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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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아이
2014.11.19 수요일 춥다, 춥다, 으드드드~ 또 춥다. 입술이 얼어붙고 손가락은 시들어버린 시금치처럼 파랗다. 처음엔 팝콘 튀겨내는 기계처럼 몸을 떨며 걷다가 이제는 삐걱거리며 집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이 나한테 시린 얼음물을 쉴새 없이 뿌리는 것처럼 춥다. 생각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까지 통으로 얼어버린 듯, 알고 있는 단어는 오로지 '춥다'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난생처음 와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으니 계속 앞으로 걷기만 했다. 왠지 집이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자꾸 걸어보지만, 걸을수록 허탕인 길을, 머리가 너무 얼어서 다시 새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추위가 뼈 마디마디 스며들어 손가락은 까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유일하..
2014.11.24 -
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
2011.07.12 -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
2010.09.11 토요일 나는 얼마 전에 TV에서 나온 감동적인 영화, 를 보고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 읽은 책 중에 개 키우기에 관한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는 귀여운 개와 주인과 친하게 지내며 교감을 하는 개의 사진들이 애틋하게 실려 있다. 어느덧 나는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가 분화구처럼 폭발하게 되었다. 음, 개를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개와 친하게 지내고 재미있게 놀며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면, 나도 그러고 싶다. 물론 개가 짖고, 털이 많이 빠지고, 사료비에 예방 접종, 똥 누고 오줌 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털이 안 빠지고 잘 짖지 않는 종의 개도..
2010.09.14 -
벌아, 쏘지 마!
2009.09.26 토요일 우리 가족은 광릉 수목원 근처에 있는 분재 공원에서 산책했다. 막 분재로 꾸며진 비닐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올 무렵이었다.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돌탑을 기지 삼아 영우랑 지구 정복 놀이를 하며 뛰놀다가 엄마, 아빠를 뒤쫓아 가려는데, 갑자기 큰 벌 하나가 내 주위를 붕붕 돌다 사라졌다. 나는 순간 놀랐다가 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오른쪽 목 뒷쪽이 간지러우면서 뭔가 척~ 붙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이 떨렸다. 나는 뒷목에, 물컵에 맺힌 물방울 같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단지 끌껍 끽~ 침을 반 정도만 삼키며, 두 눈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굴렸다. 그리고 머릿속엔 끔찍한 기억이 ..
2009.09.28 -
꼴찌를 위하여
2008.05.06 화요일 5일간에 기나긴 휴일이 끝나고 다시 학교 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책가방은 벗어던지고, 모자를 쓰고 물병만 달랑 손에 들고 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직 교실에는 아이들만 몇몇 와있고, 선생님은 안 계셨다. 나는 김훈이라는 아이와 미국 광우병 수입 소 이야기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쌩하고 들어오셔서 칠판에 '운동장으로 나가기'라고 적어놓고 다시 급하게 나가셨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 연설을 듣고, 국민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회에 돌입하였다. 오늘은 소 체육대회라서 그렇게 많은 행사는 없었다. 줄다리기, 각 반에서 모..
2008.05.07 -
못난이와 맹구 - 상우 여행일기
2008.04.16 수요일 펜션 앞마당에는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제일 굵은 벚꽃 나무 아래 낮은 울타리가 쳐 있고, 그 안에 하얀 개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우리를 보고 달려나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흥분했고, 한마리는 뭐가 불안한 듯, 개집 안에서 끙끙대며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참 못생겼다. 아니 못생겼다기보다는 너무 쭈글쭈글했다. 몸에 털이 없고, 귀는 머리에 찰떡처럼 달라붙었고, 코는 납작하고, 얼굴에 온통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주름이 졌다.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땅땅한데 비해, 다리는 너무 가늘어서 걸음걸이도 비척 비척 힘들어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몸에 비해 두 눈은 초록색 구슬을 박아놓은 것처럼 크고 맑았는데, 똘망똘망 물기가 어려 있는 게, 순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였다..
200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