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의 라틴 댄스
2009. 11. 23. 14:43ㆍ일기
<추운 날의 라틴 댄스>
2009.11.22 일요일
포천 허브 아일랜드 연못은 벌써 살얼음이 얼었다. 추워서 덜덜 떨며 걷다가, 우리는 라틴 댄스 공연을 하는 임시 야외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야외무대를 둘러싼 울타리 바깥에서 공연을 지켜보았다.
나무로 만든 무대 끝 사람들 앞으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어린 무용수들이 줄지어 걸어나왔다. 모두 석고상같이 하얀 얼굴에 고양이처럼 길게 올라간 눈 분장을 하였다.
남자 아이들은 가슴이 파진 검은 블라우스에 꽉 끼는 검은 바지를 입었고, 여자 아이들은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같이 거의 살이 드러나는 무대 옷을 입고 나왔는데, 바람이 차가운데다 빗방울까지 날려서 참 딱해보였다. 대부분 키는 나보다 조금 커 보이는데, 몸은 내 반쪽만큼 말랐을까? 추워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다 얼굴이 굳은 마네킹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오른팔을 배에 대고 고개를 숙인 채, 왼팔을 뻣뻣하게 펴서 위로 올리고 두 다리를 앞뒤로 쭈와악 편 자세로 인사하였다. 아이들은 다시 뒤로 물러섰다가, 손에 하얀 풍선을 한 움큼씩 들고 나와 대열을 맞춘 다음, 마법사처럼 손을 부드럽게 펼치면서 양팔을 벌리며 풍선을 주루룩 날려보냈다. 여러 개의 풍선이 꼭 풍선 모양의 하얀 물고기처럼, 조를조를 헤엄쳐서 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풍선을 바라보며 우와아~ 입을 벌렸다.
다시 무대를 바라보니,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영우 또래 정도로 보이는 제일 작은 여자아이와, 제일 작은 남자 아이가 나와 아까 전 그 자세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 아이들이 넘어지지나 않을까?' 은근 걱정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두 아이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음악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기세로 춤을 추었다. 마주 보고 두 손을 꽉 잡고, 격렬한 음악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럽게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서로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가 뒤로 허리를 꺾으며 팔을 부채처럼 착착 펼치고, 여전히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동작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저렇게 동작을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며 혼이 났을까? 또 살을 에는 추위에 야외에서 춤을 추는 건 왜일까?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 위해 경험을 쌓는 것일까? 아니면 돈을 벌려고 벌써 생존 현장으로 뛰어든 것일까? 만약 내가 저 어린이 무용수와 같은 입장이라면 잘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여러 생각이 스쳐가면서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춤을 열심히 추고 몰입할수록 무언가를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굳었던 아이들의 표정도 적응되어 점점 밝아지고, 사람들의 손뼉과 탄성 소리도 커지고, 나도 모르게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을 툭투닥 움직이고, 얼음같이 차갑기만 했던 허브 아일랜드가 후끈한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2009.11.22 일요일
포천 허브 아일랜드 연못은 벌써 살얼음이 얼었다. 추워서 덜덜 떨며 걷다가, 우리는 라틴 댄스 공연을 하는 임시 야외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야외무대를 둘러싼 울타리 바깥에서 공연을 지켜보았다.
나무로 만든 무대 끝 사람들 앞으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어린 무용수들이 줄지어 걸어나왔다. 모두 석고상같이 하얀 얼굴에 고양이처럼 길게 올라간 눈 분장을 하였다.
남자 아이들은 가슴이 파진 검은 블라우스에 꽉 끼는 검은 바지를 입었고, 여자 아이들은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같이 거의 살이 드러나는 무대 옷을 입고 나왔는데, 바람이 차가운데다 빗방울까지 날려서 참 딱해보였다. 대부분 키는 나보다 조금 커 보이는데, 몸은 내 반쪽만큼 말랐을까? 추워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다 얼굴이 굳은 마네킹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오른팔을 배에 대고 고개를 숙인 채, 왼팔을 뻣뻣하게 펴서 위로 올리고 두 다리를 앞뒤로 쭈와악 편 자세로 인사하였다. 아이들은 다시 뒤로 물러섰다가, 손에 하얀 풍선을 한 움큼씩 들고 나와 대열을 맞춘 다음, 마법사처럼 손을 부드럽게 펼치면서 양팔을 벌리며 풍선을 주루룩 날려보냈다. 여러 개의 풍선이 꼭 풍선 모양의 하얀 물고기처럼, 조를조를 헤엄쳐서 구름이 가득한 하늘로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풍선을 바라보며 우와아~ 입을 벌렸다.
다시 무대를 바라보니,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영우 또래 정도로 보이는 제일 작은 여자아이와, 제일 작은 남자 아이가 나와 아까 전 그 자세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 아이들이 넘어지지나 않을까?' 은근 걱정이 되었는데, 놀랍게도 두 아이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음악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기세로 춤을 추었다. 마주 보고 두 손을 꽉 잡고, 격렬한 음악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럽게 무대를 누비고 다녔다.
서로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가 뒤로 허리를 꺾으며 팔을 부채처럼 착착 펼치고, 여전히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동작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저렇게 동작을 맞추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으며 혼이 났을까? 또 살을 에는 추위에 야외에서 춤을 추는 건 왜일까?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 위해 경험을 쌓는 것일까? 아니면 돈을 벌려고 벌써 생존 현장으로 뛰어든 것일까? 만약 내가 저 어린이 무용수와 같은 입장이라면 잘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여러 생각이 스쳐가면서 갈수록 또렷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들이 춤을 열심히 추고 몰입할수록 무언가를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굳었던 아이들의 표정도 적응되어 점점 밝아지고, 사람들의 손뼉과 탄성 소리도 커지고, 나도 모르게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을 툭투닥 움직이고, 얼음같이 차갑기만 했던 허브 아일랜드가 후끈한 기운이 넘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