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 10. 2. 09:30일기

<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2010.09.30 목요일

"야, 어떻게! 우리 차례야! 빨리빨리~!" 내 앞에 은철이는 비장하게 이 말을 남기며, 대기실에서 강당 무대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무대에서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커다랗게 줄을 돌렸다. 나는 1초 정도 어리버리해져서 가만히 있다가 얼른 무대로 뛰어나갔다.

관객들은 볼 새가 없었다. 벌써 2번째 주자인 경래가 넘고 있었다. 나는 4번째다. 긴장감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퍼져서, 등골에서 얼음물이 흐르는 듯한 차가움이 쫙 퍼졌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관객석 오른쪽 앞줄에 있던 엄마를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서 막 은철이가 돌고 나온, 거대한 도넛 모양의 줄 안으로 뛰어들고, 두 발을 왼발부터 차례로 들어 올려 줄을 넘고 줄 밖으로 뛰쳐나갔다. '첫 번째를 무사히 성공했다! 성공했다고!' 나는 기쁨에 차서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전율을 마저 느껴볼 시간도 없이, 바로 다음 한번을 더 뛰어야 했다. 나는 '끝까지 침착하자!' 생각하면서, 한 번 더 커다랗게 파탁~거리며 도는 줄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가뿐하게 넘어 성공하고서, 그대로 쪼르륵~ 다시 대기실로 뛰어들었다. 먼저 들어온 주용이와 경래, 은철이와 함께, 나는 "성공했다! 성공했어!" 하며 두 손을 불끈 쥐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내 뒤에 들어온 세원이까지도 "예헤이! 성공!" 하고 환호하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어온 선우와 원영이는 표정이 침울했다. "후우~ 걸렸어!" 우리는 원영이와 선우를 토닥여주고 대기실 문틈으로 빼꼼히 무대를 보았다.

형빈이가 긴 줄 안에서 작은 줄넘기를 하는 묘기를 하고 있을 때, 박자가 맞지 않았는지 그만 형빈이 줄과 긴 줄이 얽혀 무대에서 음악은 흐르는데, 진행은 되지 않고 줄만 풀기에 바빴다. 다행히 시간을 끌지 않고 줄이 풀리면서 다음 순서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 순서는 이 발표의 클라이막스! 2개의 긴 줄 안에서 발을 춤추듯이 번갈아가며 넘는 순서다! 이건 너무 어려워 형빈이, 규형이, 지호 이렇게 3명 만이 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조금 꼬여서 불안했지만, 아이들은 곧잘 해냈고, 관중석에서는 대포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끝날 때 손동작, 발동작을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모두가 함께하고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리 반 선생님께서 "우리 반이 최고야! 제일 잘했어!"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오늘 우리 반이 거의 마지막 순서였는데, 학부모들에게서 예능 발표회 내내 지금껏 듣지 못한 박수갈채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우리 반은 웃음소리와 박수갈채를 흠뻑 받으며 무대 밖으로 내려왔다.

나는 숨을 몰아쉬고서 밖으로 나와 엄마를 만났다. 엄마도 역시 "너희 반이 최고야! 대단한 걸!" 하셨다. 나는 사실 바로 1시간 전에 연습 할 때만 해도, 자꾸 줄에 걸렸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긴 줄넘기는 시간이 생명이라 내가 실패하면 뒤로 줄줄이 다 막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리지 않고 잘해냈고, 앞에서 하던 아이들도 몇 번을 빼고는 기가 막히게 잘해주었고, 우리 반 모두가 줄넘기의 달인들처럼 잘해주었다.

우리는 반에 돌아와 사온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나머지 공연을 TV 생중계로 보며 웃었다. 나는 초등학교의 학예회가 이젠 마지막이란 생각이 믿기지가 않으면서, 문득 내가 예능 발표회 때 우리 반은 하필 줄넘기냐고 푸념했던 게 떠올랐다. 나는 다른 반이 뮤지컬이나 아름다운 합창 연습을 하는 걸 보며 부러워했는데, 우리 반이 호응이 제일 좋은 걸 보니, 줄넘기로 일치된 우리 반의 모습이 돋보였던 것 같다. 역시 선생님의 선택은 탁월하셨다!

예능발표회의 꽃은 줄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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