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어요! - 상우의 야영일기 2탄
2009. 6. 2. 19:08ㆍ일기
<밥을 지어요! - 상우의 야영일기 2탄>
2009.05.27 수요일
"아우, 야아~!" 우리 모둠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다. 낮 동안 고된 극기 훈련을 마치고, 태어나서 처음 우리 손으로 저녁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왔는데, 내가 그만 깜박하고 밥 지을 냄비를 안 가져온 것이다.
우리 모둠은 각자 분담해서 밥지을 준비물을 가져오기로 했었는데, 아침에 들떠서 엄마 옆에서 쌈채소하고 김치를 챙기며 떠들다가, 프라이팬만 가져오고, 냄비를 빠트리고 나왔으니 이제 어떡한다?
나는 울상이 되어 미안해 미안해거렸지만, 모두 배가 고파서 곧 어떻게 밥을 지어먹을지 상의에 돌입했다. 프라이팬에 밥을 지어먹자! 다른 조에서 꿔다 먹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자!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반 선생님께서 지나가다 아이디어를 주셨다. 먼저 가스버너 위에, 내가 쌈채소 담을 용도로 가져온, 약간 우묵한 모양의 양철 쟁반을 올려서, 얼음골 생수 한 통을 붓고, 쌀을 넣고 그 위에 프라이팬을 뒤집어 덮어 뚜껑이 되게 하였다.
우리 조는 두 주먹을 쥐고 기도하는 자세로 버너 앞에 모여 앉았다. 점점 김이 들썩들썩 나는 쟁반과 프라이팬이, 해적선에서 훔쳐온 보물 함이라도 되는 양, 우리는 뚫어지라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학교에서 오신 여러 선생님이, 우리 조 돗자리를 지날 때마다 물어보셨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 우리 조는 모두가 한입으로 "밥을 지어요!"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틈으로 새어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한껏 들이켰다. 뱃속에서도 부글부글 구룩구룩 하는 소리가 난리를 쳤다. 불이 꺼지자 나는 금방이라도 프라이팬을 열어 밥을 떠먹고 싶었지만, 뜸을 들여야 한다고 해서 끝까지 참았다. 그 뜸들이는데 기다리는 10분이, 내게는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치 내 몸속에서 날뛰는 거대한 야수를, 있는 힘을 다해 붙들어 놓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프라이팬을 들어내고 양철 쟁반 안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더는 밥이 아니었다. 그것은 꼬들꼬들한 꿀이고 부들부들한 눈물이었다. 우리는 달려들어 콧물 땀을 흘리며 하압 짭짭~ 밥을 먹기 시작했다. 또 우리 조는 밥그릇을 안 가져와서 종이컵에 각자 밥을 덜어 먹었다. 두툼한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밥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고 먹으니, 우리는 다 천국에 온 아이들 같았다. 홍범이가 입에 잔뜩 밥을 넣고 웃으며 말했다. "아우, 맛있어~! 상우야, 니가 냄비를 안 가져온 게 오히려 덕이 되었구나!"
2009.05.27 수요일
"아우, 야아~!" 우리 모둠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다. 낮 동안 고된 극기 훈련을 마치고, 태어나서 처음 우리 손으로 저녁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왔는데, 내가 그만 깜박하고 밥 지을 냄비를 안 가져온 것이다.
우리 모둠은 각자 분담해서 밥지을 준비물을 가져오기로 했었는데, 아침에 들떠서 엄마 옆에서 쌈채소하고 김치를 챙기며 떠들다가, 프라이팬만 가져오고, 냄비를 빠트리고 나왔으니 이제 어떡한다?
나는 울상이 되어 미안해 미안해거렸지만, 모두 배가 고파서 곧 어떻게 밥을 지어먹을지 상의에 돌입했다. 프라이팬에 밥을 지어먹자! 다른 조에서 꿔다 먹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자!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반 선생님께서 지나가다 아이디어를 주셨다. 먼저 가스버너 위에, 내가 쌈채소 담을 용도로 가져온, 약간 우묵한 모양의 양철 쟁반을 올려서, 얼음골 생수 한 통을 붓고, 쌀을 넣고 그 위에 프라이팬을 뒤집어 덮어 뚜껑이 되게 하였다.
우리 조는 두 주먹을 쥐고 기도하는 자세로 버너 앞에 모여 앉았다. 점점 김이 들썩들썩 나는 쟁반과 프라이팬이, 해적선에서 훔쳐온 보물 함이라도 되는 양, 우리는 뚫어지라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학교에서 오신 여러 선생님이, 우리 조 돗자리를 지날 때마다 물어보셨다. "그것은 도대체 무엇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 우리 조는 모두가 한입으로 "밥을 지어요!"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틈으로 새어나오는 구수한 냄새를 한껏 들이켰다. 뱃속에서도 부글부글 구룩구룩 하는 소리가 난리를 쳤다. 불이 꺼지자 나는 금방이라도 프라이팬을 열어 밥을 떠먹고 싶었지만, 뜸을 들여야 한다고 해서 끝까지 참았다. 그 뜸들이는데 기다리는 10분이, 내게는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치 내 몸속에서 날뛰는 거대한 야수를, 있는 힘을 다해 붙들어 놓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프라이팬을 들어내고 양철 쟁반 안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더는 밥이 아니었다. 그것은 꼬들꼬들한 꿀이고 부들부들한 눈물이었다. 우리는 달려들어 콧물 땀을 흘리며 하압 짭짭~ 밥을 먹기 시작했다. 또 우리 조는 밥그릇을 안 가져와서 종이컵에 각자 밥을 덜어 먹었다. 두툼한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밥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고 먹으니, 우리는 다 천국에 온 아이들 같았다. 홍범이가 입에 잔뜩 밥을 넣고 웃으며 말했다. "아우, 맛있어~! 상우야, 니가 냄비를 안 가져온 게 오히려 덕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