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에서 저녁 먹기
2010. 9. 29. 09:00ㆍ일기
<환경운동연합에서 저녁 먹기>
2010.09.27 월요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려니 몸이 조금 피곤하였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이나 붙일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응, 그랴~ 어, 상우하고 영우만 집에 있는데! 응? 저녁 지금 막 먹었는데? 또? 그랴~ 됐어, 됐어." 할머니께선 전화를 끊으시더니 아직 아래층에 있던 영우에게, "영우야, 아직 배 더 고프니?" 물으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에서 저녁 먹는데 같이 먹자 하네!", 영우는 "네! 가고 싶어요!" 하였다.
참! 여러분께 우리 외삼촌을 이야기해 드렸나? 우리 막내 외삼촌은 유모 감각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변호사이며 환경 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나는 삼촌이 자랑스럽다. 내가 삼촌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이라서 그렇다. 삼촌은 할머니와 격투기 장난을 하고, 엄마에게도 가뜩이나 큰 키를 더 늘려서 까치발을 들고, 어깨를 펴서 위협하듯 "내가 더 크지?" 하는 장난도 잘 치고,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시고, 가끔 밤에 맛난 것을 야참으로 사서 들어오신다. 이 정도면 내가 삼촌을 좋아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할머니는 큰소리로 "예, 상우야!" 하고 부르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 건물에서 같이 저녁 먹자는데?" 나는 계단에 서 있다가 환경 연합에서는 도대체 무얼 먹는지, 무슨 식사인지 궁금했지만, "어, 방금 저녁 먹었는데요? 음, 글쎄~" 하고 망설였다. 영우는 "그래, 형아? 난 가고 싶은데? 그럼 나 혼자서라도 갈래!" 하였다. 나는 영우한테 "음, 그래 영우야? 꼭 가야겠니? 그럼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니? 어쩔 수 없군. 이 형아가 따라가는 수밖에!" 하며 따라나섰다.
할머니께서는 "우리 집에서 사직 공원 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환경연합 건물 알지? 삼촌은 그 건물 2층에 있어잉, 꼭 2층으로 가야 해! 가는 길에 차조심하고 추울지도 모르니까, 웬만하면 따뜻하게 조절해서 입고엉!" 하셨다. 그러나 나는 간단하게 바지만 갈아입고, 양말도 안 신은 채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영우와 나갔다. 밤에는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살살 깔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한달음에 환경연합 건물 앞까지 뛰어갔다. 나와 영우는 환경연합 건물 앞에 섰다.
환경연합 건물은 낮에 보면 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작고 아담한 예쁜 건물이지만, 밤이 되면 낡은 시멘트 건물에 어두운 담쟁이덩굴이 주렁주렁 덮여 있고, 여러 개가 달린 창문이 괴물의 눈처럼 보이고, 뾰족한 지붕마저도 어둡게 보여 아주 무시무시한 건물로 보인다. 우리는 건물 옆쪽에 붙어 있는 나무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니 커다란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온갖 풀들이 자라있었고, 그 위에 나무로 만든 식탁과 나무 의자가 있었다. 그 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접시에 담긴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면서 식사를 하였다.
한쪽에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쓰여있는 스크린 화면이 있었고, 그 옆에는 뷔페식으로 음식을 골라서 담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삼촌을 찾았다. 삼촌의 뒷모습은 어깨가 떡 벌어져 늠름해서, 처음부터 확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삼촌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니, 삼촌은 사람들과 벌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를 보더니 "왔구나~!" 하시며 우리와 함께 먹기 위해 자리를 옮기셨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름표를 단 환경연합 회원들이었다. 나는 어느새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와 사과 2조각, 감자구이, 물고기를 담아서 자리로 가서 식사를 시작했다.
환경연합 행사라 그런지 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나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삼촌, 제가 이렇게 와서 먹어도 되는 자리인가요?" 하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삼촌은 한마디로 "왜? 내 조카인데 괜찮지!"라고 대답하셨다. 옆에는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음식을 드시고 계셨다. 삼촌은 그분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쪽은 제 조카인데 6학년이에요, 얘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답니다!" 하면서 나를 가리키셨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데 삼촌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상우야.", "네?", "이런 마당이 있는 데서 개를 키우면 정말 좋겠지?",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꼭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은 질문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한강의 기적>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행사 순서는 재미있게도 가장 먼저 기념촬영부터 하는 것이다! 나는 회원이 아니라서 찍기가 꺼려졌지만, 내가 찍지 않으면 삼촌도 찍지 않을 거라는 말에 쭈뼛쭈뼛 삼촌 옆에 섰다. 삼촌은 뒤로 숨으려고 하는 나를 제일 앞으로 데려오셨다. 그렇게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나왔다. 이제 제대로 행사가 시작하려고 했는데, 삼촌이 또 다른 약속이 있으셔서 서둘러 집에 들러야 하느라, 우리는 그냥 먹기만 하고 나온 것이 되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부른 배만큼이나 따뜻한 경험이었다.
