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 10. 21. 09:00일기

<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 번갯불에 덴 듯이 퍼뜩 깨어났다.

휴~ 아직 세 정거장 밖에 이동하지 않아서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다. 꼭 몸이 잠을 자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하였지만, 나는 다시 머리를 지하철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꼭 몸이 아주 천천히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왔다. 나는 그리고 곧바로 눈을 떴다. 꼭 시간을 뛰어넘은 것 같았다. 분명히 눈만 깜빡했는데, 어느새 지하에서 나와 안개가 많이 쌓인 덕정역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덕정역은 내가 내려야 할 양주역에서, 두 정거장을 넘어선 거리에 있다, 나는 빨리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8시 22분! 아직 시험 시간에 늦은 시각은 아니었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대략 30분이나 소요된다. 시험은 9시! 나는 조급해졌다. 덜컥 겁이 났다. 덕정역에서 부리나케 내려서 파다다닥~ 달려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렸다. 하나님도 내 조급한 마음을 아시는지, 바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보내주셨다.

나는 그 열차에 몸을 싣고,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열차야, 빨리 달려라~ 제발 빨리~!' 외쳤다. 내 마음은 이미 학교에 도착하고 있는데, 열차가 빨리 가질 않으니 속이 답답해서 터질 것만 같았다. 양주역에 도착하니까, 그때 마침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가 조금씩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깜박거리는 신호등을 향해 '여기서 저 버스를 타지 못하면 빵점이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다리를 쫙쫙 펼치며 돌진했다.

버스가 부르르릉~ 출발하려고 하다가, 버스 문이 닫히는 찰나 정신없이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고,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다시 문을 열어주셨다. 나는 버스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승차했다. 추운 날씨에도 나는 버스 좌석에서 폭포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꼭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평소에는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던 빨간 신호등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일까?

빨간불 하나가 우리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나는 으으으윽~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질 것 같았다. 드디어 학교 정류장 앞! 버스에서 튀어 나가듯이 뛰어내려, 학교까지 부리나케 캥거루처럼 겅중겅중 뛰었다. 아직 시험은 시작되지 않았고 내가 들어가는 순간, 딱 종이 울렸다. 아직 아이들은 소란스러웠고, 선생님은 준비하느라 바쁘셨다. 난 만원 지하철에서 자리 하나 나면, 벌떼같이 몰려드는 사람들처럼 쏜살같이 자리에 앉았다. 빨리빨리 필기도구를 꺼내 시험준비를 맞추고, 드디어 국어 시험지를 놓치지 않게 꽉 받아들었다.

겨우겨우 도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