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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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비극
2010.04.01 목요일 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6일이 지났다. 6일 전 금요일, 그때 나는 깨어 있었고, 사고 상황을 뉴스를 보고 실시간으로 전해들었다. 난 내가 배에 갇힌 군인이 된 듯한 심정으로 애타게 기도했으며, 이것이 영화에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그리고 백령도 천안함 사건을 대하면서 많은 의문이 생긴다.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슬퍼하고 맘졸이고 생존자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46명이나 되는 젊은 생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다. 솔직히 나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군의 조치와 태도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해군의 고속정이 사고 현장에 20분 만에 도착했는데, 장비 부족과 접근 불가로 전혀 구조를 하지 못하였..
2010.04.02 -
주사 맞기
2010.03.27 토요일 오늘은 지난번에 병원에 들러서 목감기 때문에 타온 약을 다 먹었는데도, 별로 차도가 없어서 다시 한번 병원에 들렀다. 병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목이 많이 붓고 열이 났다. 그래서 거의 기절한 듯이 축 늘어져서, 진료 의자에 앉아 선생님 지시대로 입만 벌렸다. 선생님께서는 내 상태를 보시고, "으음, 목이 아직도 많이 부어 있네요. 지난번에 주사를 놓아줄 걸 그랬어요!" 하셨다. 나는 죽은 듯이 있다가 주사라는 말을 듣고, 바늘에 찔릴 듯이 깜짝 놀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설마 주사 맞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에서 땀이 났다. 하지만, 결국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오늘 주사 맞고 가십시오!" 하셨다. 나는 가슴이 덜..
2010.03.29 -
황사 탈출하기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
2010.03.21 -
사이다 폭발 사건
2010.03.15 월요일 오늘 과학 시간에는 기체가 액체에 녹을 수 있는지, 사이다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 방법은, 사이다로 관을 꽂아 그 관을 석회수가 있는 관에 연결한다. 그리고 사이다를 흔들거나 꽉 조여서 사이다 안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관을 통해 이동하게 하여 석회수를 뽀글거리게 만든다. 이를 통해 사이다 안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실험이다. 각 모둠에서는 0.5L짜리 사이다를 한 병씩 준비물로 가져오기로 했는데, 우리 모둠에서는 내가 맡았다. 수업이 시작되고 실험을 위해 사이다 뚜껑을 열기 전, 나는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TV에서 보았을 때는 사이다를 흔들고 열면, 거품이 폭발하듯 솟구치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
2010.03.17 -
봄에 내리는 눈
2010.03.10 수요일 "후아~!" 도저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 밖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하얀 나라였다. 지금까지 나는 '이제 겨울은 끝났어! 지긋지긋한 눈이여! 이제 다음 겨울까지는 안녕!'하고 생각하며 완전히 봄을 맞은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눈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 데나 밟기만 해도, 허벅지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내리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학교 갈 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제대로 된 길이 있기는 하였다. 앞서 간 사람들이 만들어 논 발자국 길, 계곡 사이 흐르는 작은 계곡 같은 길은, 그나마 눈을 밟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방이 엄청난 눈이 쌓인 상태에서, 그 사이 작은 길로 그것도 미끄러운 길로 다니는 것은, 공중 줄타기처..
2010.03.11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