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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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잉어 뽑기
2010.05.11 화요일 오늘은 1년에 한 두 번 열리는 야시장이, 4단지에서 열리는 날이다. 여러 가지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이 가득해서, 우리 반은 아침부터 야시장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친한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만날 시간을 정했다. 나와 석희도 7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었는데, 석희가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여, 영우와 엄마를 졸라 산책하러 나갔다. 4단지에 들어서니 색색의 천막이, 4단지 시작 부분에서 도로 끝 부분까지 이순신 장군의 일자진을 친 듯 휘황찬란하였다. 천막마다 여러 가지 노점상과 즉석 음식점이 나와서, 밝게 핀 등불 아래 오색으로 빛나는 물건들을 잔뜩 풀어놓았다. 책과 장난감, 아이스크림과 문어 빵, 떡볶이, 어묵, 통닭, 작은 바이킹, 술과 안주 가게, 금 매매 하는 곳, 그리고 ..
2010.05.13 -
아쉬운 독서 골든벨
2008.11.26 수요일 난 아침부터 설사를 심하게 하느라 지각하고 말았다. 아직 1교시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벌써 강당으로 가려고 우리 반은 복도에 나와 줄을 서 있었다. 선생님께서 "상우,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가방 교실에 놓고 줄 서라!" 하셨다. 오늘은 독서 골든벨이 열리는 날이다. 지난주, 각 반에서 예선전을 통과한 5명의 선수가 모여, 2학기 동안 학교에서 정해준 골든 도서 목록을 읽고, 얼마만큼 소화했는가 겨루는 결승전이다. 전교생이 강당에 둘러싸인 가운데 결승 진출자들이 중앙으로 차례로 들어섰다. 나는 배정받은 번호, 71번이라고 쓰여있는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 반 경훈이, 익선이, 김훈, 석희와 함께, 자랑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나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퀴디치(날아다..
2008.11.27 -
뚱뚱이는 나만 있는 게 아냐!
2008.11.06 목요일 오늘은 방과 후 열리는 힘찬이 교실에, 처음으로 들어간 날이다. 나는 집에 들러 가방을 내려놓고, 줄넘기를 들고 다시 학교 보건실로 달려갔다. 보건실에는 나보다 먼저 힘찬이 교실에 다니던 친한 친구 경훈이가 와 있었다. 선생님께서 지난주 체지방 측정할 때 내주신, 식사 습관 적어오기 숙제를 검사하시고 나서 "자, 모두 강당으로 가자!" 하셨다. 나는 볼이 포동포동하고 배가 불룩한, 나와 닮은 모양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며, 잔뜩 긴장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들떠서 큰소리로 경훈이에게 "지금 우리 뭐하러 가는 거야?"하고 물었다. 경훈이는 "쉿! 지금은 조용히 해야 해. 그리고 우리는 지금 강당에 음악 줄넘기하러 가는 거야!"했다. 강당에 도착하자 보건 선생님께서 새로 온 아이들..
2008.11.07 -
2007.09.19 고립된 학교
2007.09.19 수요일 1, 2교시에 청소년 수련관에서 내일 있을 학교 축제의 총연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데,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학교에 거의 다다른 우리 3학년 4반은 황급히 학교 안으로 피신하듯 뛰어들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급식 시간 끝나고 수업 시간이 끝나도 계속 소떼가 밀려오듯 퍼붓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급식 시간부터 "우산을 안가져 온 사람은 집에 전화 하세요!" 하여서 공중 전화가 놓여있는 1층 후문과 별관 앞 복도는 전화하러 몰려 든 아이들로 넘쳐났다. 바깥에는 비가 "타다다닥!" 총을 쏘듯이 오고 있었다. 줄을 선 아이들은 다리를 떨기도 하고 비 오는 걸 보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2007.09.19 -
2007.07.10 앞구르기
2007.07.10 화요일 6교시 체육 시간이다.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번호 순으로 5명 씩 나와 순서대로 앞구르기를 하였다. 그 전에 먼저 선생님께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앞구르기하는 동작을 보여 주셨다. 첫번째 팀은 모두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척척 잘 굴렀다. 그걸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번째 팀인 우리가 떠들고 있는 사이, 어느 새 우석이가 훌떡 넘어버렸다. 그 다음 내 차례다. 나는 매트에 두 발을 딛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숙였는데, 선생님께서 "그게 아니야!" 하시면서 시범을 보이셨다. 그러면서 무릎을 땅에 대지 말고 곧게 세우라고 하셨다. 그러나 무릎을 세우면 머리를 땅에 닿도록 숙이기가 힘들어서 자꾸 오뚝이처럼 삐딱하게 쓰러지거나 앞으로 구..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