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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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0 내 취향
2006.02.10 금요일 우리는 저녁에 파주에 사는 상욱이 아저씨네 놀러 갔다. 엄마는 선물로 작고 예쁜 화분을 사 가셨다. 그 집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형아가 둘이나 있었는데 둘 다 컴퓨터 광이었다. 나는 그 형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마음에 기대했으나 그냥 물끄러미 서서 컴퓨터 하는 것만 지켜 봐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지겨워져서 마루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그 중에서 책장 앞에 있는 그물 침대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을 하나 꺼내 들고 그물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역시 이게 나하고 딱 맞아!' 하고 침대를 건들 건들 흔들었다.
2006.02.10 -
2006.02.04 눈밭
2006. 2. 4 토요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우리 집 앞이 눈으로 뒤덮인 눈밭이었다. 우리 집 옆 성당 지붕도 눈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거기로 뛰어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멀리 뛰어도 교회 지붕 위엔 못 올라 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 올라 가더라도 다시 내려오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주차장이 차들도 엉성하고 삐뚤게 주차되어 있었고, 공원은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얼음 세상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눈이 이보다 많이 와서 시골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됐었다면 아름답지 않았을 것이다. 이세상에 모든 건 적당해야 보기 좋은 것 같다.
2006.02.04 -
2006.01.22 킹콩
2006.01.22 일요일 나는 킹콩을 본 거 중에서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킹콩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이다. 킹콩이 이겼지만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킹콩은 마음대로 손으로 때려 눕힐 수 있고 점프를 해서 발차기로 얍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물기만 할뿐이지 하는 게 없다. 놀라운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와 킹콩이 마치 해와 달이 싸우는 것처럼 엄청나게 싸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맨 위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보고 가슴을 치면서 아름답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볼 때 킹콩이 아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킹콩이 미사일에 맞아 떨어져 죽을때 나도 죽는 것 같았다.
2006.01.22 -
2006.01.14 멋진 공연
2006.01.14 토요일 나는 극장 2층 중간 쯤에 앉아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슬프게 들렸다. 나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들었다. 앞 자리에 앉은 어떤 할머니는 망원경을 쓰고 음악 감상을 하셨다.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는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나를 돌돌 감아 하늘로 데려 가는 것처럼 꿈결 같았다. 내가 만약 외국어를 잘 하게 된다면 빈 소년 합창단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을 찡 하게도 하고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 신기해서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어서다. 빈 소년 합창단이 '꽥꽥꽥' 동물 노래를 불렀을 땐 사람들은 웃고 난리났고 나도 두 손을 높이 들고 박수를 쳤다.
2006.01.14 -
2006.01.12 광어
2006.01.12 목요일 우리는 소래포구에 있는 회 가게에서 회를 한마리 떴다. 회 가게 아줌마는 물고기 자르는 전용 칼을 들더니 광어를 도마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칼을 더 높이 들고 정확하게 아가미 부분을 겨냥해 내리쳤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나는 칼을 맞은 충격에 얼굴만이 펄떡이는 모습이 끔찍하고 불쌍했다. 하지만 광어는 워낙 멍청해서 자기 자신이 잘린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아줌마는 몸통의 양살을 잽싸게 발라내었다. 영우와 나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았다. 나는 불쌍한 마음과 충격적이면서 신기한 마음이 엇갈렸다. 내가 이 다음에 커서 바다 낚시를 하게 된다면 왠지 광어는 잡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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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8 늙음
2006.01.08 일요일 우리 가족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외할머니와 삼촌을 모시고 외할머니의 고향 청주로 갔다. 청주 시골 집에서 외할머니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그분은 나이가 92세였고, 많이 아팠고,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증조 외할머니의 피부가 너무 조글조글하고 습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서웠다. 엄마 아빠도 언젠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빠 엄마 얼굴이 팽팽한 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나는 증조 외할머니가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 죽는다는데 나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할머니, 많이 아프세요?" 하고 소리쳐 물었더니 할머니는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았다.
200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