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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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2014.10.16 목요일 피우리 중학교 인문 동아리, '문사철인' 학생들은 다가올 학교 동아리 축제에서 뭘 할거냐 고민하던 중, 뭔가 멋진 걸로 하고 싶어서 얼떨결에 '정치'에 관한 것을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막상 현실적으로 정치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교과서 안에서만 재미없게 배워서 막연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치는 ㅇㅇ라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우리나라 정치의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그럴싸한 질문 10가지를 만든다. 그리고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학교 끝나고 본격적으로 정치 설문 조사를 시도한다. 중학교 학생들이 맨땅에 헤딩하듯 길거리에서 장기 두는 할아버지, 동네 아줌마, 우유 대리점 아저씨, 치킨집 아저씨, 회사원, 선생님, 정당 청년, 카페 주인까..
2014.10.16 -
올레스퀘어의 저녁
2010.10.27 수요일 나는 엄마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광화문에 있는 올레스퀘어 건물 1층에 도착했다. 로비 왼쪽으로는 커피 냄새가 살짝 살짝 진동하는 카페테리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로 나온 핸드폰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위이이잉~!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요란하게 마구 울렸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중, 아이폰 4를 재미있게 눌러보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전화기에서만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주위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네, 상우입니다!" 대답하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전화기에서는 "상우군, 저 지금 도착했는데,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소리가 들..
2010.10.29 -
16강! 꿈을 꾸는 우리나라!
2010.06.23 수요일 나는 밤새 월드컵을 보느라 잠을 자지 않고, 학교에 갔다. 학교 가는 길은 온통 월드컵 얘기로 꽃을 피웠고, 참새는 짹째글~, 까마귀는 깍까각~ 더 들떠 울었다. 우글우글 좁은 지하철 안 같은 아이들의 행렬에서는, "어제 나이지리아전에서...", "16강에서 우루과이...", "박주영이 불꽃 슛을..." 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그리고 그 장단에 맞추어 날씨도 해가 쨍쨍하면서 끝내주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제 8강이다!" 하고 칠판에 써놓으셨다. 우리 반에서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더 떠들썩했다. 특히 박주영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박주영 선수는 이번 멋진 프리킥으로, 지난번 경기에 설욕을 완전히 씻었다. 아니 완전히 영웅이 되었다. 비록 비기기는 했..
2010.06.24 -
<꼴찌도 행복한 교실>을 읽었습니다!
2010.04.24 토요일 나는 얼마 전 태터앤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이책은 독일에 사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무터킨더'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의 내용을 하나로 묶은 책인데, 독일의 교육 방식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확 끌었다. 하필 요즘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책을 좀 쫓기면서 시간 나는대로 짬짬이 보았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면 다시 오랫동안 마구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숨은 보물이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흥미롭고 갈수록 더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니 눈이 번쩍 뛰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꼴찌'라 하면, 수업은 잘 따라가지 못하고 평균 점수를 한참 이탈..
2010.04.25 -
이웃 할아버지와 강아지똥
2009.10.16 금요일 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 댁 인터폰을 눌렀다. "똥동 두루두루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구세요?" 하는 할머니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들려왔다. "할머니, 저 상우인데 기억하시나요?", "어! 그래, 그래~" "네~ 할아버지께서 제 블로그에 댓글로 무슨 책을 주신다고 하셔서 받으러..." 하는데, 그때 인터폰 너머로 따뜻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뭉글뭉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댁으로 올라가니, "어어~ 들어와!" 하시며 할머니께서 반갑게 문을 여셨다. 할머니가 "할아버진 저기 계시단다!"하며 서재를 가리키시자, 막 할아버지는 강아지똥 책을 들고 마루로 나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안녕? 상우야! 앉거라! 밥은 먹었니?", "네, 먹고 왔어요.", "집에 엄마..
2009.10.19 -
다시 듣는 수업
2009.09.05 토요일 어제 기침을 많이 해서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시작하기 바로 전, 나는 빨리 수업이 듣고 싶어 온몸이 떨렸다. 그동안 학교는 신종플루라는 녀석 때문에, 개학을 하고도 본격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 주만 잘 넘기면, 아마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희망하면서 읽기 책을 쓰다듬었다. 내 주위엔 나처럼 수업에 목이 말라 눈을 반짝거리며 기다리는 애들도 보였지만, 수업이 그리 기다려지지 않는지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틱톡~ 두드리고, 피곤한 듯 축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수업준비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자, 모두 읽기 책을 펴세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가, 오늘 첫 수업..
2009.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