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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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뱅
2007.11.19 월요일 음악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 다음 수업 준비를 하는데, 교탁 옆에 있는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 어떤 블로그 사이트가 떠 있었다. 선생님께서 컴퓨터로 연결시켜 놓고 그 사이트에 있는 목록 중 하나를 클릭하니까 갑자기 음악이 나왔다. 그 음악은 사람 노랫소리와 반주가 합쳐 좀 복잡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주었다. 아무리 들어보아도 내가 좋아하는 풍의 노래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면 파헬벨의 캐논, 또는 문 리버, 에델바이스처럼 부드럽고 감미로운 곡들인데, 이 음악은 시끄럽다 조용했다 복잡해서 적응하기가 어색했다. 그런데 우석이와 우빈이는 교실 앞으로 나가 배를 'c' 자로 쑥 내밀고 두 손을 앞뒤, 위아래로 번갈아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었다. 아이들은 그걸 보고 깔..
2007.11.20 -
2007.05.31 새로 시작
2007.05.31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박영은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하며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손에 걸고 계셨던 가방을 교탁위에 '탁' 올려 놓으시고나서 컴퓨터 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셨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1교시 국어 책을 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새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엄격한 눈초리로 우리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지적하셨다. 나는 왠지 선생님이 무서운 분 같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는 맑고 쩌렁쩌렁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했던 우리 반 수업 분위기가 4교시 사회 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좀 더 활..
2007.05.31 -
2007.01.01 제야의 종소리
2007.01.01 월요일 나는 감기는 눈을 자꾸 손가락으로 잡아 올리며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었다. 난 밤 10시부터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난 해의 태양이 지고 새 해의 태양이 더 크게 솟아나는 기분이 들었고 내 귀로 새 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생생히 듣고 싶었다. 드디어 종이 치자 '댕!" 하고 몸이 움찔하면서 나도 허물을 벗는 느낌이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안아 주면서 "모두 새 해 축하해요!" 하고 나서 바로 곯아 떨어졌다.
2007.01.01 -
2006.11.27 편지 쓰기
2006.11.27 월요일 오늘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편지를 썼다. 누구에게냐면 지난 주에 텔레비젼에서 본 충성이라는 아이였다. 나는 '충성이에게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북한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온통 물어 보는 말만 써 넣었다. 마지막에 보니 내용이 너무 부족해서 통일이 되면 꼭 만나보자는 인사를 써 넣었다. 나는 진짜로 충성이가 이 편지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충성이가 내 질문에 답을 해줬으면 해서이다. 사실 충성이가 진짜로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난 충성이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6시30분까지 학교에 갈 수 있으며 오후에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충성이를 진짜 있다면 보고 싶다.
2006.11.27 -
2006.06.24 스위스 전
2006.06.24 토요일 나는 밤에 자다가 물이 마시고 싶어서 일어나 마루로 나왔다. 그런데 아빠가 "상우야, 후반전 시작한다!" 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후닥닥 안경을 챙겨 쓰고 텔레비젼 앞에 앉았다. 우리 나라 축구팀이 0대 1로 지고 있었다. 스위스 팀과 우리 나라 팀은 모두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나는 져도 괜찮으니까 우리 나라 팀이 열심히 싸워서 한국의 기상을 높여 주길 바랬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심판이 오프 사이드를 선언해 놓고 스위스 팀의 골을 인정해 버린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화난 얼굴로 심판에게 막 따졌다. 그래서 어떤 선수는 옐로우 카드를 받기도 했다. 나는 그 사실이 분하고 서러웠다. 우리 팀이 2대 0으로 졌지만 인정할 수 없다. 나도 이렇게 서러운데 선수들 마음은..
200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