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를 신고 처음 본 연극
2011. 5. 31. 08:46ㆍ일기
<슬리퍼를 신고 처음 본 연극>
2011.05.28 토요일
오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보았다. 6월에 있을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해단식을 앞두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오늘 그동안 활동했던 기자들이 대학로에 모여 연극도 보고 식사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약속 장소로 오는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요즘 나는 사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아직도 나는 모든 게 미숙한데 주위에서는 내게 완벽한 행동과 현실성을 요구한다. 마치 나는 채식주의 상어인데, 엄청 용감하고 물고기 잡는 데 앞장서는 사냥꾼 상어이기를 강요받는 현실에 나는 자꾸만 자신감을 잃는다.
나는 도서관에 있다가 허둥지둥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신발이 없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약속 시각에 늦을까 봐 급하게 구한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거리를 걸어야 했다. 엄마는 언짢아하시고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대학로의 커피가게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뵌 모과님께서, 신발 잃어버린 게 뭔 대수냐며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허허~ 웃으셨다. 꼭 모과님이 나의 구세주 같았다.
우리 블로그 기자단은 엘림 홀이라는 극장으로 갔다. <C21>, 내 입장권에 적혀 있는 번호였다. 나는 번호를 확인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슬리퍼를 신은 두 발로 차박차박~ 소리를 내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하였다. '연극 제목이 <사흘 동안>인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극장 안은 어떨까? 의자는 편할까? 혹시 침대식이 아닐까?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칠까? 내가 연극배우들을 잘 모르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유명한 배우일까? 객석은 꽉 차 있을까?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내 머리는 가득 차서 두둥실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극장으로 들어서는 길은 어두웠고, 극장 안에 다 들어왔을 때도 어둠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서 갈만한 가느다란 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와 본 연극 극장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영화 <파리넬리>에 나오는 무대처럼 엄청나게 넓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의자도 마음대로 기울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객석은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벤치 같은 의자였고, 번호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나같이 덩치 큰 사람이 앉아서 보기에는 언뜻 좁아 보였다. 나는 내 자리 <C21>을 찾아 나섰다.
공원 벤치 같은 의자에 번호가 쓰여있고, 빼곡한 번호 속에서 벌써부터 관객들 사이에 끼어서 낑낑거리며 연극을 보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 내 뒤에서 관객들이 많이 자리를 찾아 밀려들어 왔는데, 많은 사람이 내 발을 밟고 지나갔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거나 아예 몰랐겠지만, 오늘은 맨발처럼 얇디얇은 슬리퍼다. 그 중 한 사람은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음식을 꼭꼭 씹어먹는 것처럼 내 왼쪽 새끼발가락 부분을 꽈악~ 밟고 지나갔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흐으으하, 흐흐하~' 하며 고통을 삭였다.
양옆으로 사람이 빼곡하고 좌석이 좁아서, 나는 큰 돌 사이에 끼어버린 작은 돌처럼 끼어서 군말 없이 앉아 있었다. 예전에 지하철 타고 학교에 다닐 때, 한번 폭풍 때문에 사람들이 4호선으로 모여 꽉 끼는, 그야말로 콩나물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치 그 상황 같았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조금 작았지만, '그래, 연극만 재미있으면 되지 뭐~!'생각하며 카메라를 꺼내 들어, 아직 연극이 시작되지 않아서 배우는 없고 연극 소품만 있는 무대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객석을 둘러보았다.
객석은 꽉 찼다. 공연장은 크지 않은데 관객은 많아서인지, 바깥 날씨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땀도 삐질삐질 나는 속에서 연극은 시작되었고, 짧게 이번이 한국 초연이니 잘 봐주시고, 핸드폰은 꺼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오고, 무대가 일제히 어둠으로 가득 찼다! 나는 순식간에 연극에 나오는 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오기까지에는 눈 깜짝할 만한 시간이 흘렀다. 엄청난 박수소리가 어두운 무대를 가득 채웠고, 아마 오늘 본 연극 <사흘 동안>은 다닥다닥 객석에 사람으로 꽉 찼던 공연장과 내가 신었던 슬리퍼 덕분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흘 동안>의 관람기는 조만간 꼭 쓸 것이다.
