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한 날

2009. 6. 18. 09:01일기

<지각한 날>
2009.06.15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간신히 눈을 떠서 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40분! 순간 방안이 흔들리도록 "으악~ 완전 지각이다, 망했다~!" 하고 소리치며, 방바닥에 쌓여 있는 옷을 아무거나 입고, 가방을 들고 뛰어나갔다. "어? 상우야, 그냥 쉬지~." 하시는 엄마의 말소리를 뒤로한 채.

학교 가는 아이는 아무도 없고, 아파트 입구에서 엄마와 손을 흔들며, 유치원 버스를 타는 어린아이들을 보니 왠지 쓸쓸해졌다. 그보다 더 마음을 괴롭히는 건, 아무리 빨리 걸어도 지각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난 내가 밤새 아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걸을수록 기침이 콜록콜록 쏟아지고, 머리는 산처럼 무겁고, 하아하아~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다.

발밑엔 보도블록과 작은 풀들이 나를 욕하는 것 같았고, 그걸 피해 하늘을 보면 찌푸린 구름이 나를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중학교 옆을 지날 땐, 교문 앞에서 지각 단속하는 선생님도 들어가버린 시각이라 그 틈을 이용하여 형, 누나들이 무리지어 우르르 뛰어갔다. 나도 교문 앞에 다다랐을 땐 땀이 쩔쩔 나고 머리가 아파, 그냥 교문 그늘에 쓰러져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학교 언덕을 올랐다.

혹시 교장 선생님과 마주치면 어떡하나? 나 말고 지각한 애는 또 없나?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마음으로, 거의 자포자기해서 저벅저벅 힘없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걸었다. 하필 우리 교실 앞문이 열려 있어,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고 "어! 상우 왔다!" 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아침 방송 조회 시간이었다. 뒷문을 여니, 나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놀란 눈에서 동그란 구슬들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일단 도망치듯 내 자리로 가서 가방을 딱 놓고, 선생님 교탁 오른쪽으로 나갔다. 선생님께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상우야, 일단 조회 끝나고 나와봐." 하셨다. 그래서 다시 자리로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화면을 통해 울려나오는 교장 선생님의 소리는 우물우물 흐려지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콧등을 타고 볼을 따라 계곡처럼 흘러내렸다. 찬솔이가 "상우야, 왜 울어? 나 땜에 그래?" 하고 걱정하였다.

조회가 끝나고 다시 선생님 앞에 나갔는데, 계속 울음이 나오고 얼굴까지 빨개지는 것이었다. 난 지난번 야영 가서 울었을 때 빼고는, 학교에서 운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상우야,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니?" 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물으셨는데, 나는 "아, 아, 아퍼서..."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상우야, 많이 아프면 조퇴하거나 이따 보건실에 꼭 가보렴. 들어가서 엎드려 쉬고 있어!" 나는 아기처럼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자리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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