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11)
-
닿을 수 없었던 경기장
2010.12.05 일요일 나는 아침부터 너무나 들떠 있었다. 그리고 "아빠! 오늘 약속했잖아요!" 하며 아직 주무시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머릿속에서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바로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직접 생생하게 본다는 사실을!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며칠 전 내 동생 영우는, 기특하게도 친구에게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우리나라 프로축구 리그)의 챔피언 결정전을 볼 수 있는 표를 얻어왔다. 그것은 어린이 무료권과 어른 50% 할인권이었다. 그런데 어린이는 1명만 무료라서, 나는 아쉽게도 나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밥 먹다가 투덜거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입장료를 만 원 주시면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영우와 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빠져..
2010.12.08 -
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09.30 목요일 "야, 어떻게! 우리 차례야! 빨리빨리~!" 내 앞에 은철이는 비장하게 이 말을 남기며, 대기실에서 강당 무대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무대에서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커다랗게 줄을 돌렸다. 나는 1초 정도 어리버리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얼른 무대로 뛰어나갔다. 관객들은 볼 새가 없었다. 벌써 2번째 주자인 경래가 넘고 있었다. 나는 4번째다. 긴장감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퍼져서, 등골에서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차가움이 쫙 퍼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관객석 오른쪽 앞줄에 있던 엄마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막 은철이가 돌고 나온, 거대한 도넛 모양의 줄 안으로 뛰어들고, 두 발을 왼발부터 차례로 들어 올려 줄을 넘고 줄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번째를 무사히 ..
2010.10.02 -
첫 승리다!
2010.07.21 수요일 우리 반 선생님은 한 학기가 끝나가도록, 체육 시간에 축구보다는 줄넘기를 더 많이 시키셨다. 우리는 특히 월드컵 때문에 축구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 체육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축구시합을 하는 반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께서 드디어 허락하셨다. 장장 2교시 동안, 1반과 4반과 번갈아가며 축구 경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우리 반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가 별로 없어서 축구는 꼴찌였다. 그런데 1반은 몹시 어려운 상대다. 체육 잘하는 아이란 아이는 모두가 뭉친 반! 1반과는 딱 2번 축구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1골도 득점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1반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확인해야 했었다. 역시 이번에도 처음에는 1반이 앞서는가 했다. 1반은 경기..
2010.07.24 -
처음으로 막은 공
2010.06.21 월요일 요즘 나는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놀이터 축구장으로 향한다. 오늘도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민석이, 재호와 축구를 하려고 뛰어나갔다. 영우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형아, 나도 끼워줘!" 하면서 잽싸게 따라나섰다. 이번에 내가 맡은 역할은 골키퍼이다. 내가 운동을 아주 못한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4학년 처음에도 내 덩치만 보고 아이들이 골키퍼를 시켰는데, 되려 공을 피해서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골키퍼를 할 때마다 '이번에는 꼭~!' 언제나 굳은 각오를 하지만 번번히 실패만 했다. 이번에는 재호와 한팀이 되어서 나는 골키퍼, 재호는 미드필더다. 나는 옛날에 아빠가 쓰시던 장갑을 가져와 끼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건만 이번에도 번번히 공을 놓쳤다. 4..
2010.06.22 -
나로호야! 용기를 잃지 마!
2010.06.10 목요일 나는 오늘 엄마가 전화로 말해주기 전까지는, 나로호가 발사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밖에서 놀던 중, 엄마에게 휴대전화가 왔다. "10분 뒤에 TV에서 나로호가 발사한다는데 보지 않을래?" 사실 나는 나로호, 처음 발사할 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도, 이번 재발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복잡한 감정이 엉켜버린 국수처럼 밀려왔다. 결국, 발사 4분 전 집에 부랴부랴 자전거를 끌고 헉헉거리면서 들어왔다. 엄마는 나로호 발사가 생중계되는 TV를 켜놓고, 작은 식탁을 펴서 냉면을 차려놓고 계셨다. 냉면을 먹는 동안, 4분이라는 시간은 참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발사 전, 30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나는 입안에 ..
2010.06.11 -
자전거를 타고 달려라!
2010.05.22 토요일 "자! 처음에는 아빠가 밀어줄게, 그럼 넌 핸들을 조종해서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봐!" 오늘 새로 배달 온 자전거의 첫 연습은 균형 잡기였다. 처음에는 자꾸 넘어지기만 했는데, 차차 오래 버티고 균형 잡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에 들어갔다. 아빠는 뒤에서 한번 세게 밀어주시고, 나는 왼발은 페달을 밟고 있고 오른발로는 땅을 한 번, 두 번, 세 번 힘껏 친 뒤에, 재빨리 페달에 올라 발을 구르는 것이었다. 말로는 쉽지만 내가 석희의 자전거를 타보았을 때, 이것에 계속 실패하여서 다시 실패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서 다시 도전했다. 나의 자전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주었고, 어느샌가 나도 더 ..
201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