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일기>가 MBC에 나오는 날!
2011. 7. 2. 09:00ㆍ일기
<<상우일기>가 MBC에 나오는 날!>
2011.06.24 금요일
나는 처음에 촬영한다고 들었을 때, 큰 자동차 2대 정도가 우리 집 앞으로 와서, 조명 장치와 스피커 같은 것을 든 채, 좁은 우리 마당에 거대하고 대포 같은 카메라를 밀고 들어올까 봐 은근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정작 온 것은 젊은 PD님 한 분과 삼발이가 달린 카메라였다. 나는 사람 1명과 카메라 1대라면 충분히 긴장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MBC 방송국에서 새롭게 시작한 <슈퍼 블로거>라는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4회 정도 했고, 모두 쟁쟁한 블로거들이 출연했다. 한 달에 포스팅도 얼마 안 하는 내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고 믿기지 않았다. 학교 끝나는 대로 일찍 와 방 청소를 하면서도, 오늘 내가 방송에 나올 촬영을 한다는 것도, PD 아저씨가 오시기 5분 전까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
지금 물푸레 부동산 앞인데,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PD 아저씨의 전화를 받고서야 아,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나가기 전에 한 번 집을 둘러보았다. 엄마가 신경을 써서 청소해 주셨기 때문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고, 얼마 전에 큰삼촌께서 오셔서 공간박스로 새롭게 꾸민 마루가 오늘따라 더 멋져 보였다. 비가 호토돌, 호토돌~ 하늘은 당장 폭풍이라도 칠 것처럼 어두컴컴한데, 비는 찔끔찔끔 내렸다. 나는 큰 우산을 펴고 PD 아저씨를 배웅하러 나갔다.
그런데 사실 나도 물푸레 부동산이 어디인지 잘 몰랐다. 근처의 부동산 몇 개 중에 하나려니 하고 정처 없이 집 주위를 걸었다. 동네를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물푸레 부동산은커녕 물푸레나무 하나 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후다닥 들어가 "엄마, 물푸레 부동산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했는데, 마침 엄마도 나오고 계셨다. 나는 엄마를 똥깃뚱깃 따라갔다. 물푸레 부동산은 내가 지나친 가까운 곳에 붙어 있었고, 거기에 만화주인공처럼 한쪽으로 긴 테가 있는 모자를 뒤로 쓰고,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티에 여기저기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표정도 밝게, "아, 혹시 상우님이신가요?" 하고 나와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이렇게 PD 아저씨와 나는 우리 집 2층으로 올라와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엄마는 아저씨와 나를 위해 간단한 샌드위치와 빵, 음료수, 커피, 물을 쟁반에 담아오셨다. 나는 아저씨보다 더 많이 먹으며 촬영 준비를 했다. 아저씨는 편안하고 친절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셨고,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그림 모음집을 보여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혹시 지금까지 쓴 일기자료가 없는지를 물어보셨는데, 일기장은 이사 오면서 모두 분실된 줄 알았기에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다락방에서 내 일기장을 끙끙 한 더미 들고오시며, "아이구, 이 녀석아! 없긴 왜 없어?" 하셨다. 아! 엄마가 구세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일기장을 쌓아놓고 보니, 높이가 꽤 되고 묵직했다. 나는 하나하나의 일기를 쓰는 데만 열중했지, 지금까지 써놓은 것은 별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상우일기> 블로그에도 벌써 700개 정도의 글이 올라가 있는데, 나는 도대체 언제 이런 마술을 부려놓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께서도 와! 와! 하시며 촬영을 하시고 아낌없이 칭찬해주셨다. 작은 종이 한바닥이 모여 거대한 일기장 탑이 되는구나!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에 대한 자부심이 몇 배로 커져, 아저씨께서 질문하시면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카메라에 대고 말할 땐, 혹시 이 영상을 몇백 년 후, 몇 천 년 후 후손들이 보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오래전 블로그를 운영했었던 나의 기록을 통해, 그 옛날 어떤 문화의 역사가 있었나 짐작할 수 있겠지! 나는 가슴이 벅찼고 말도 술술 잘 나왔다.
아저씨는 내가 그림 그리는 것도 촬영하셨다. 작은 상을 펴고 쪼그리고 앉아 그림 작업을 하니, 나중엔 다리가 저려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아저씨는 웃으시며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셨다. 오는 7월 16일, 새벽 1시 25분에 방영될 것이고 4시간 정도 촬영했는데, 5분 정도 나온다고 하여서 조금 섭섭했지만,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어서 뿌듯했다. PD 아저씨가 즐겁게 방송 촬영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늦은 시각에 방영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잠들지도 모르지만, 아마 촬영의 추억은 일기처럼 사라지지 않겠지!
