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wooDiary.com(644)
-
아침
2008.03.04 화요일 4학년의 첫 아침이다. 나는 아주 당연한 일처럼, 다른 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밥 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는 졸음기를 이기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30분, 날은 흐리고 우중충했다. 게다가 공원 입구는 시커먼 구름과 안개가 깔려있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거대한 용이 엎드려 있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났다. 어제는 입었던 겨울 잠바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그래서 오늘 얇은 잠바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이번엔 뼈가 으들들거릴 정도로 춥기만 했다. 나는 이게 학교 가는 길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공원 길엔 학교 ..
2008.03.05 -
봄의 향기
2008.03.01 토요일 오늘따라 집안 공기가 텁텁하여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서 쨍쨍 빛나는 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방과 마루에서 먼지를 피우며 펄쩍펄쩍 뛰어놀다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엄마에게 꽥 잔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가 책을 폈다가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내 심장이 타오르고 내 영혼이 요동치네요! 내 온몸이 굶주린 짐승처럼 근질거립니다! 그러니 나 놀러 나갈게요!"라고 쪽지에 써놓고 집을 나와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공원까지 다다랐다. 공원에서 빌라단지로 접어드는 계단을 팡팡 뛰어내려, 우석이 집앞에서 벨을 힘차게 누르고 "우석아!" 소리쳤다. 우석이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돌아 나와 그때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008.03.02 -
홍역 예방 주사를 맞아요!
2008.02.27 수요일 오늘 보건소에는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홍역 예방 접종을 하러 온 아이들과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우도 입학을 앞두고 주사를 맞으러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엄마와 함께 기다렸다. 나는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보건소 앞마당으로 나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았다. 내가 대기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을 때는, 영우 차례가 꽤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영우 옆에 앉아 주사는 무서워할 게 아니라, 받아들여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키도 재보고 몸무게도 재보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주사실 안에서 영우 이름이 불렸다. 동작이 빠른 영우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황급히 주사실로 뛰어들어 갔다. 나도 따라 들어 갔다. 주사실은 대기..
2008.02.29 -
캐논이 좋아!
2008.02.25 월요일 내가 파헬벨의 캐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 때쯤, 피아노 학원에서 연주회를 앞두고 어떤 형아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였다. 나는 캐논이 너무 좋아 그 형아가 연습할 때면 장난치던 것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워 듣곤 하였다. 캐논을 듣고 있으면 내 몸이 비누 거품을 타고 둥둥 가볍게 저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오르는 기분에 사로잡혀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1년 뒤에 돌아올 연주회에는 꼭 내가 캐논을 칠 수 있기를 바랐었다. 연주회가 다시 다가왔고 선생님께 캐논을 지정곡으로 받았을 때, 난 이게 웬 하늘의 계시란 말인가 하며 흥분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아직 나에겐 어려운 곡이었는지, 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박자를 맞추기도 어렵고 음을 정확하게 누..
2008.02.26 -
어떤 소나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8.02.23 토요일 어떤 가난한 집에 소나무로 만든 책상이 있었어요. 그 책상은 집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을 무시하고 깔봤어요. 그러면서 우쭐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예전에 아주 좋은 곳에서 살았지. 이 작은 집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곳이었지. 나는 거기서 울창하게 다른 소나무들과 어울려 살았지. 키는 구름에 걸리고, 산속 제일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지. 우리 소나무 가문은, 보통 나무들과 다른 아주 귀한 가문이었어. 다른 나무들은 가난해서 나무들이 입는 가장 좋은 옷인 초록색 옷을 1년 동안 계속 입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우리 소나무들은 부자라서 일년내내 푸른색 옷을 입을 수가 있었지. 게다가 우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 새벽에 제일 먼저 만들어진 신선한 이슬을 마셨지. 너..
2008.02.24 -
돌고래 복덩이 - 상우가 쓴 이야기
20008.2.22.금요일 태평양 푸른 바닷물에 아기 돌고래 복덩이가 신나게 헤엄치고 있어요. 그 애는 엄마 돌고래와 함께 어느 야자수 그늘 우거진 섬 밑에 있는 바다 동굴에서 살았어요. 복덩이는 귀엽고 자존심이 강한 돌고래였죠. 그러던 어느 날 복덩이는 학교에 입학하였어요. 복덩이는 돌고래 반에서 수면 위로 점프 하는 법을 배웠는데 그걸로 경주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자신만만하던 복덩이가 그만 꼴찌를 하고 말았어요. 집에 돌아와서 속상해하며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는 "얘야, 살면서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는 거란다. 엄마도 어릴 때는 꼴찌 한 적이 많았어! 아가야." 했지만 복덩이는 화가 풀리지 않았어요. '엄마는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몰라! 이럴 때는 응원을 해주면서 다음번에는 잘 할 수 있다고 해..
2008.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