 하며 물에 빠진 척했다가, 커튼을 열듯이 물살을 가뿐하게 가르고 헤엄을 계속 쳤다. 그러다가 영우와 아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물에서는 엄청나게 힘이 세진다는 사실이다.

영우와 나는 상어처럼 서로 몸을 덮치기 놀이를 했고, 아빠는 영우와 나를 뜯어말리듯이 물속에서 두 팔로 안고 한 명씩 내던지기를 했다. 우리는 으아아~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풍덩!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놀다 보니 몸은 어느새 미역처럼 늘어졌다. 하지만, 탕에서 나왔을 때 내 몸은 다 나은 것 같았다. 부드러운 물이 치료를 해주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