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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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요!
2009.11.25 수요일 오늘은 우리 학교 전체가 신종플루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다. 보건소에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강당에서 직접 백신을 놔주셨다. 강당 안은 톡 쏘는 알코올 소독약 냄새가 솔솔 흘렀다. 강당 안 제일 오른쪽은 주사 맞기 전에 상담하는 줄, 중간은 주사 맞는 줄, 왼쪽은 주사 맞고 나서 변화가 있나 20분 동안 관찰하는 줄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먼저 예진표를 보고 "축농증 있다고 하던데 괜찮니?"하고 물으셨다. 나는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기침이 켈륵켈륵 나왔다. "음~ 기침은 좀 하고 다른 증상은 없어?", "네, 토도 가끔 나와요." 그러자 "백신 맞는 데는 이상 없겠구나, 그럼 가서 백신 맞으렴! 다음!" 하셨다. 나는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사실에 안심..
2009.11.28 -
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03.23 월요일 언젠가부터 도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돼버렸다. 저학년 땐 주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느라 지루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선생님께 책에 없는 이야기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4교시 도덕 시간, 오늘도 6모둠의 중진이부터 이라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은 내가 지난 봄방학 때 5학년 교과서를 새로 받자마자, 심각하게 읽었던 내용이라서 자세를 잡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건강하고 젊은 12살 소년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은공과 그 공에 박혀있는 금실을 받는다. 그 실을 가만히 놓아두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2009.03.24 -
화장실에서 읽은 시
2009.03.10 화요일 급식을 먹고 나서 나는 2층 화장실로 향했다. 우리 학교는 층마다 화장실벽에, 액자에 시를 써서 걸어놓았는데, 난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골고루 돌아다니며 시를 읽는 걸 즐겼다. 단 2층 화장실은 한 번도 안 가봐서 오늘은 특별히 들러본 것이다. 세면대 위쪽에 붉은 보리밭 그림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시가 쓰여있었다. 나는 그 액자에서 가장 가까운 소변기에서 쉬를 하며 시를 읽었다. '여울에서 놀던 새끼 붕어, 다 커서 떠나고, 여울은 그때 그 또래 꼭 똑같네!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길, 아이들은 다 커서 떠나지만, 그 골목길은 그 또래 그대로이다!' 이 시를 읽고 나는 순간 멍해졌다. 뭔가 많은 느낌과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치 우리가 어릴 때는 엄마 아빠 품에 잘 놀다..
2009.03.11 -
학교야, 사랑해!
2008.09.01 월요일 지난 토요일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컴퓨터에 메일이 딩동 오고 그걸 열어보신 선생님 표정이 조금 난처해지시더니, "얘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숙제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숙제를 3개나 가득 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9월 1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개교 기념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잘하면 상도 줘요." 하셨다. 아이들의 울상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선생님께서는 가장 어려운 사회 숙제를 빼주시기까지 하셨다. 개교기념일이 사회 숙제를 빼주면서까지 챙겨야 할 중요한 날인 것은 분명한데, 왜 그것을 주제로 하는 글짓기 숙제가 우리에게 부담..
2008.09.01 -
삼계탕의 효과
2008.07.30 수요일 어제가 중복이었는데 삼계탕을 못 먹어서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 댁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할머니께서 잘 아신다는 삼계탕 집을 향해, 낡고 좁은 골목길을 쭈욱 따라 걷다가 어떤 삼계탕 집을 발견했다. 그 집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을 서 있었는데, 텔레비전에도 나왔던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나는 거기로 들어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할머니께서 우리가 가는 집은 저 밑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허름한 건물 안에 있었고, 사람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주인아주머니가 방으로 안내하였고, 방 안에는 이미 음식이 다 차려져 있었다. 커다란 뚝배기에 토종닭 한 마리와 까만 나뭇가지, 인삼 종류, 파가 하얀 국물에 잠겨 있..
2008.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