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두 공기
2009. 11. 26. 09:00ㆍ일기
<밥 두 공기>
2009.11.24 화요일
오늘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에 갔다. 그래서 오전 내내 배가 고팠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아주 질고 맛없던 밥도 옛날처럼 아쉽고 그리워졌다.
배가 한번 고프기 시작하니 뱃속에서 고골고골 앓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밑으로 폭삭 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때때로 혀를 힘없이 쏙 내밀고, 손으로 꽈르륵거리는 배를 계속 사알살 문지르며 달래주어야 했다.
급식 시간이 되자 나는 오징어 볶음을 밥에 비벼서 푸바바밥!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그러나 활활 타는 소각로에 휴지 한 조각 넣은 느낌이 들 뿐, 별로 배가 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밥을 열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수업 끝나고 1학년 6반 교실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책상 위에 의자를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손목에 힘줄이 툭 끊어져 나가는 것처럼 후둘거렸고, 빗자루로 교실바닥을 쓰는 그 시간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식탁으로 덤벼들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떡~하니 나를 반기는 것 같이 빛났다. "엄마! 밥 주세요!" 나는 손을 높이 들고 외쳤다. 그러나 엄마는 바쁘신지 "밥? 급식 안 먹었어?" 하며 시큰둥하게 말하셨다. 난 밥부터 축내는 것 같아 왠지 미안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태양빛을 받은 거대한 밥그릇이 내 앞으로 날개를 달고 천천히 내려앉는 상상으로 꽉 차있었다.
드디어 엄마가 밥을 차리며 "힘들었지? 많이 먹어!" 하셨다. 그런데 어제저녁에 먹었던 끈적끈적하고 혀에 쩌업~ 달라붙던 진밥인 걸 알고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진밥이든 된밥이든 배고픈데 무슨 상관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도 고맙지! 하고 얼른 한숟갈 어웁~ 떠먹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밥맛이 정말 환상이었다.
분명히 어제는 찐득찐득했었는데, 오늘은 딱 입에 잘 달라붙고 누른 밥알이 한알 한알 보석 같이 빛이 났다. 밥에다 김치를 얹어 먹으니 매콤 아삭아삭하면서도, 보슬보슬하고 따뜻하고 탱탱했다. 김치와 메추리알 장조림, 시금치 그리고 이름모를 맛있는 나물로 한 끼를 뚝딱 해치우니 자동차 엔진이 뛰듯이 점점 더 식욕이 올라갔다. 내 위는 괴물처럼 아직도 입을 쩌억 벌리고 더 채워달라고 꿈쩍 않고!
나는 밥솥으로 고개를 휙~ 돌려서 밥솥과 밥그릇을 도래도래 이어서 바라보고, 쭉 일어나서 의자를 뒤로 밀고 밥그릇을 두 손으로 꽉 잡고, 두듬두듬 밥솥 앞으로 걸어갔다. 끼익 밥솥을 여니 연기가 푸이유~ 나오고, 그 속에서 황금빛 밥알들이 어서 나를 먹어달라는 듯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주걱으로 크게 두 번 떠서 다시 한번 푸짐하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니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아! 이런 게 포만감이구나! 아무리 누른 밥이라도 내 생각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2009.11.24 화요일
오늘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에 갔다. 그래서 오전 내내 배가 고팠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아주 질고 맛없던 밥도 옛날처럼 아쉽고 그리워졌다.
배가 한번 고프기 시작하니 뱃속에서 고골고골 앓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밑으로 폭삭 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때때로 혀를 힘없이 쏙 내밀고, 손으로 꽈르륵거리는 배를 계속 사알살 문지르며 달래주어야 했다.
급식 시간이 되자 나는 오징어 볶음을 밥에 비벼서 푸바바밥!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그러나 활활 타는 소각로에 휴지 한 조각 넣은 느낌이 들 뿐, 별로 배가 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밥을 열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수업 끝나고 1학년 6반 교실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책상 위에 의자를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손목에 힘줄이 툭 끊어져 나가는 것처럼 후둘거렸고, 빗자루로 교실바닥을 쓰는 그 시간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식탁으로 덤벼들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떡~하니 나를 반기는 것 같이 빛났다. "엄마! 밥 주세요!" 나는 손을 높이 들고 외쳤다. 그러나 엄마는 바쁘신지 "밥? 급식 안 먹었어?" 하며 시큰둥하게 말하셨다. 난 밥부터 축내는 것 같아 왠지 미안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은 태양빛을 받은 거대한 밥그릇이 내 앞으로 날개를 달고 천천히 내려앉는 상상으로 꽉 차있었다.
드디어 엄마가 밥을 차리며 "힘들었지? 많이 먹어!" 하셨다. 그런데 어제저녁에 먹었던 끈적끈적하고 혀에 쩌업~ 달라붙던 진밥인 걸 알고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진밥이든 된밥이든 배고픈데 무슨 상관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도 고맙지! 하고 얼른 한숟갈 어웁~ 떠먹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밥맛이 정말 환상이었다.
분명히 어제는 찐득찐득했었는데, 오늘은 딱 입에 잘 달라붙고 누른 밥알이 한알 한알 보석 같이 빛이 났다. 밥에다 김치를 얹어 먹으니 매콤 아삭아삭하면서도, 보슬보슬하고 따뜻하고 탱탱했다. 김치와 메추리알 장조림, 시금치 그리고 이름모를 맛있는 나물로 한 끼를 뚝딱 해치우니 자동차 엔진이 뛰듯이 점점 더 식욕이 올라갔다. 내 위는 괴물처럼 아직도 입을 쩌억 벌리고 더 채워달라고 꿈쩍 않고!
나는 밥솥으로 고개를 휙~ 돌려서 밥솥과 밥그릇을 도래도래 이어서 바라보고, 쭉 일어나서 의자를 뒤로 밀고 밥그릇을 두 손으로 꽉 잡고, 두듬두듬 밥솥 앞으로 걸어갔다. 끼익 밥솥을 여니 연기가 푸이유~ 나오고, 그 속에서 황금빛 밥알들이 어서 나를 먹어달라는 듯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주걱으로 크게 두 번 떠서 다시 한번 푸짐하게 먹었다. 그렇게 먹고 나니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아! 이런 게 포만감이구나! 아무리 누른 밥이라도 내 생각에 따라서 밥맛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