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바(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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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산 가는 길
2012.01.25 수요일 나는 아소산의 정상에 올라갔다가 죽을 뻔하였다. 일본의 날씨, 정확히 최남단 규슈의 날씨는 서울의 날씨보다 훨씬 따뜻하였다. 구름 한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하늘에서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구정 연휴에 대구에 내려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큰고모 가족, 둘째 고모 가족, 막내 고모 가족, 그리고 나와 영우, 이렇게 전 가족이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게 일 때문에 아빠, 엄마는 가지 못하셨다! 나는 후쿠오카로 가는 배 위에서 거센 높이의 파도에 대항하듯이, 파도를 눈 부릅뜨고 바라보느라 다른 가족 다 하는 배멀미도 하지 않았다. 칼데라 화산으로 유명한 아소산 입구에 모인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하지만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안좋아지고..
2012.01.29 -
가출
2010.01.07 금요일 '끼이이익~!' 나는 쇳소리 나는 대문을 열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가 내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왔다. 하늘은 바다보다도 더 새파랬고,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햇빛이 쨍쨍했다. 아침부터 나는 답답했다. 방학 내내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꼼짝 않고 좁은 방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보았더니, 나의 몸은 에너지를 쓰지 못해 뻣뻣하고 근질거렸다. 엄마는 오늘따라 몸이 안 좋으신지, 표정도 안 좋고 잔소리만 하신다. 나는 엄마가 영우에게 잔소리하는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런데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옷을 챙겨입고 나오질 못했다. 얇은 바지 한 벌에 내복을 안 입고 양말도 안 신고, 목폴라에다가 스웨터 하나를 달랑 걸치고 잠바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하늘색과 ..
2011.01.10 -
영풍문고에서 터진 코피
2011.01.03 월요일 "큼, 킁~!" 갑자기 코가 간지럽고 촉촉했다. 그리고 콧물 같은 것이 조금 새어 나왔는데, 콧물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끈끈하지 않고 물 같았다. 나는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물이 새는 것 같은 왼쪽 콧구멍을 살짝 훔쳤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 진한 빨간색 액체가 왼손 검지에 묻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방울방울 눈물처럼 흐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왜 코피가 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이 생각부터 들었다. 어젯밤 새벽 3시까지, '아홉살 인생', '아르네가 남긴 것', '별을 헤아리며'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살짝 감기 기운도 있는 듯 피곤하고 몸이 매우 무거웠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책을 읽는 중에도 살짝 코피가 났었다...
2011.01.04 -
추운 골목길
2010.12.15 수요일 오후 4시쯤, 나랑 영우는 그냥 산책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감기 기운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교과부 블로그 원고 마감일인데, 그 바람에 나는 잠을 푹 자고 기사를 여유롭게 송고할 수 있었다.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글을 격식에 맞추어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보람 있다. 기사를 송고하고 오랜만에 끙끙거리며 누워 빈둥거리다가 엄마가 해준 카레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고 내 귀는 1분도 못 견디고 얼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나! 나는 잠바 속에 얇은 옷 두 개만 껴입고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잠바가 내 몸보다 살짝 큰 것이 문제였다. 큰 잠바를 입어서 허리..
2010.12.16 -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가 되던 날!
2010.10.31 일요일 나는 16층까지 높은 건물을, 거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눈 깜짝할 새에 도착하였다. 나와 엄마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시골 사람처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1615호가 어디이지?" 하고 서로에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정부 중앙청사의 16층에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부서를 걷고 있다! 나는 교과부 블로그 기자 발대식이 열리는 회의실을 금방 찾아내었다. 회의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우리는 그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가장 처음 눈에 띈 분은 바로 모과님이셨다! "어, 상우 학생 왔어요? 나에요, 모과 할머니!" 나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언제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쁜 마음에 모과님께 꾸벅 인사를 하였다. 아직 발대식이 시작하려면 사람이 더 와야 한다. 나는..
2010.11.03 -
친구 집에서 옷 말리기
2010.02.22 월요일 "아, 이게 뭐야? 다 젖었잖아!", "아,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이런!" 석희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307동 문앞, 계단에 앉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축구공으로 놀다가, 그만 서로서로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친 것이다. 장난을 친 뒤 우리는 온통 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장난치는 걸 바라보던 영우는, 고개를 저으며 골치 아프다는 듯이 눈을 감고 "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눈이 슬슬 녹아서, 단지 전체가 조금이라도 움푹 팬 곳에는 물로 가득 채워지고, 맨땅에도 물구덩이가 여러 곳이 생겼다. 그 속에서 우리는 철벅 철벅 공을 발로 차고 놀았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 바지는 물에 젖어 무거워졌고, 양말도 축축해지고 신발 안에까..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