2010.09.27 월요일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오려니 몸이 조금 피곤하였다. 집에 와서 손발을 씻고 저녁을 먹고 잠깐 눈이나 붙일 생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셨다.
"여보세요? 응, 그랴~ 어, 상우하고 영우만 집에 있는데! 응? 저녁 지금 막 먹었는데? 또? 그랴~ 됐어, 됐어." 할머니께선 전화를 끊으시더니 아직 아래층에 있던 영우에게, "영우야, 아직 배 더 고프니?" 물으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에서 저녁 먹는데 같이 먹자 하네!", 영우는 "네! 가고 싶어요!" 하였다.
참! 여러분께 우리 외삼촌을 이야기해 드렸나? 우리 막내 외삼촌은 유모 감각이 넘치는 분이다. 그리고 변호사이며 환경 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나는 삼촌이 자랑스럽다. 내가 삼촌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유는 좋은 사람이라서 그렇다. 삼촌은 할머니와 격투기 장난을 하고, 엄마에게도 가뜩이나 큰 키를 더 늘려서 까치발을 들고, 어깨를 펴서 위협하듯 "내가 더 크지?" 하는 장난도 잘 치고,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시고, 가끔 밤에 맛난 것을 야참으로 사서 들어오신다. 이 정도면 내가 삼촌을 좋아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할머니는 큰소리로 "예, 상우야!" 하고 부르셨다. "삼촌이 지금 집 앞에 환경 연합 건물에서 같이 저녁 먹자는데?" 나는 계단에 서 있다가 환경 연합에서는 도대체 무얼 먹는지, 무슨 식사인지 궁금했지만, "어, 방금 저녁 먹었는데요? 음, 글쎄~" 하고 망설였다. 영우는 "그래, 형아? 난 가고 싶은데? 그럼 나 혼자서라도 갈래!" 하였다. 나는 영우한테 "음, 그래 영우야? 꼭 가야겠니? 그럼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니? 어쩔 수 없군. 이 형아가 따라가는 수밖에!" 하며 따라나섰다.
할머니께서는 "우리 집에서 사직 공원 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환경연합 건물 알지? 삼촌은 그 건물 2층에 있어잉, 꼭 2층으로 가야 해! 가는 길에 차조심하고 추울지도 모르니까, 웬만하면 따뜻하게 조절해서 입고엉!" 하셨다. 그러나 나는 간단하게 바지만 갈아입고, 양말도 안 신은 채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영우와 나갔다. 밤에는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살살 깔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한달음에 환경연합 건물 앞까지 뛰어갔다. 나와 영우는 환경연합 건물 앞에 섰다.
환경연합 건물은 낮에 보면 푸른 담쟁이로 뒤덮인 작고 아담한 예쁜 건물이지만, 밤이 되면 낡은 시멘트 건물에 어두운 담쟁이덩굴이 주렁주렁 덮여 있고, 여러 개가 달린 창문이 괴물의 눈처럼 보이고, 뾰족한 지붕마저도 어둡게 보여 아주 무시무시한 건물로 보인다. 우리는 건물 옆쪽에 붙어 있는 나무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니 커다란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온갖 풀들이 자라있었고, 그 위에 나무로 만든 식탁과 나무 의자가 있었다. 그 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접시에 담긴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면서 식사를 하였다.
한쪽에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쓰여있는 스크린 화면이 있었고, 그 옆에는 뷔페식으로 음식을 골라서 담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삼촌을 찾았다. 삼촌의 뒷모습은 어깨가 떡 벌어져 늠름해서, 처음부터 확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삼촌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니, 삼촌은 사람들과 벌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를 보더니 "왔구나~!" 하시며 우리와 함께 먹기 위해 자리를 옮기셨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름표를 단 환경연합 회원들이었다. 나는 어느새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와 사과 2조각, 감자구이, 물고기를 담아서 자리로 가서 식사를 시작했다.
환경연합 행사라 그런지 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나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삼촌, 제가 이렇게 와서 먹어도 되는 자리인가요?" 하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삼촌은 한마디로 "왜? 내 조카인데 괜찮지!"라고 대답하셨다. 옆에는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음식을 드시고 계셨다. 삼촌은 그분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쪽은 제 조카인데 6학년이에요, 얘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답니다!" 하면서 나를 가리키셨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데 삼촌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상우야.", "네?", "이런 마당이 있는 데서 개를 키우면 정말 좋겠지?",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꼭 내 마음을 읽은 것 같은 질문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한강의 기적>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행사 순서는 재미있게도 가장 먼저 기념촬영부터 하는 것이다! 나는 회원이 아니라서 찍기가 꺼려졌지만, 내가 찍지 않으면 삼촌도 찍지 않을 거라는 말에 쭈뼛쭈뼛 삼촌 옆에 섰다. 삼촌은 뒤로 숨으려고 하는 나를 제일 앞으로 데려오셨다. 그렇게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고 우리는 나왔다. 이제 제대로 행사가 시작하려고 했는데, 삼촌이 또 다른 약속이 있으셔서 서둘러 집에 들러야 하느라, 우리는 그냥 먹기만 하고 나온 것이 되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부른 배만큼이나 따뜻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