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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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5 공항에서의 기다림
2005.12.05 월요일 아빠는 대한항공 이라고 써있는 창구에 가서 대기 번호를 받아왔다.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상우야, 좀 많이 기다려야 겠다." 우리는 대기표 2300번을 받았다. 어제부터 눈이 벼락치듯 내리는 바람에 어제부터 밀린 승객들 때문에 우리도 기다려야 했다. 눈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뜬다니 왠지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아빠는 갑자기 아주 아주 긴 줄 쪽으로 가더니 맨 뒤에 섰다. 아빠가 줄을 서 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들은 공항 한 구석에 박스를 펼치고 앉았다. 나는 학교에 못 갈까봐 마음이 급했다. 나는 박스 위에서 놀다가 웃다가 먹기도 하고 울다가 졸다가 데굴 데굴 굴렀다. 나는 이 긴 기다림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저녁이 되어 간신이 비행기에 올랐을 때 하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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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4 진우의 돌잔치
2005.12.04 일요일 우리는 제주도 호텔 부페에서 진우의 돌잔치를 하였다. 날씨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나무가 뽑힐 것 같았다. 삼촌은 자기가 몇 마디를 하고 나서 진우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불러 축사를 읽게 했다. 그 다음에는 나를 불러 내가 진우에게 직접 쓴 글을 읽게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무대위로 올라와 내가 쓴 편지를 보고 읽었다. 나는 편지 글의 말 중에서 이 말이 생각난다. '삼촌, 외숙모 진우를 씩씩하게 키우세요.' 내가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다 읽자 많은 손님들이 심하게 박수를 쳤다. 오늘 진우는 그 어느때 보다도 귀여웠다. 진우는 돌잡이로 청진기와 마우스를 잡았다. 아마도 진우는 삼촌을 닮은 의사가 되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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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1 겨울의 첫 날
2005.12.01 목요일 오늘은 겨울의 문이 열리는 십이월의 첫 날이다.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섰더니 공원의 나무들은 아직도 잎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하늘을 보니 아주 커다란 검은 구름 덩어리가 공원을 감싸고 있었다. 그 시커먼 겨울 손님이 엄청난 바람을 몰고와서 나뭇잎 몇 개를 떨어 뜨리고 내 모자도 벗기려 했다. 나는 손으로 모자를 잡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겨울의 심술이 시작 되었군' 내 곁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마치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져서 옷을 두껍게 입지 않았으면 하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걸었다. 갑자기 내 이마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성큼 성큼 학교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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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9 미술 학원 선생님이 주신 한 권의 책
2005.11.29 화요일 내 동생 영우는 학원에서 돌아오자 뭔가를 감추는 듯이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나한테는 왜 이런 걸 안 해 주는거야라고 말 하고 싶은 표정으로 갑자기 등 뒤에서 책을 내밀어 나한테 주었다. 책 표지에는 쪽지도 붙어 있었다. 그것은 내가 미술학원을 다닐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푸른 꿈반 선생님이 보낸 선물이었다. 선생님은 쪽지에 여자 친구가 생겼냐고 물으셨고 책을 재미있게 읽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선생님께 편지를 쓰지 못한 것이 미안하였다. 나는 미술학원 다닐 때에 엉뚱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항상 웃어 주며 나의 엉뚱함을 이해해 주셨다. 나는 얼떨떨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선생님이 주신 '한국 신화'라는 책을 펼쳐 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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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7 은지네 가족
2005.11.27 일요일 오늘 아침에 은지네 가족이 놀러왔다. 은지네 가족은 대구에 산다. 은지 아빠는 우리 아빠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대구에서 건축사를 하신다. 은지는 나랑 나이 같고 언제나 느끼한 웃음을 웃고 있다. 그 애를 보면 아무일 없이 모든 게 잘 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은지는 내 방에 들어 오더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멋진 책상과 내가 만든 것들을 책장에 전시해 놓은걸 보고 눈이 커졌다. 나는 내 방이 놀랄만큼 멋진지 몰랐다. 은지는 사투리를 써서 대화 할 때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정성껏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는 고기와 해물탕을 맛있게 먹었다. 은지도 와구 와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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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4 진우의 신발
2005.11.24 목요일 사촌 동생 진우의 생일이 코 앞에 다가왔다. 십이월이 되면 진우 돌이 된다. 엄마는 그걸 대비해서 선물로 작고 아담한 아기 신발을 사셨다. 나는 그 신발이 아담하고 작고 귀여워서 내가 신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들어가려면 찢어서 벌려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끼는 인형 푸근이에게 신겨 보았다. 그랬더니 나무 인형 피노키오 처럼 보였다. 이번엔 머리에 씌어 보았다. 꼭 투구 같았다. 그러다 엄마에게 먼지 피운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 작은 신발을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나도 이런 신발을 신고 뒤뚱 뒤뚱 걸었던 생각이 난다. 우리 진우도 이 신발을 신고 뒤뚱 뒤뚱 세상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하겠지.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