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용배

2009. 6. 8. 09:02일기

<아슬아슬 용배>
2009.06.06 토요일

한바탕 비가 오고 난 산정호수는, 오리 배를 타러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수는 산빛이 비쳐 완전히 초록색이었다. 물살이 아주 세 보였고, 호수 괴물이 살고 있을 것처럼 멋지고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났다.

나랑 영우는 안전 조끼를 입고 오리 배 줄에 서서, 두근두근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 앞으로 온 것은 오리 배가 아니라, 파란색 몸통에 머리가 용모양인 '용배'였다. 어차피 겉모양만 조금 다르고 똑같은 배라서 우리는 그냥 그것을 타기로 했다.

영우랑 나는 후닥닥 조종석에 들어가 앉았는데, 안전요원 아저씨가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종석에 어른이 한 명 앉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앞에 앉겠다고 영우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할 수 없이 뒷자리에 엄마랑 앉았다. 용배타기는 시작부터 힘들었다. 비가 갠 지 얼마 안돼서 아직도 바람이 많이 불고 있는데다, 바람 따라 물살도 높게 일었다.

겉모습만 용배지, 우리 배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벼운 배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양쪽으로 파도 타듯 출렁 출렁거렸다. 엄마는 "무슨 용배야, 깡통 배구만!" 하면서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셨다. 아빠와 영우가 발로 페달을 밟고 굴리며 운전했는데, 영우는 발이 페달에 닿지 않아 아빠 혼자서 계속 페달을 돌려야 했다. 영우는 발이 닿지 않는다고 낑낑대며 짜증을 부렸고, 나는 내가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배가 무섭게 흔들려서 엄마한테 혼이 났다.

갈수록 호수는 망망대해처럼 더 커 보였고, 옆으로 모터보트가 지나가면 우리 배는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이 흔들렸다. 마치 엄청나게 큰 호수 거인이 우리를 쥐고 떨어져라, 흔드는 것 같았다. 엄마는 배를 붙들고 자꾸 '뒤집힌다~ 우어어어!' 하고 비명을 질러대셨다. 나도 불안해져서 '오오~' 하고 앓는 소리를 냈고, 영우는 신이 난다고 엉덩이를 비비며 "와아! 그래 계속 흔들려라!" 하고 외쳤다.

잠시 뒤 바람이 잦아들고 물결이 다시 부드러워지자, 그제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호수를 둘러싼 산들의 암벽은 햇빛을 받아 미끄럽게 빛났고, 나무들은 황금빛 열매를 단 것 같이 반짝였다. 호수 중간쯤에 와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에서 정면으로 버티고 선 높은 바위산은, 마치 하느님의 주먹같이 웅장하였다. 그리고 호수엔 정말 많은 가족이 배를 타고 힘을 모아 항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래~ 내가 바람의 방향을 알려줄게요! 영우야! 아빠! 힘내세요!" 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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