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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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9 선생님과 팔씨름
2007.06.19 화요일 2교시 쉬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컴퓨터가 있는 교탁 주위에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들어있었다. 나는 뭔 일 났나? 하고 끼어들어 봤더니 선생님과 반 친구가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끙 무너졌다. 선생님께서는 "어째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팔씨름을 더 잘하는 것 같다." 하셨다. 그러다가 우리 반에서 제일 세다고 알려진 가람이가 선생님과 팔씨름을 겨루게 되었다. 처음엔 막상막하였다가 가람이가 이기려 하니까, 아이들이 "김 가람! 김 가람!" 하다가 선생님 쪽으로 기우니까 "선생님! 선생님!" 하고 외쳤다. 어떻게 팽팽하던지 선생님 이마에도 가람이 이마에도 산처럼 주름이 졌다. 결국 가람이가 지니까 아이들은 감히..
2007.06.19 -
2007.05.31 새로 시작
2007.05.31 목요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를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박영은 선생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하며 들어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손에 걸고 계셨던 가방을 교탁위에 '탁' 올려 놓으시고나서 컴퓨터 있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셨다. 바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 우리는 모두 1교시 국어 책을 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도 새 선생님이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하고 산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엄격한 눈초리로 우리들의 흐트러진 태도를 지적하셨다. 나는 왠지 선생님이 무서운 분 같아 바짝 긴장이 되었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 목소리는 맑고 쩌렁쩌렁하였다. 그런데 무언가 아직은 어색하고 서먹했던 우리 반 수업 분위기가 4교시 사회 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좀 더 활..
2007.05.31 -
2006.08.22 답장
2006.08.22 화요일 선생님께 컴퓨터로 메일 답장을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2학기가 되어 빨리 같이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도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다. 방학이 너무 길어서 공부란 글자도 잊어 버리겠다. 그리고 선생님이 너무 그립다. 나를 가르쳐 주시는 그 모습이. 하지만 아이들은 나한테 또 욕만 할까봐 걱정이다. 제발 욕좀 하지 말았으면. 개학이 되면 아이들과 진짜 사이좋게 공부 좀 실컷 해보고싶다.
2006.08.22 -
2006.06.27 성 교육
2006.06.27 우리 반은 오늘 2교시에 보건 교육실에 성교육을 받으러 갔다. 보건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순간 선생님이 엄청나게 무섭다는 걸 알았다. 그토록 시끄럽던 아이들을 엄한 목소리 한 마디로 입을 다물게 하셨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배꼽에 대해서 배우겠어요." 하시고는 컴퓨터로 슬라이드 쇼를 보여 주셨다. 그것은 아기가 나중엔 아기 물개 모양 만큼 커 가는 걸 보니까 나도 저랬겠구나 하고 놀라웠다. 우리는 배꼽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배꼽은 우리 몸의 자랑스러운 흉터다. 아기 때 엄마 탯줄과 연결되어 있다가 떨어져서 남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꼽은 아주 얇은 막으로 되어 있어서 조금만 긁어도 상처가 나기 때문에 남자건 여자건 조심해야한다. 나는 내 배꼽이 소중하고 귀여워서 두 손으로 감..
2006.06.27 -
2006.03.23 사라진 아이들
2006.03.23 목요일 나는 목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3교시에 학교에 왔다. 그런데 교실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장으로 선생님과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나는 운동장 전체가 잘 보이는 스탠드 맨가운데 서 보았다. 하지만 얼굴이 하얗고 보들 보들하고 키가 큰 우리 선생님과 아이들은 아무데에도 없었고 다른 반만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교실로 올라 갔는데 복도에서 우리반 승호를 만났다. 모두 컴퓨터실에 있었다고 한다. 나는 안심했다.
2006.03.23 -
2006.02.10 내 취향
2006.02.10 금요일 우리는 저녁에 파주에 사는 상욱이 아저씨네 놀러 갔다. 엄마는 선물로 작고 예쁜 화분을 사 가셨다. 그 집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형아가 둘이나 있었는데 둘 다 컴퓨터 광이었다. 나는 그 형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마음에 기대했으나 그냥 물끄러미 서서 컴퓨터 하는 것만 지켜 봐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지겨워져서 마루로 나와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그 중에서 책장 앞에 있는 그물 침대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을 하나 꺼내 들고 그물 침대에 누워서 읽었다. '역시 이게 나하고 딱 맞아!' 하고 침대를 건들 건들 흔들었다.
200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