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의 첫 한 달
2011. 3. 31. 09:00ㆍ일기
<중학교에서의 첫 한 달>
2011.03.29 화요일
어느새 중학교에 입학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꿈을 꾸는 것 같다. 불과 한 달 전 일을 돌이켜보면,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찌뿌둥하고 피곤한 몸으로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야 했다.
대문을 나서면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오면 길가에 비둘기 만발한 길을 지나서,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내 지갑 안에는 곧 충전해야 하는 교통카드가 들어 있고, 찍으면 띠띠~ 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나고는 했다. 안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릴 땐, 나도 어른들처럼 신문을 읽고 껌을 씹기도 하였다. 지하철이 오면 가볍게 몸을 싫고서,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탈 때,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새우잠을 청하였다. 2학기 중간고사 보던 날, 지하철 안에서 조느라 두 정거장을 놓쳐버린 날도 있었지? 그때는 미친 듯이 달려서 시험에 늦지 않았던 것이, 아직도 아찔하게 생생하다.
양주역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안개 가득 습기를 머금은 양주 특유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언제나 7번, 79번 또는 82번 버스를 탔다. 학교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마치면 언제나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며 쏘다녔다. 그리고는 땀범벅이 되어 지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이 일상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당연하였다. 그런데 그 일상은 졸업하고 며칠이 지난 후에, 중학생이 됨으로써 180도 달라진다.
여전히 일찍, 그러나 옛날보다는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교복을 입고 학교로 출발한다. 나는 여기서 몇 번이나 옛날에 가던 경복궁역 방향으로 갈 뻔하였고, 며칠 전에는 정말 경복궁역 앞까지 실수로 가기도 했다. 아침에는 조금 덜 피곤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여유롭게 등교를 한다. 아직은 교복 입는 것이 조금 답답하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학교로 출발하는 길은 날마다 긴장감을 가진다. 학교 교문을 통과하여 언덕길을 내려갈 때는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가파르고, 교실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뭔가 아침 시간을 쓸모 있게 쓰는 분위기다.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라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점심도 식당에서 먹지 않고 반에서 직접 배식을 하여 먹는다. 학교에서는 군것질하지 말라면서 불티 나는 매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모순도 있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그렇게 큰 굴곡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한 학기 동안 이사를 왔는데도 고집을 부려, 조금 멀리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녔다는 것뿐이고, 학교생활은 거의 바뀐 것이 없었다. 그런데 6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나의 일상이 불과 2달 만에 송두리째 흔들려서, 엄청나게 드넓은 하얀 도화지에 새로운 습관을 부랴부랴 만드는 기분이었다.
마치 이 한 달 동안 급격하게 변하는 나의 일상은 대규모의 산업 혁명을 겪는 것 같았다. 아,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왠지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나는 정말 어렸었다. 그러나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철없고 어리광피우고 놀러만 다니던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중학교 생활을 열심히 보내려 애쓰다니! 어쩌면 나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얼마나 초등학생답게 잘 보냈는지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다시 못 올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기억날 때마다 졸업 앨범을 꺼내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급격한 중학교 생활은 정말 순조로운 편이다. 오늘도 집요하게 수업 내용을 잘 듣고 이해해서, 그 무섭기로 소문난 고은미 선생님께서 "상우, 참 멋진 친구야!"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우리를 왕자 취급하며 대해주시는 담임 선생님,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학교의 전설, 고은미 국어 선생님, 한문제 한문제 친절히 가르쳐주시는 수학 선생님, 1주일에 한 번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재량 선생님, 푸근한 인상에 어머니 같은 가정 선생님, 친구같이 부드럽고 재미있는 기술 선생님, 창의적이고 톡톡 튀시는 과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까지 모두 나를 키워줄 최고의 스승들이시다.
언젠가부터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학교의 낡은 시설도 그리 밉지가 않다. 나는 내가 다니는 학교를 최고의 학교라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최고의 학생이 되려 노력하겠다. 하지만, 여기 아이들은 내가 다니던 양주 초등학교의 아이들과는 공부하는 수준이 다른 것 같아서 좀 걱정이다. 어떤 아이는 12시까지 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나는 하나도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무조건 학교 수업을 잘 따를 것이고, 모르는 부분과 인생에 대한 상담까지 선생님들께 질문 폭탄 공세를 펼칠 것이다. 처음엔 주눅이 들었던 학교생활도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3년간은 꼭 그렇게 어려운 길만은 아닐 것이다.
