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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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7 공개 수업
2007.05.07 요즘 들어 나는 일기를 뜸하게 썼다. 학교 끝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피아노 학원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와서 다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가, 운동장에서 공원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놀고 경험하고, 그렇게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엄마한테 혼이 나고, 에구, 피곤해서 에라 모르겠다 일기는 잊어버리고 잠들기 바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밥을 제 때 먹지 않은 것처럼 뭔가 부실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의 일기장에게 사과의 뜻으로, 오늘 특기 적성 공개 수업 때 있었던 마법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 내 특기 적성 과목은 영어였는데 나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항상 수업 시간에 끙끙거리고 더듬거렸다. 그런데 오늘 공개 수업 때 신기하게 말문이 트였다. 선생님께서 "Can you r..
2007.05.07 -
2007.04.27 앞자리
2007.04.27 금요일 6교시가 시작됐다. 선생님께서는 "이제부터 자리를 바꿀테니 선생님이 부르는 사람은 교실 오른쪽 벽으로 나와 모이세요'" 하고 말하셨다. 아이들이 다 나오자 반대로 선생님이 지정해 준 자리에 앉는 순서가 왔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나의 자리를 지정하여 주셨다. 그런데 왠지 뜻밖이었다. 나는 키가 커서 뒷자리에 속하는 데 앉을 줄 알았는데, 앞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맨 앞자리에! 나는 선생님께서 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조금 뒤 선생님께서 나의 생각을 읽으셨는지 "상우, 앞자리에 앉아서 지난 일 반성 좀 해." 하셨다. 나는 드디어 기억했다. 원래 앞자리는 말썽을 많이 피우고 혼이 많이 나는 애들이 앉는 자리였다. 나는 "흐음" 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
2007.04.27 -
2007.04.26 도자기 실습
2007.04.26 목요일 오늘은 이천 해강 도자기 마을로 현장 체험 학습을 갔다. 도자기 실습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알록달록 색이 칠해져 있는 비닐 하우스 앞에 줄을 서서 1반부터 5반까지 차례대로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짧은 책상을 이어 놓은 긴 책상이 네 줄로 있었다. 그 다음 1반부터 5반까지 짧은 책상 하나에 여섯명 씩 조를 나누어서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안이 쩌렁쩌렁 울리면서 "야,야! 조용히 해! 눈 감어, 손 머리! 눈 뜨면 이 앞에 불러낸다!" 하고 화를 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리 전체는 화들짝 놀라 지시대로 따랐다. 다른 반 친구들은 3~4명이 걸려서 벌을 섰다. 그렇게 본보기를 해서 도자기 만들기를 시작했다. 도자기 선생님께서는 특히 흙을 조심해서 다루라고..
2007.04.26 -
2007.04.19 웅장한 공연
2007.04.19 목요일 오늘은 아빠가 잘 알고 있는 합창단 친구에게서 특별히 공연 티켓을 무료로 얻어서 덕양 어울림 누리 극장으로 종교 음악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 맨 뒤에는 합창단이 자리를 잡았고, 무대 중간에는 관현악단이 있었다. 그리고 무대 맨 앞에는 지휘자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사를 하였는데, 그 모습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고 준비하는 새 같았다. 나는 공연 팜플렛을 뒤적이며 이게 도대체 무슨 공연인지 알아보려고 애썼지만, 다 외국말로 써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하였다. "뜨드든!" 하며 세상이 기지개를 켜듯이 웅장한 소리가 공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합창도 시작되었고 내 눈도 점점 커졌다. 그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별별 악기들의 소리가 합..
2007.04.19 -
2007.04.17 차가운 느낌
2007.04.17 화요일 나는 미술 시간에 차가운 느낌을 그렸다. 이번 미술 시간에는 어떤 형체나 동물같은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낙서를 하든 뭘 그리든 간에 느낌이 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따뜻한 느낌, 어두운 느낌을 낙서 따위로 그려 색칠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차가운 느낌을 그리면서 다이아몬드같은 얼음 덩어리를 그리고, 구역 별로 가장자리는 파랑색, 가운데는 하늘색으로 색칠을 하였다. 바탕은 보라색으로 하였다. 그러자 얼음 덩어리들이 은은한 빛을 띄우는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그 장면은 내가 그린 그림과 거의 비슷했다. 빛은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때 나는 느낌을 그리는 것도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급식을 다 먹고 수업을 시작했을 때, 선생님께서는 언제 그..
2007.04.17 -
2007.04.12 불소 양치
2007.04.12 수요일 3학년 4반은 불소 양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앗싸! 신난다."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 냄새는 식초같고 맛은 느끼한 불소 양치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교실 문이 열리고 불소 용액이 든 봉지를 들고 우리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은 일제히 "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특히 내 짝 승진이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아' 벌리고 고개를 해바라기처럼 위로 올렸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듯이 '아' 하시면서 불소약을 넣어 주셨다. 내가 맨 마지막 차례라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약을 더 많이 넣어 주시는 것 같았다. ..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