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2014. 10. 16. 23:29독서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2014.10.16 목요일


피우리 중학교 인문 동아리, '문사철인' 학생들은 다가올 학교 동아리 축제에서 뭘 할거냐 고민하던 중, 뭔가 멋진 걸로 하고 싶어서 얼떨결에 '정치'에 관한 것을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막상 현실적으로 정치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교과서 안에서만 재미없게 배워서 막연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치는 ㅇㅇ라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우리나라 정치의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등 그럴싸한 질문 10가지를 만든다.


그리고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학교 끝나고 본격적으로 정치 설문 조사를 시도한다. 중학교 학생들이 맨땅에 헤딩하듯 길거리에서 장기 두는 할아버지, 동네 아줌마, 우유 대리점 아저씨, 치킨집 아저씨, 회사원, 선생님, 정당 청년, 카페 주인까지... 자, 중학교 학생들의 좌충우돌 정치 설문 조사는 과연 뜻대로 잘 이루어질까?


이 이야기는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임정은 작가님의 우리나라 중, 고등학생들을 위하여 쓴 소설,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의 줄거리다. 임정은 작가님은 유명한 동화작가인데, 나는 건물주의 재건축으로 쫓겨날 처지에 있었던 방화동 '카페 그'(http://blog.sangwoodiary.com/800)를 통해 알게 되었던 인연이 있는 분이다. 작가님은 그 당시에 단골 카페, '카페 그'를 지키기 위한 지역주민대책위원회 일을 하셨던 걸로 안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역겨워 욱하는 태도로 쓴 소설이자,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후, 우리나라 중,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게 할 수 있을까? 옳지 않은 일에도 가만히 있는 어른들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배우지 않게 하려는 고민 속에서 탄생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임정은 작가님의 시도에서 나는 작가의 사명과 올바른 역할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이 소설에 나오는 '커피콩당' 이야기는 재건축 때문에 카페 개장 1년도 못되어 쫓겨날 위기에 처했었던 방화동 '카페 그'가, 삶의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건물주와 일대 전투를 벌였던 사건을 모델로 삼아 쓴 것이다. 이 책은 중, 고등학생들이 두 손을 들고 손뼉을 칠 정도로 반가워해야 할 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구조의 틀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치, 사회, 우리가 사는 세상,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미래에 대한 걱정, 국영수 학과공부에 쫓겨 관심 둘 수 있는 시간이나 있으려나? 한숨 난다. 실제로 내가 경험하기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아직 전교조를 모르는 아이들도 꽤 있으니...


하지만 희망은 이 책의 맨 끝에 나온다. 중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쓴 똘똘한 후기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학교 1학년, 내 동생 영우의 서평이 마지막 장에 당당히 실려 있다! 사실 책이 나오기 전 출판사에서 영우에게 짤막한 후기를 부탁한 걸로 안다. 내심 영우가 후기 쓸 때 촌스런 구석이 있으면 손 좀 봐줘야지 생각했는데 어느 틈에 다 써서 제출했다는 것이다. 뭐야? 형아의 검열(?)도 안 받고?


그런데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라는 통통 튀는 제목의 소설 맨 끄트머리에 실린 영우의 서평을 보고 있노라니, 영우가 느끼는 정치에 대한 체감은 어떤 것인가 읽고 있으니, 엄마 미소가 나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이렇게 무섭게 흘렀구나. 영우가 크지 않는 애라고 생각했는데(그건 내가 우리나라 중학생들에 대한 편견일지도 모른다.) 자유롭게, 그것도 자기만의 때 묻지 않은 어투로 글을 쓴 영우의 소신을 보면서, 나는 좀 부럽다. 영우의 말처럼 이런 책이 더 많아져서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쉴 새 없이 바빠졌으면 좋겠고, 중, 고등학생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읽어봤으면 정말 신 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