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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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몸을 힘껏 말아 올려요!
2009.10.20 화요일 오늘은 초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기초체력을 테스트하는 체력장을 하는 날이다. 5교시, 우리 반은 유연성 테스트를 받기 위해, 남자 여자 키순으로 복도에서 줄을 맞추어 강당으로 향했다. 선생님께서 강당 문을 여시자, 벌떼가 벌집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좁은 강당 문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다. 강당에는 이미 5학년 아이들 줄로 꽉 차 있었다. 우리 반은 강당 창문 벽 쪽에 두 줄로 딱 붙어 섰다. 무대에서 1반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아직 2반이 안왔으니 시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셨다. 2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 아이와 제각기 가위 바위 보, 묵찌빠, 참참참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무려 2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소리가..
2009.10.22 -
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똥
2009.10.16 금요일 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댁 인터폰을 눌렀다. "똥동 두루두루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구세요?" 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들려왔다. "할머니, 저 상우인데 기억하시나요?", "어! 그래, 그래~" "네~ 할아버지께서 제 블로그에 댓글로 무슨 책을 주신다고 하셔서 받으러..." 하는데, 그때 인터폰 너머로 따뜻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뭉글뭉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댁으로 올라가니, "어어~ 들어와!" 하시며 할머니께서 반갑게 문을 여셨다. 할머니가 "할아버진 저기 계시단다!"하며 서재를 가리키시자, 막 할아버지는 강아지똥 책을 들고 마루로 나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안녕? 상우야! 앉거라! 밥은 먹었니?", "네, 먹고 왔어요.", "집에 엄마..
2009.10.19 -
주사 맞는 친구
2009.10.14 수요일 학교 끝나고 친한 친구 석희가, 상가에 있는 소아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석희가 "상우야,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인데 나랑 병원에 같이 가주면 안될까?"해서, 나는 흔쾌히 함께 갔다. 병원 문을 들어서니 석희 할아버지께서 미리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석희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나, 주사 맞기 싫은데, 꼭 맞아야 돼?" 하며, 할아버지 무릎에 덥석 올라앉아,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난 그걸 보고 흐훗~ 웃음이 쏟아졌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석희에게 "주사가 무섭지는 않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석희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기처럼 촐랑대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원래 굵은 목소리로 돌아와 당차게, "내가 아기도 아니고, 왜 주..
2009.10.15 -
짜릿한 피구 시합
2009.10.07 수요일 1교시, 강당에서 여자 대 남자로 피구 시합을 하였다. 모두 세 번의 시합을 했고, 나는 두 번째 시합까지 초반에 공을 맞아 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 판에는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하는 각오로 임했다. 나는 처음부터 아이들 틈에 섞여 공과 멀찍이 떨어져서 뛰어다녔다. 상대방 팀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공을 던지려 하는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쳤다. 아이들이 슝슝~ 공을 던지는 걸 보면, 내가 공을 던지는 것처럼 짜릿해서, 오른손을 주먹 쥐고 높이 들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여자팀의 이승희가 공을 높이 던졌다. 나는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쳤는데, 어느 틈에 공을 받은 이예진이, 바로 내 뒤에서 칼을 잡은 것처럼 빠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
2009.10.08 -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2009.10.03 토요일 나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알고 친분을 갖게 되신 어떤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아빠, 엄마가 월요일 저녁마다 공부하는 학당에서 만난 할아버지인데,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었던 것이다. 그 할아버지 댁은 3단지였는데,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우리를 바로 맞아주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두 분만 사시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실 벽과 책장 유리면에, 귀여운 아기들 사진과 가족사진이 수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께 "권상우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자,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으셔서, 안 다닌다고 했더니, "잘했네! 오랜만에 학생다운 학생을 보는구나!" 하..
2009.10.05 -
담뱃갑 만들기
2009.09.30 수요일 3교시 보건 시간, 지난 시간에 이어 담배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보건 선생님께서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우리나라 담뱃갑과 외국 담뱃갑 사진을 차례차례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 둘이 얼마나 극과 극으로 다른지 몸서리쳤다. 우선 우리나라 담뱃갑에 그려진 그림은, 예쁘고 단순했다. 시원한 대나무 그림, 파란 동그라미 그림, 귀여운 고양이 그림! 이들은 오히려 몸에 좋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깨끗하고 신선해 보였다. 거기에 반해 외국의 담뱃갑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담배 때문에 입을 벌린 채 파랗게 일그러진 얼굴로 사망한 시체 사진, 뇌에서 피가 입체적으로 콸콸 솟구치는 사진, 쭈글쭈글 썩어가는 폐사진! 담배로 파괴된 몸을 나타낸 그림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조차 저렇게 되지..
200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