2011.06.24 금요일
나는 처음에 촬영한다고 들었을 때, 큰 자동차 2대 정도가 우리 집 앞으로 와서, 조명 장치와 스피커 같은 것을 든 채, 좁은 우리 마당에 거대하고 대포 같은 카메라를 밀고 들어올까 봐 은근히 겁을 먹었다.
하지만, 정작 온 것은 젊은 PD님 한 분과 삼발이가 달린 카메라였다. 나는 사람 1명과 카메라 1대라면 충분히 긴장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MBC 방송국에서 새롭게 시작한 <슈퍼 블로거>라는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4회 정도 했고, 모두 쟁쟁한 블로거들이 출연했다. 한 달에 포스팅도 얼마 안 하는 내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정말 가슴이 벅차고 믿기지 않았다. 학교 끝나는 대로 일찍 와 방 청소를 하면서도, 오늘 내가 방송에 나올 촬영을 한다는 것도, PD 아저씨가 오시기 5분 전까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
지금 물푸레 부동산 앞인데,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PD 아저씨의 전화를 받고서야 아,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나가기 전에 한 번 집을 둘러보았다. 엄마가 신경을 써서 청소해 주셨기 때문에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고, 얼마 전에 큰삼촌께서 오셔서 공간박스로 새롭게 꾸민 마루가 오늘따라 더 멋져 보였다. 비가 호토돌, 호토돌~ 하늘은 당장 폭풍이라도 칠 것처럼 어두컴컴한데, 비는 찔끔찔끔 내렸다. 나는 큰 우산을 펴고 PD 아저씨를 배웅하러 나갔다.
그런데 사실 나도 물푸레 부동산이 어디인지 잘 몰랐다. 근처의 부동산 몇 개 중에 하나려니 하고 정처 없이 집 주위를 걸었다. 동네를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물푸레 부동산은커녕 물푸레나무 하나 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후다닥 들어가 "엄마, 물푸레 부동산이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했는데, 마침 엄마도 나오고 계셨다. 나는 엄마를 똥깃뚱깃 따라갔다. 물푸레 부동산은 내가 지나친 가까운 곳에 붙어 있었고, 거기에 만화주인공처럼 한쪽으로 긴 테가 있는 모자를 뒤로 쓰고,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티에 여기저기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표정도 밝게, "아, 혹시 상우님이신가요?" 하고 나와 엄마에게 인사를 건네셨다.
이렇게 PD 아저씨와 나는 우리 집 2층으로 올라와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엄마는 아저씨와 나를 위해 간단한 샌드위치와 빵, 음료수, 커피, 물을 쟁반에 담아오셨다. 나는 아저씨보다 더 많이 먹으며 촬영 준비를 했다. 아저씨는 편안하고 친절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셨고,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그림 모음집을 보여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혹시 지금까지 쓴 일기자료가 없는지를 물어보셨는데, 일기장은 이사 오면서 모두 분실된 줄 알았기에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다락방에서 내 일기장을 끙끙 한 더미 들고오시며, "아이구, 이 녀석아! 없긴 왜 없어?" 하셨다. 아! 엄마가 구세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일기장을 쌓아놓고 보니, 높이가 꽤 되고 묵직했다. 나는 하나하나의 일기를 쓰는 데만 열중했지, 지금까지 써놓은 것은 별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상우일기> 블로그에도 벌써 700개 정도의 글이 올라가 있는데, 나는 도대체 언제 이런 마술을 부려놓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께서도 와! 와! 하시며 촬영을 하시고 아낌없이 칭찬해주셨다. 작은 종이 한바닥이 모여 거대한 일기장 탑이 되는구나!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에 대한 자부심이 몇 배로 커져, 아저씨께서 질문하시면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카메라에 대고 말할 땐, 혹시 이 영상을 몇백 년 후, 몇 천 년 후 후손들이 보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오래전 블로그를 운영했었던 나의 기록을 통해, 그 옛날 어떤 문화의 역사가 있었나 짐작할 수 있겠지! 나는 가슴이 벅찼고 말도 술술 잘 나왔다.
아저씨는 내가 그림 그리는 것도 촬영하셨다. 작은 상을 펴고 쪼그리고 앉아 그림 작업을 하니, 나중엔 다리가 저려서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아저씨는 웃으시며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하셨다. 오는 7월 16일, 새벽 1시 25분에 방영될 것이고 4시간 정도 촬영했는데, 5분 정도 나온다고 하여서 조금 섭섭했지만,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어서 뿌듯했다. PD 아저씨가 즐겁게 방송 촬영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늦은 시각에 방영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잠들지도 모르지만, 아마 촬영의 추억은 일기처럼 사라지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