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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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해부하다!
2011.07.11 월요일 쿡쿡~ 하고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지만, 정말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지 마취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 발버둥치던 개구리가,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늘어져 있으니 생물이 아니라 그냥 인형 같았다. 오늘 3,4교시 과학 시간은, 지난주에 하기로 했다가 1주일이나 미루었던 개구리 해부 실험을 하는 날이다. 아침에는 죽지도 않은 것을 잔인하게 해부한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빠질까 고민스러웠는데, 막상 실험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에 마스크까지 완벽 무장을 하니 오히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실험은 마취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개구리를 바글바글 담은 상자를, 마취 에탄올이 가득 든 유리 솥까지 옮겨갈 때부터 난리가 났다. 개구리가 황소개구리여서 큰 것은 힘이 ..
2011.07.12 -
중학교에서의 첫 한 달
2011.03.29 화요일 어느새 중학교에 입학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꿈을 꾸는 것 같다. 불과 한 달 전 일을 돌이켜보면,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찌뿌둥하고 피곤한 몸으로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야 했다. 대문을 나서면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오면 길가에 비둘기 만발한 길을 지나서,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내 지갑 안에는 곧 충전해야 하는 교통카드가 들어 있고, 찍으면 띠띠~ 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나고는 했다. 안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릴 땐, 나도 어른들처럼 신문을 읽고 껌을 씹기도 하였다. 지하철이 오면 가볍게 몸을 싫고서,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탈 때,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새우잠을 청하였다..
2011.03.31 -
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
2011.01.16 -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
2010.11.24 수요일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일기 주제는 이다. 나는 언뜻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우리 가정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족 모두 살아 있고, 팔다리는 멀쩡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어서 슬픔과 피로에 잠겨 있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가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곰곰 더 생각해보니 그냥 가정이 온전한 틀만 가지고..
2010.11.27 -
겨우겨우 도착한 학교
2010.10.20 수요일 오늘은 중간고사 날이고, 내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나는 지난번 시험에서 자신감이 지나쳐, 덤벙대다가 두 문제씩이나 답을 건너뛰었었다. 어이없는 실수에 눈물까지 흘렸던 나는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어제 시험 마무리 준비를 슬슬 잘 해나가다, 수학 3단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새벽 1시를 넘겨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아직 초등학생이고 6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나에게는 정말로 늦은 시각이었다. 나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피곤했지만,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나는 종로 3가 역에서 무사히 동두천행 1호선 열차를 탔다. 스르르~ 안심하면서 '조금만 눈 좀 붙이는 거야, 조금만~' 생각하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10.10.21 -
수학은 필기가 중요해!
2010.09.09 목요일 요즘 나는 멀리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학교 수업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소중하다. 내가 4개월 동안이라는 기간을 허투루 보내면, 그저 시간만 때우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 한 글자라도 놓치기가 싫다. 그래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선생님께서 칠판에 써주시는 것을 뚫어버릴 것 같이 쳐다본다. 예전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머리로만 이해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 설명을 하나하나 다 적는다. 그러다 보니 특히 수학 시간이 옛날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학에서 실수가 잦아, 수학이 나의 큰 약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수학이 제일 재미있는 과목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분수의 나눗셈..
201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