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습격

2009. 6. 15. 08:59일기

<갈매기의 습격>
2009.06.13 토요일

우리 가족은 한참을 돌다가, 바닷가 솔밭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솔밭은 한여름이 아닌데도, 캠핑 나온 가족들과 텐트로 빽빽하였다. "우리도 텐트를 가져올걸~" 하고 영우가 부러운 투로 말했다.

"야영하는 거 아니고 고기 구워 먹으러 온 거잖아~" 아빠는 숯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먼저 발이 달린 우주선 같이 생긴 그릴 밑바닥에, 까맣게 그을린 숯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셨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힘차게 불어서 불은 잘 붙지 않고, 우리 머리카락만 이마가 당길 정도로 뒤로 넘어가며 날렸다.

불은 바람 때문에 좁쌀만 한 불씨만 남겼다가 꺼졌다가 했다. 나는 주위에 있는 나무껍질을 모아다 그릴 속에 자꾸 집어넣었다. 어느 순간 빨간 불꽃이 조금씩 피어오르다가, 드디어 하얀 연기가 바람을 이기고 부풀부풀 피어올랐다. 엄마는 잽싸게 비닐장갑을 끼고 아이스박스에서 고기를 꺼내어,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앞뒤로 쓱쓱 문질러서, 은박 접시에 척척 얹어서 그릴 옆에 놓으셨다. 모두 헤~ 웃으며 "역시 야영장 바닷가 소나무 숲에서 구워먹는 고기가 최고야!" 했다.

그때 어디선가 전투기들이 목표물을 찾아낸 것처럼, 끼루룩~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통통하고 커다란 갈매기 한 떼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그러더니 정확히 우리 가족이 있는 돗자리 위에 원을 그리며 맴돌았다. 나는 끼룩 소리에 귀가 아팠고, 갈매기가 이렇게 가깝게 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갈매기가 독수리만 하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아! 저것 때문이야!" 엄마가 그릴에 구우려고, 소금을 뿌려놓은 고깃덩어리를 가리키셨다.

우리 머리 위에서 고기 주위를 돌면서, 금방이라도 고기를 물어갈 듯이 끄악~거리는 갈매기 무리에 7~8마리 갈매기가 더 합세했다. 그래서 하늘은 사나운 소리를 내는 갈매기 떼로 험악하게 뒤덮여버렸다. 아무래도 갈매기들이 고기에 무슨 짓을 할 것 같아서, 아빠가 고기들을 급하게 그릴 속에 다 집어넣고 그릴 뚜껑을 팍 닫으셨다. 나는 눈 끝을 길게 늘이고, 입가를 한쪽으로 크게 올려 놀리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 웃었다.

'후~ 이제 됐어. 고기 근처에 가면 화상을 입을 테니까!' 수많은 전투 부대 같은 갈매기들은, 순간 방향 감각을 잃은 듯이, 우왕좌왕 자리를 뜨려다가, 뭐가 아쉬운 듯 찢어질 것처럼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 그중 마지막 한 마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갈매기를 향해 메롱 하듯 혀를 조금 내밀고 고개를 흔들어주었다. 그런데 그 갈매기는 마치 내 행동을 알아챘단 듯이, 날 향해 어둠속에 고양이 눈빛처럼 날카로운 눈길을 번뜩였다.

그 갈매기 꼬리 밑부분에서, 무언가 아래로 운석처럼 사정없이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벗어서 소나무 기둥에 걸쳐놓았던, 내 잠바에 '찌 찍!' 하고 떨어졌다. 나는 "아악~ 내 잠바에 똥 묻었다!" 하고 소리 지르며 갈매기들을 쫓아 일어섰지만, 갈매기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내 잠바엔 엄청난 양의 갈매기 똥이, 터진 계란 후라이처럼 주르룩~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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