2011.03.29 화요일
어느새 중학교에 입학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꿈을 꾸는 것 같다. 불과 한 달 전 일을 돌이켜보면,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찌뿌둥하고 피곤한 몸으로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야 했다.
대문을 나서면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오면 길가에 비둘기 만발한 길을 지나서,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내 지갑 안에는 곧 충전해야 하는 교통카드가 들어 있고, 찍으면 띠띠~ 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나고는 했다. 안국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릴 땐, 나도 어른들처럼 신문을 읽고 껌을 씹기도 하였다. 지하철이 오면 가볍게 몸을 싫고서, 종로 3가 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탈 때, 나는 구석 자리에 앉아 새우잠을 청하였다. 2학기 중간고사 보던 날, 지하철 안에서 조느라 두 정거장을 놓쳐버린 날도 있었지? 그때는 미친 듯이 달려서 시험에 늦지 않았던 것이, 아직도 아찔하게 생생하다.
양주역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안개 가득 습기를 머금은 양주 특유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언제나 7번, 79번 또는 82번 버스를 탔다. 학교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마치면 언제나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며 쏘다녔다. 그리고는 땀범벅이 되어 지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이 일상이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당연하였다. 그런데 그 일상은 졸업하고 며칠이 지난 후에, 중학생이 됨으로써 180도 달라진다.
여전히 일찍, 그러나 옛날보다는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교복을 입고 학교로 출발한다. 나는 여기서 몇 번이나 옛날에 가던 경복궁역 방향으로 갈 뻔하였고, 며칠 전에는 정말 경복궁역 앞까지 실수로 가기도 했다. 아침에는 조금 덜 피곤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여유롭게 등교를 한다. 아직은 교복 입는 것이 조금 답답하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학교로 출발하는 길은 날마다 긴장감을 가진다. 학교 교문을 통과하여 언덕길을 내려갈 때는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가파르고, 교실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뭔가 아침 시간을 쓸모 있게 쓰는 분위기다.
과목마다 선생님이 달라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점심도 식당에서 먹지 않고 반에서 직접 배식을 하여 먹는다. 학교에서는 군것질하지 말라면서 불티 나는 매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는 모순도 있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그렇게 큰 굴곡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한 학기 동안 이사를 왔는데도 고집을 부려, 조금 멀리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녔다는 것뿐이고, 학교생활은 거의 바뀐 것이 없었다. 그런데 6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나의 일상이 불과 2달 만에 송두리째 흔들려서, 엄청나게 드넓은 하얀 도화지에 새로운 습관을 부랴부랴 만드는 기분이었다.
마치 이 한 달 동안 급격하게 변하는 나의 일상은 대규모의 산업 혁명을 겪는 것 같았다. 아,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왠지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나는 정말 어렸었다. 그러나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철없고 어리광피우고 놀러만 다니던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중학교 생활을 열심히 보내려 애쓰다니! 어쩌면 나는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내가 초등학교 시절을 얼마나 초등학생답게 잘 보냈는지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다시 못 올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기억날 때마다 졸업 앨범을 꺼내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급격한 중학교 생활은 정말 순조로운 편이다. 오늘도 집요하게 수업 내용을 잘 듣고 이해해서, 그 무섭기로 소문난 고은미 선생님께서 "상우, 참 멋진 친구야!"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우리를 왕자 취급하며 대해주시는 담임 선생님,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학교의 전설, 고은미 국어 선생님, 한문제 한문제 친절히 가르쳐주시는 수학 선생님, 1주일에 한 번밖에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재량 선생님, 푸근한 인상에 어머니 같은 가정 선생님, 친구같이 부드럽고 재미있는 기술 선생님, 창의적이고 톡톡 튀시는 과학 선생님, 영어 선생님까지 모두 나를 키워줄 최고의 스승들이시다.
언젠가부터 처음엔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학교의 낡은 시설도 그리 밉지가 않다. 나는 내가 다니는 학교를 최고의 학교라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최고의 학생이 되려 노력하겠다. 하지만, 여기 아이들은 내가 다니던 양주 초등학교의 아이들과는 공부하는 수준이 다른 것 같아서 좀 걱정이다. 어떤 아이는 12시까지 학원에 다닌다고 한다. 나는 하나도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무조건 학교 수업을 잘 따를 것이고, 모르는 부분과 인생에 대한 상담까지 선생님들께 질문 폭탄 공세를 펼칠 것이다. 처음엔 주눅이 들었던 학교생활도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3년간은 꼭 그렇게 어려운 길만은 아닐 것이다.