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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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2010.01.07 금요일 '끼이이익~!' 나는 쇳소리 나는 대문을 열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가 내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왔다. 하늘은 바다보다도 더 새파랬고,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햇빛이 쨍쨍했다. 아침부터 나는 답답했다. 방학 내내 추운 날씨가 이어져서, 꼼짝 않고 좁은 방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보았더니, 나의 몸은 에너지를 쓰지 못해 뻣뻣하고 근질거렸다. 엄마는 오늘따라 몸이 안 좋으신지, 표정도 안 좋고 잔소리만 하신다. 나는 엄마가 영우에게 잔소리하는 틈을 타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런데 나는 도망치듯 나와서, 옷을 챙겨입고 나오질 못했다. 얇은 바지 한 벌에 내복을 안 입고 양말도 안 신고, 목폴라에다가 스웨터 하나를 달랑 걸치고 잠바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하늘색과 ..
2011.01.10 -
영풍문고에서 터진 코피
2011.01.03 월요일 "큼, 킁~!" 갑자기 코가 간지럽고 촉촉했다. 그리고 콧물 같은 것이 조금 새어 나왔는데, 콧물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끈끈하지 않고 물 같았다. 나는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물이 새는 것 같은 왼쪽 콧구멍을 살짝 훔쳤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 진한 빨간색 액체가 왼손 검지에 묻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방울방울 눈물처럼 흐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왜 코피가 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이 생각부터 들었다. 어젯밤 새벽 3시까지, '아홉살 인생', '아르네가 남긴 것', '별을 헤아리며'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살짝 감기 기운도 있는 듯 피곤하고 몸이 매우 무거웠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책을 읽는 중에도 살짝 코피가 났었다...
2011.01.04 -
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친구 집에서 잠들기는 어려워!
2010.12.03 금요일 어제 난 처음으로 외박하였다.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우리 반 지호네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 그러셨고 아빠는 된다고 그러셨다. 내가 지호네 집에서 잔다고 하니까 은철이도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서, 우리는 셋이 같이 자게 되어 뛸 듯이 기뻤다. 지호와 은철이는 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 지호네 집에서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영화를 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지호집의 수많은 카드를 모아서 카드 게임을 하고, 지호네 엄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저녁을 먹는 시간은 꼭 빠르게 흐르는 강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어느새 창밖이 진한 블랙커피 색깔처럼 어두워지고, 우리는 마루에 깔린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2010.12.04 -
오렌지 주스와 장관님
2010.11.27 토요일 장관실 문은 열려 있었고, 그 문앞에 2명의 묵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사무실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사제실같이 널찍한 회의실이 횡~하니 있었다. 하지만, 곧 15명의 교과부 4기 블로그 기자단과 교과부의 직원 몇몇 분이 들어오니 금세 자리는 메워졌다. 고건영 주무관님께서는 한명 한명 직원의 소개를 해주셨다. 그사이 오른쪽에 있던 작은 문으로 얼굴은 동글동글 인자하게 생기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아저씨께서 활짝 웃으며 나왔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장관님이셨다! 나는 그때부터 살짝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귓불에서 열이 나고 코가 조금 막혔다. 아침부터 나는 머리가 띵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보니까 장관님 옆자리에..
2010.11.29 -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
2010.11.24 수요일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일기 주제는 이다. 나는 언뜻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우리 가정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족 모두 살아 있고, 팔다리는 멀쩡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어서 슬픔과 피로에 잠겨 있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가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곰곰 더 생각해보니 그냥 가정이 온전한 틀만 가지고..
201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