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 쓰는 건 형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형식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선생님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아 참! 저는 상우랍니다. 선생님은 표정만 보면 냉정한 이미지인데,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사실적이고 마음이 편해지는 분이세요. 저는 작년 5학년을 마치고 전학 가려 했다가 집안 사정으로 다시 이학교를 다니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선생님을 만나려는 행운이었나봐요. 6학년 선생님은 그 어느 선생님보다 무서울 것으로 생각했는데,처음 본 선생님은 그다지 무서워보이지도 않고, 속마음을 모를 분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의 많은 얼굴을 알게 되었어요. 때때로 선생님의 밝은 얼굴과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굴어도 혼을 안내시는 모습, 수업 시간에 열정적으로 설명을 ..
2010.05.15 -
왕잉어 뽑기
2010.05.11 화요일 오늘은 1년에 한 두 번 열리는 야시장이, 4단지에서 열리는 날이다. 여러 가지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이 가득해서, 우리 반은 아침부터 야시장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친한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만날 시간을 정했다. 나와 석희도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었는데, 석희가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여, 영우와 엄마를 졸라 산책하러 나갔다. 4단지에 들어서니 색색의 천막이, 4단지 시작 부분에서 도로 끝 부분까지 이순신 장군의 일자진을 친 듯 휘황찬란하였다. 천막마다 여러 가지 노점상과 즉석 음식점이 나와서, 밝게 핀 등불 아래 오색으로 빛나는 물건들을 잔뜩 풀어놓았다. 책과 장난감, 아이스크림과 문어 빵, 떡볶이, 어묵, 통닭, 작은 바이킹, 술과 안주 가게, 금 매매 하는 곳, 그리고 ..
2010.05.13 -
전망대에 올라
2010.05.08 토요일 우리는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로 오르는 사람들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이하게 옆으로 경사가 져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지나니, 엘리베이터 2층이 기다린다. 그리고 계단, 또 계단을 오른다. 드디어 꼭대기 층 전망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자, 갑자기 쉬할 때처럼 온몸에 전기가 찌릿하면서 오드들~ 떨려왔다. 전망대에서는 위이이잉~ 꼭 배고픈 사냥개의 울음소리처럼, 바람 소리가 울리며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후으음, 하아아~! 전망대에 오르니 막힌 숨통이 탁 트였다. "우와아~!" 처음 전망대 꼭대기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온 말은 오직 이말 뿐이었다. "우와아~!" 금방이라도 위로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천장 없이 뻥 뚫린 위로는 시원한 바..
2010.05.11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2탄
2010.05.02 일요일 이제 동물원에는 마지막 하루해가 뜨겁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를 머리 위에 짊어지고, 우리는 이번 동물원에 클라이막스! 맹수들을 보러 갔다. 갈색 곰은 꼭 '시턴 동물기'에 나온 곰을 연상시키고, 엄청난 덩치이지만 꼭 덩치만큼이나 마음은 따뜻할 것 같았다. 온몸에 촉촉하게 젖은 땀이 햇빛에 빛나니, 꼭 야생의 곰을 보는 것처럼 신비하고 마음을 잡아끌었다.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사각 철창에 표범, 치타, 재규어 같은 조금 작은 맹수들을 지나치다, 어느 순간 철창이 없어지고 큰 산같이 올록볼록한 지형이,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유롭게 앉아서 낮잠을 즐기고, 어깨를 웅크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번뜩이는 호랑이들이 보였다! 호랑이는 특이하게..
2010.05.06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1탄
2010.05.02 일요일 과천 동물원 입구에서 표를 내고 들어서니 "아, 이제 동물원에 확실히 왔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리 가족은 아침 내내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한 배낭씩 둘러메고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 역에서 할머니와 만나, 동물원으로 향했다. 그 길이 너무 멀어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코끼리 열차를 타고 매표소 입구까지 가는 길은, 상쾌한 오월의 바람에 가슴이 빵~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눈부셨다. 오랜만에 갠 날씨는 100년 만에 경험한 것처럼 푸르고 새로웠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간판 문이 눈에 띄었고, 물소와 기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분홍빛과 하얀빛이 우아한 홍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홍학 옆에는 기린이, 긴 목과 다리를 쭉 뻗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특..
2010.05.05 -
빗나간 시험 결과
2010.04.29 목요일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번쩍! 하고 든 생각은 '시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였다. 학교 가는 길에도 기대, 혹시나 모를 걱정, 성취감에 애드벌룬 같이 부풀어서, 둥실둥실 붕 뜬 기분으로 걸었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 휘파람 소리를 유후후, 유후후~ 흉내 내며, 다리를 높이 들고 걸었다. 일 년에 네 번, 언제나 시험 다음 날의 긴장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존재한다. 사실 그 시간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한 아이에게는 기대를, 시험 준비를 안 한 아이에게는 지옥 같은 기다림의 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제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초등학교 6학년의 시험에서, 올백을 받아보고 싶다는 야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이번에 나름대로 준..
201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