2011.05.28 토요일
오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극을 보았다. 6월에 있을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기자 해단식을 앞두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오늘 그동안 활동했던 기자들이 대학로에 모여 연극도 보고 식사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약속 장소로 오는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요즘 나는 사는 것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아직도 나는 모든 게 미숙한데 주위에서는 내게 완벽한 행동과 현실성을 요구한다. 마치 나는 채식주의 상어인데, 엄청 용감하고 물고기 잡는 데 앞장서는 사냥꾼 상어이기를 강요받는 현실에 나는 자꾸만 자신감을 잃는다.
나는 도서관에 있다가 허둥지둥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신발이 없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약속 시각에 늦을까 봐 급하게 구한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거리를 걸어야 했다. 엄마는 언짢아하시고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대학로의 커피가게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뵌 모과님께서, 신발 잃어버린 게 뭔 대수냐며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허허~ 웃으셨다. 꼭 모과님이 나의 구세주 같았다.
우리 블로그 기자단은 엘림 홀이라는 극장으로 갔다. <C21>, 내 입장권에 적혀 있는 번호였다. 나는 번호를 확인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슬리퍼를 신은 두 발로 차박차박~ 소리를 내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하였다. '연극 제목이 <사흘 동안>인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극장 안은 어떨까? 의자는 편할까? 혹시 침대식이 아닐까?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칠까? 내가 연극배우들을 잘 모르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유명한 배우일까? 객석은 꽉 차 있을까?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내 머리는 가득 차서 두둥실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극장으로 들어서는 길은 어두웠고, 극장 안에 다 들어왔을 때도 어둠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서 갈만한 가느다란 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와 본 연극 극장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영화 <파리넬리>에 나오는 무대처럼 엄청나게 넓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의자도 마음대로 기울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객석은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벤치 같은 의자였고, 번호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나같이 덩치 큰 사람이 앉아서 보기에는 언뜻 좁아 보였다. 나는 내 자리 <C21>을 찾아 나섰다.
공원 벤치 같은 의자에 번호가 쓰여있고, 빼곡한 번호 속에서 벌써부터 관객들 사이에 끼어서 낑낑거리며 연극을 보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 내 뒤에서 관객들이 많이 자리를 찾아 밀려들어 왔는데, 많은 사람이 내 발을 밟고 지나갔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거나 아예 몰랐겠지만, 오늘은 맨발처럼 얇디얇은 슬리퍼다. 그 중 한 사람은 높은 하이힐을 신고 음식을 꼭꼭 씹어먹는 것처럼 내 왼쪽 새끼발가락 부분을 꽈악~ 밟고 지나갔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흐으으하, 흐흐하~' 하며 고통을 삭였다.
양옆으로 사람이 빼곡하고 좌석이 좁아서, 나는 큰 돌 사이에 끼어버린 작은 돌처럼 끼어서 군말 없이 앉아 있었다. 예전에 지하철 타고 학교에 다닐 때, 한번 폭풍 때문에 사람들이 4호선으로 모여 꽉 끼는, 그야말로 콩나물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치 그 상황 같았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조금 작았지만, '그래, 연극만 재미있으면 되지 뭐~!'생각하며 카메라를 꺼내 들어, 아직 연극이 시작되지 않아서 배우는 없고 연극 소품만 있는 무대 사진을 찍었다. 나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객석을 둘러보았다.
객석은 꽉 찼다. 공연장은 크지 않은데 관객은 많아서인지, 바깥 날씨보다 더 덥게 느껴졌다. 땀도 삐질삐질 나는 속에서 연극은 시작되었고, 짧게 이번이 한국 초연이니 잘 봐주시고, 핸드폰은 꺼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오고, 무대가 일제히 어둠으로 가득 찼다! 나는 순식간에 연극에 나오는 다른 세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오기까지에는 눈 깜짝할 만한 시간이 흘렀다. 엄청난 박수소리가 어두운 무대를 가득 채웠고, 아마 오늘 본 연극 <사흘 동안>은 다닥다닥 객석에 사람으로 꽉 찼던 공연장과 내가 신었던 슬리퍼 덕분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흘 동안>의 관람기는 조만간 꼭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