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죽음

2009. 5. 25. 08:55일기

<대통령의 죽음>
2009.05.23 토요일

내 나이 12살인 2009년 5월 23일 오늘, 나는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다가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는 얼굴이 자꾸 나오는데, 서거라고 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에 물고 있던 라면이 다시 나와 주르륵 흘러 떨어졌는데도 감각이 없었다. 김밥을 싸는 아주머니도 주인아저씨도 손님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자꾸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살을 하신 걸까?

최근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무슨 기업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검찰에게 불려나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보았다. 그것이 그렇게 대통령 할아버지를 힘들게 했을까? 언제 집어넣었는지 모르는 라면 줄기가, 목구멍에서 통째로 삼킨 달걀처럼 칵 메였다.

내가 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난해서 대학을 못 나왔지만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되고 나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어렵게 대통령이 된 분으로 알고 있다. 깨끗함을 자부심으로 알고, 권위를 부리지 않는 대통령이었다고 들었지만, 정작 대통령이었을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분을 잘 몰랐다. 그리고 대통령직을 마치고, 언젠가 뉴스에서 그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고향 마을에서 내 동생 나이쯤 되어 보이는 손녀 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하회탈같이 웃으며 달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한나라의 대통령을 지내셨던 위엄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냥 원래부터 시골에서 농사짓는 개구쟁이 할아버지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경상남도 봉하 마을에 가면, 농사짓는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와 즐겁게 사진 찍는 걸 보고, 나도 봉하마을에 놀러가게 되면 꼭 만나뵙고 사진도 찍어야지, 그리고 내 블로그 명함도 드려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밤늦게까지 그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며 비통한 침묵에 잠겼다. TV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자살 시도를 하고 서거하셨을 때까지 상황을 계속 보도하였다. 영우랑 내가 일주일을 기다렸던 심슨 가족 만화영화도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어도, 우리 가족 모두 깊은 슬픔에 떨고 있었다. 오늘은 나에게도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잊지 못할 슬픔의 날이 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우가 그린 대통령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