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더를 타고 날아요!

2010. 4. 29. 09:00일기

<트라이더를 타고 날아요!>
2010.04.25 일요일

조금은 늦은 저녁에 가족과 걸어나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였다. 나는 시험공부에 매달려 있다가 오랜만에 트라이더라는 기구를 타고, 초저녁에 자유로운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트라이더는 킥보드 비슷한 형태인데, 발판이 양쪽에 한 개씩 있고 다리를 오므렸다가 벌렸다가 하면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기구다. 자전거도 인라인 스케이트도 썩 잘 타지 못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운동 기구였다.

나는 오랜만에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트라이더를 타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영우랑 나는 교대로 트라이더를 탔는데, 서로 한 바퀴만 한 바퀴만 하면서 더 욕심을 내다가, 꽥~하고 으르렁대며 싸우기까지 했다. 엄마는 화가 나서 트라이더를 압수하려 하셨다.

트라이더는 아스팔트 평지 위를 달리는 게, 샤~ 미끄러져서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아스팔트 길은 차도라서 조금 위험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옆길과 놀이터에 깔린, 고무로 된 길을 달리면 너무 뻑뻑해서 잘 움직이질 않고, 벽돌길로 달리면 길이 울퉁불퉁해서 온몸이 덜덜 떨려서 재밌다. 난 여러 가지 길을 통과하며 트라이더를 즐겼다.

하지만, 언제나 아쉬운 것은 우리 집앞이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라서, 지금 내 힘으로는 도저히 트라이더를 타고 거슬러 갈 수가 없었다. 오늘도 그 가팔라 보이기만 하는 내리막에 멈춰 서서, 나는 거슬러 오르기를 포기한 연어처럼 언덕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왠지 지금 이 언덕 하나도 제대로 넘지 못하는 내가, 평생 이런 인생을 살게 될까? 겁이 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이야아압~!" 하는 우렁찬 소리가 들리며, 아빠가 내 등을 밀고 달리시는 것이었다. 나도 바짝 힘을 내서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꼭 몸이 가벼워지면서 공중으로 붕 떠 밤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눈과 코와 목을 통과해 심장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세상을 타고나는 바람 중에 제일 빠른 바람이야! 생각하며 우오후후~ 고함을 질렀다. 밤하늘에 숨은 별도, 폭죽처럼 번쩍거리며 잘 보였다.

트라이더를 타고 날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