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태양

2009. 12. 5. 09:00일기

<기적의 태양>
2009.12.03 목요일

5교시 과학 시간 그렇게 기다려왔던, 우리가 사는 태양계를 배우는 우주 단원에 처음 들어갔다. "모두 과학책 65쪽을 펴세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아이들은 모두 매끄럽게 수루락~ 책을 펼쳤다.

우주 단원의 첫 장은, 보석처럼 총총총 우주에 박힌 별들과 인공위성, 그리고 가장 멀리에서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그림으로 시작하였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마치 내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우주와 맞닥뜨린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선생님께서 리모컨을 멋지게 잡고 TV 화면 쪽으로 손을 쭉 뻗어 버튼을 누르셨다. TV에는 과학책과 비슷한 그림이 떴다. 선생님이 바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마우스를 토돗~ 네 번 누르시고 나니까, TV 속 그림 위에 노란색 네 가지 글귀들이 찬찬 나타났다. 선생님께서 그 글귀를 차례차례 설명해주셨다. "이번에 배울 과목은 넓은 우주에서, 우리의 태양계에 대한 과목이예요. 첫 시간에는 태양계의 가족들을 알아보고, 둘째 시간에 태양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셋째 시간에는 태양계 행성의 특성을 알아보고, 넷째 시간에는 간단한 기구로 관찰을 해볼 거예요. 오늘은 태양계의 가족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반은 태양계의 가족에 대한 명칭과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 내행성, 지구 바깥에 있는 외행성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는 불처럼 이글거리는 태양의 사진만 보아도 열기가 느껴져 머리끝에서 구슬땀이 흐를 정도로 집중되었다. 그리고 10살 때 동해에서 처음 해돋이를 보았을 때의 감격도 떠올랐다. 나는 태양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만큼 태양을 좋아한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제일 많이 하는 놀이가 운동장 스탠드에 크게 팔을 벌리고 누워 햇볕을 쪼이는 것이다. 흐린 날에도 햇빛만 나면 이상하게 처진 어깨가 확 펴지고, 무언가 당장 해치우고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아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드디어 태양계의 왕, 태양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행성 중에 가장 움직임이 불규칙한 이 태양이란 녀석은, 자기장 파가 두 개로 나뉘지 않고 삐죽삐죽 뻗친 머리칼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빨갛고 듬직하기만 한 태양의 모습이 속에서는 아주 예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은 내부의 핵융합 과정을 거쳐서 단 1초마다,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해 낸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무서운 놈이다. 그 엄청난 위력이 모든 생명의 원천이 된다! 정말 신비하지 않은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들이 움직여서 태양을 이뤄내고, 그 태양이 생명을 만들어내다니 기적의 태양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동영상을 보면서 태양이 꺼질 가능성이 있는지? 태양은 얼마나 지속하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졌는지? 태양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을 동안 인류가 태양 관광을 한다면, 꼭 그 에너지를 내 몸에 한껏 담아 돌아오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 에너지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오래 살게 하고, 전쟁을 없애고, 환경 자동차를 만들고, 추운 곳에 골고루 빛을 나누어 준 다음, 마지막 힘을 다 쏟아서 우주의 끝에 가보리라! 하고 생각하는 순간, 무엇에 뜨악~ 맞은 것처럼 아찔해서 머리를 흔들었는데, 태양의 마법이 우리 반에 나타나 있는 걸 보고 웃었다. 평소에 개구쟁이였던 중진이가 처음으로 고민하듯 무섭도록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았고, 아이들 전부 태양계의 중력으로 잡아당겨지는 별처럼 넋을 놓고 그 화면에 빨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적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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