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 7. 12. 15:36ㆍ일기
<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아주 셌다. 손아귀를 마구 빠져나가고, 심지어 어떤 것은 오줌까지 발사하면서 저항하였다. 선생님께서 마취가 다 된 개구리를 스티로폼에 눕히고, 바늘로 고정할 땐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꼭 실을 뚫는 것처럼 가볍게 뚫려서 나도 한번 기꺼이 해보았다.
사실 그냥 스티로폼 정도를 뚫는다는 느낌만 나지 살아 있는 생명의 생살을 뚫는다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이제 단단히 고정된 개구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해부를 시작했다. 점점 용기를 얻은 나는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내가 집도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생물 대 생물로서 개구리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잠깐 기도한 뒤에, 핀셋과 수술 가위를 들었다. 우선 핀셋으로 살점을 살짝 들고서, 가위로 개구리 배의 얇은 가죽을 조심스럽게 오려냈는데, 한번 가위가 들어가니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처럼 죽~하고 갈렸다.
여기서 다른 모둠 아이들이 "우어어~!"하고 비명을 질렀다. 신경을 잘못 건드린 것이다. 그 모둠의 개구리는 마치 유령이 흔들 듯이 몸이 한번 크게 흔들렸다. 내가 가른 개구리 배에서는 가죽 안으로 우윳빛의 살이 나왔다. 하얗기보다는 창백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이 살은 정말 미끌미끌하여 핀셋으로 잘 집히지 않았다. 이제 이것을 오려내면 나올 내장을 생각하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핀셋으로 단단히 살을 잡아내고 가위로 죽~ 오리니까, 이번에도 한번에 날카롭게 오려졌다.
우리는 우선 장기를 잘 관찰하기 위해 열린 살점을 바늘로 꽂아 고정했다. 안쪽 살이 오려지자 드러낸 개구리의 내장 풍경은 생각보다 그렇게 끔찍하지 않았다. 붉은색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가끔 노란색이나 새우젓 같은 모양의 기관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도 빼 보아야 하므로, 하나하나 들어내서 잘라야 했다. 조금 더 살을 위쪽으로 잘라내니 심장이 보였는데, 정말 신기한 것이 이미 간을 빼냈음에도 뛰고 있었고, 아직 개구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심장과 폐가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한꺼번에 떼어내려 했는데, 실수로 뭘 잘못했는지 피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개구리가 살아 있는 상태인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가, 솟구쳐 오르는 붉은 피를 보니 갑자기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마지막까지 장기를 다 빼내니, 개구리 몸에는 아무것도 없고 빈 껍데기로 남았다. 나는 팔과 살에 붙은 바늘을 다 떼주고, 입에 물린 에탄올 묻힌 솜도 빼주었다. 갑자기 개구리 혀가 낼름~ 나왔다. 개구리의 몸은 내 손안에서 축 늘어져 있었지만, 전혀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늘 센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양서류 친구 하나가 놀러 갈 것이라고 전해주어야겠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아주 셌다. 손아귀를 마구 빠져나가고, 심지어 어떤 것은 오줌까지 발사하면서 저항하였다. 선생님께서 마취가 다 된 개구리를 스티로폼에 눕히고, 바늘로 고정할 땐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꼭 실을 뚫는 것처럼 가볍게 뚫려서 나도 한번 기꺼이 해보았다.
사실 그냥 스티로폼 정도를 뚫는다는 느낌만 나지 살아 있는 생명의 생살을 뚫는다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이제 단단히 고정된 개구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해부를 시작했다. 점점 용기를 얻은 나는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내가 집도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생물 대 생물로서 개구리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잠깐 기도한 뒤에, 핀셋과 수술 가위를 들었다. 우선 핀셋으로 살점을 살짝 들고서, 가위로 개구리 배의 얇은 가죽을 조심스럽게 오려냈는데, 한번 가위가 들어가니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처럼 죽~하고 갈렸다.
여기서 다른 모둠 아이들이 "우어어~!"하고 비명을 질렀다. 신경을 잘못 건드린 것이다. 그 모둠의 개구리는 마치 유령이 흔들 듯이 몸이 한번 크게 흔들렸다. 내가 가른 개구리 배에서는 가죽 안으로 우윳빛의 살이 나왔다. 하얗기보다는 창백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이 살은 정말 미끌미끌하여 핀셋으로 잘 집히지 않았다. 이제 이것을 오려내면 나올 내장을 생각하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핀셋으로 단단히 살을 잡아내고 가위로 죽~ 오리니까, 이번에도 한번에 날카롭게 오려졌다.
우리는 우선 장기를 잘 관찰하기 위해 열린 살점을 바늘로 꽂아 고정했다. 안쪽 살이 오려지자 드러낸 개구리의 내장 풍경은 생각보다 그렇게 끔찍하지 않았다. 붉은색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가끔 노란색이나 새우젓 같은 모양의 기관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도 빼 보아야 하므로, 하나하나 들어내서 잘라야 했다. 조금 더 살을 위쪽으로 잘라내니 심장이 보였는데, 정말 신기한 것이 이미 간을 빼냈음에도 뛰고 있었고, 아직 개구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심장과 폐가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한꺼번에 떼어내려 했는데, 실수로 뭘 잘못했는지 피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개구리가 살아 있는 상태인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가, 솟구쳐 오르는 붉은 피를 보니 갑자기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마지막까지 장기를 다 빼내니, 개구리 몸에는 아무것도 없고 빈 껍데기로 남았다. 나는 팔과 살에 붙은 바늘을 다 떼주고, 입에 물린 에탄올 묻힌 솜도 빼주었다. 갑자기 개구리 혀가 낼름~ 나왔다. 개구리의 몸은 내 손안에서 축 늘어져 있었지만, 전혀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늘 센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양서류 친구 하나가 놀러 갈 것이라고 전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